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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목걸이'와 '뼈다귀'가 한미동맹 복원에 큰 역할(?)을 했던 사연이 공개돼 화제다. 지난해 4월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첫 미국 방문 당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애완견 '바니'를 위한 선물을 준비하는 세심함을 보였다. 바로 '개 목걸이'와 바니가 물어뜯으며 놀 수 있는 '뼈다귀'.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 초대받은 자리에서 이 '특별한 선물'은 자연스레 화제에 올라 양 정상의 대화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전 대통령 부인 로라 여사는 "이 대통령이 우리 바니에게 선물을 했어요. 고마워요"라고 말했고, 이 대통령은 "우리도 개를 키워봤다"고 답했다.
정용화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은 13일 지인들에 보낸 편지에서 이같은 사연을 밝히며 "대화의 물꼬가 '빵'하고 터졌다"고 표현했다. 지난 정권에서의 '불편했던' 양국관계를 해소한 첫걸음이었던 셈이다.
자칫 어색할 수 있는 선물이 오히려 친근하게 전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이 대통령이 미국 방문 전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 부부를 청와대로 초청한 일이 배경이 됐다. 이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의 환대가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 내외에게 감동을 줬고, 그 모든 내용이 현직 대통령인 아들에게 전달된 것. 이 대통령은 식사 중 한미 관계 개선을 위한 열의와 진정성, 인간적 친밀감을 표현했으며 노부부가 퇴장할 때는 직접 옆구리를 부축해주기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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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4월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워싱턴D.C 북쪽 메릴랜드주 미국 대통령 공식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 정상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후 함께 걸어나가다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연합뉴스
또 지난 10월 방한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와 부인 미유키(辛) 여사에게 이 대통령은 칠보로 된 '목련' 액자를 선물했다. 목련의 꽃말은 '우애'. 바로 이 대통령은 하토야마 총리가 주창하는 '동아시아 우애론'에 대한 관심을 선물로 표현한 것이다. 또 노르돔 시하모니 캄보디아 국왕이 한국영화와 드라마를 좋아한다는 점에 착안, 10월 22일 국빈 방문 당시 삼성전자 블루레이 플레이어와 한국영화 걸작선을 선물했다. 정 비서관은 "캄보디아 국왕은 한국영화를 즐기면서 어쩌면 한국의 최신 IT기술에 더 감탄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선물 품목은 물론, 전달 방식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고 정 비서관은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부시 전 대통령이 방한했을 당시 오찬장인 상춘재에 '베일에 싸인 액자' 하나를 걸어뒀다. 베일을 벗기니 부시 전 대통령의 고향 텍사스에 있는 크로포드 목장을 배경으로 한 부시 전 대통령의 초상화였다. 정 비서관은 "'깜짝 선물' 이후 어떤 분위기가 연출됐을 지는 상상에 맡기겠다"며 효과를 짐작케 했다.
정 비서관은 "국가 정상간 선물 교환은 의례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매우 중요한 외교수단이 될 수도 있다"면서 "'선물 정치학'이란 말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작은 실수 하나가 국익에 매우 나쁜 영향을 끼칠 수도 있고, 정성어린 선물 하나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보탬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 비서관은 "역대 대통령들은 보통 우리의 전통을 잘 드러내는 도자기나 자개함 같은 것을 많이 선물했으며 외국 정상도 대개 자기나라 전통문화를 보여주는 금·은제 그릇, 도자기, 장식용 칼, 전통문양 액자 등을 선물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 대통령은 받는 분의 취향을 철저히 고려해 세심하게 준비해 정상간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선물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