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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성 '첫 타'에 조재현 '후속타'…교차상영 문제, 수면 위 급부상
국내 영화계에 일명 '퐁당퐁당'이라 불리는 교차상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교차상영이란 일반적으로 특정일 하루동안 한 상영관에서 간판을 내리는 영화와 새로 올리는 영화를 동시에 보여주는 것을 일컫는 말로 보통 새로 상영하게 될 작품의 선전을 꾀하고자 행해진다.
그러나 관객몰이에 실패한 저예산 영화의 경우 극장측에서 수익성을 높이려고 개봉 초부터 해당 영화를 교차로 돌려 조조나 늦은 밤 시간 2~3회 정도 밖에 상영이 되지 못하도록 하는 편법이 자행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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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호성-장나라 모녀 ⓒ연합뉴스
최근 도마 위에 오른 교차상영의 폐단은 후자의 경우다. 포문은 가수 겸 영화배우 장나라의 아버지 주호성 제이엔디베르티스망 대표가 열었다. 주 대표는 지난 9일 장나라 공식 홈페이지 '나라짱닷컴'을 통해 "지난주 금요일(6일) 영화 '하늘과 바다'를 회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뒤 "아무리 우스운 영화도 첫 날, 첫 주는 그러지 않을 법한데 첫 주부터 전국적으로 교차상영을 한 것은 우리 영화를 죽이겠다는 것 밖에는 해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호성은 "교차상영을 줄이려면 자사 매입 예매로 예매율을 올리는 것이 방법이라는 소리를 배급 관계자로부터 들었지만 비겁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자금부족으로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주호성은 "교차상영 문제를 놓고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도 가능하겠지만 더 싸우거나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그냥 영화를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덧붙여 '하늘과 바다'의 유료 상영을 포기하는 대신 보다 많은 사람에게 영화를 알리기 위해 무료 상영 계획도 갖고 있음을 밝혔다.
개봉 10여일만에 제작자가 영화를 '자진 회수'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 장나라, 쥬니 등과 공동 주연한 배우 유아인이 "극장 '교차상영'에 대한 문제를 언급하기보다 관객의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와 냉정한 자기반성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는 쓴소리를 가해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유아인의 발언대로 주호성의 이 같은 파격 행보는 일단 그동안 지속적으로 문제가 돼 온 상영 시스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대중에게 낯설게 다가왔던 '교차상영'이란 단어는 주호성의 언급 직후 각종 포털사이트 검색 순위에 오르며 한국 영화계가 안고 있던 또 하나의 허물이 벗겨지는 계기로 작용했다. 더불어 주호성의 이러한 '결단'은 침묵을 지키던 한 명의 거물급 배우를 움직이게 하는 기폭제가 됐다.
첫 주 관객 20만…일주일 만에 '퐁당퐁당'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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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영화 '집행자' 교차상영 철회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주연배우 조재현이 교차상영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화배우 조재현은 1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내가 출연한 영화 '집행자'가 할리우드 영화 '2012' 개봉으로 인해 교차상영이란 수모를 겪게 됐다"며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집행자' 제작자 조선묵 대표와 연출을 맡은 최진호 감독과 함께 자리한 조재현은 "배우가 나설 자리가 아니라며 주위에서 말렸지만 30여명의 스태프 때문에 이 자리에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진흥위원회 지원작 중 제대로 돈이 회수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아는데 이번 만큼은 우리 영화가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실제로 집행자는 잘 될 수 있었던 과정 속에서 갑자기 멈췄다"고 주장했다.
조선묵 대표는 "전국 247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집행자는 첫 주 관객이 20만명으로 집계돼 지인들에게 축하 전화까지 받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주일 만에 배급사로부터 '퐁당퐁당'에 들어간다는 말을 들어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조 대표는 "개봉 7일 만에 교차상영이라는 결정을 내린 중소 배급사는 대형 극장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입장일 것"이라며 "집행자 교차상영에 관해 배급사와 멀티플랙스 극장을 대상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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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인촌 문화체육관장관이 12일 오전 홍릉 영화진흥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영화진흥위원회 개혁방안 보고'에 참석, 총평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들은 기자회견 직후 '교차 상영 철회를 위한 정부의 대안 마련'을 위한 탄원서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측에 제출했다.
이날 조재현 측으로부터 탄원서를 건내받은 유 장관은 "이번 일은 극장주와 배급사가 다 얽혀 있는 일"이라며 "문관부에서 교차 상영 문제를 들어 영화 시장 자체에 개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 장관은 "같은 영화인으로서 먼저 조재현 측과 얘기를 나눠보는 게 중요할 것 같다"면서 "꼭 이익 측면에서만 접근하지 말고 서로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다보면 해결 방안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유 장관은 "(대회를 통해)해결이 안되면 공정거래위원회 제소쪽으로 가야되는 것 아니냐"고 말해 조재현 측 입장을 이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