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종상영화제' 대체 왜?

  • ▲ 제46회 대종상영화제 남우주연상을 획득한 김명민. ⓒ 연합뉴스
    ▲ 제46회 대종상영화제 남우주연상을 획득한 김명민. ⓒ 연합뉴스

    한 해 동안 제작·상영된 국내 영화를 총 결산하는 의미로 연중 1회 개최, '영화인의 축제'라 불리며 오랜 기간 권위를 인정 받았던 '대종상영화제'가 최근 잇따른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옛 명성에 흠집을 내고 있다.

    지난 6일 열렸던 '제46회 대종상영화제'에선 유독 대리 수상자들이 넘쳐났다. 더욱이 수상 후보에 올랐던 배우들은 물론 역대 영화제를 수놓았던 기라성 같은 스타들 마저 자리를 비우면서 '반쪽짜리 잔치'라는 냉혹한 비판이 뒤따랐다.

    실제로 이날 대종상 남우주연상과 인기상을 거머쥔 김명민은 병원에 입원한 것을 이유로 사무국에 불참을 통보했는데 이에 대해 한 영화 관계자는 "여우주연상 후보에서 탈락한 동료 하지원을 의식한 일종의 배려일 수도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는 등 해당 배우들의 불참 배경을 놓고도 다양한 루머와 의견이 오가며 혼란을 부추겼다.

    이처럼 톱스타들이 대종상영화제를 찾지 않은 이유로 영화 관계자들은 일부 배우들이 국내보다 해외 활동에 주력하면서 빚어진 공백이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해운대' 등 흥행성과 작품성을 두루 갖춘 영화들이 대종상영화제에서 마치 홀대를 받는 듯한 인상을 심어준 것도 영화제의 권위를 스스로 흔드는 자충수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칸 국제영화제 극찬한 박쥐, 대종상은 '외면'

  • ▲ 영화 '박쥐'의 박찬욱 감독  ⓒ 연합뉴스
    ▲ 영화 '박쥐'의 박찬욱 감독  ⓒ 연합뉴스

    올해 최대 흥행작이자 대종상 최다 부문 후보작인 ‘해운대(감독 윤제균)’에 출연하고 화제작 ‘내사랑 내곁에(감독 박진표)’에서도 김명민과 더불어 뛰어난 연기를 펼친 배우 하지원이 여우주연상 후보에서 제외된 점도 대종상영화제의 논란을 가중시켰다.

    게다가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인 박찬욱 감독의 ‘박쥐(감독 : 박찬욱 / 출연 : 송강호 김옥빈 김해숙)’도 여우조연상(김해숙)과 조명(박현원) 부문만 후보에 올랐고 작품상 감독상 등 다른 주요 부문에는 후보에 오르지조차 못했다.

    반면 지난달 29일 개봉한 ‘하늘과 바다(감독 : 오달균 / 출연 : 장나라 쥬니 유아인)’의 경우 작품상, 여우주연상, 신인상, 음악상 등 무려 4개 부문에 후보작으로 이름을 올리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하늘과 바다'의 제작자 주호성씨는 대종상영화제 사무국의 공식 후보작 발표가 있기 이틀 전인 지난달 19일, 자신의 영화가 노미네이트된 사실을 당당히 밝혀 구설수에 올랐다.

    통상적으로 후보작 리스트는 영화제 사무국 측의 공식 발표가 있기 전까지 철저한 비밀에 부쳐지기 때문에 주호성씨가 관련 내역을 미리 입수했다는 사실 자체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

    화제작 '해운대' '마더' 찬밥 신세?

    시상식 당일 수상작들이 발표되자 이같은 논란은 더욱 커졌다.

    후보자 선정 때부터 잡음이 일었던 여우주연상은 '님은 먼 곳에'의 수애에게 돌아갔다. 수애는 최근 '불꽃처럼 나비처럼'에 출연한 적이 있지만 이번 대종상에선 지난해 작품인 '님은 먼 곳에'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이변'이 연출됐다. 더욱이 유력한 수상자로 거론됐던 김혜자가 탈락한 점 역시 아쉬움을 더했다.

  • ▲ 영화 '마더'의 포스터 
    ▲ 영화 '마더'의 포스터 

    '마더(감독 : 봉준호 / 출연 : 김혜자 원빈 진구)'는 이번 대종상시상식에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촬영상, 음악상 등 총 6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었다. 그러나 정작 수상한 부문은 남우조연상(진구) 1개에 그치고 말았다. '마더'는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 열린 제10회 부산영평상 시상식과 제18회 부일영화상에서 최우수작품상과 여우주연상, 촬영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9개 부문 후보작에 올라 기대를 모았던 올 해 최대 흥행작 '해운대'도 기획상(윤제균) 1개 부문만 수상하는데 그쳤다.

    대신 최우수작품상의 영예는 지난해 9월 개봉됐던 블록버스터 '신기전'에게 돌아갔다.

    국내 영화계를 강타한 '국가대표', '해운대', '내 사랑 내 곁에' 등이 올해 차례로 개봉됐다는 점에서 이들 작품이 기획상·감독상 등의 '단발 수상'에 그친 점은 대종상영화제의 '옥의 티'로 남는다는 게 영화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마찬가지로 후보작에 지명된 작품들이 고르게 수상을 한 사실 역시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작품성이나 흥행 면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 작품들이 즐비한 올해, 다관왕에 올라 부각되거나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 수상작이 드물었다는 점은 "일종의 '나눠먹기 식' 수상작 배분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 익명의 관계자는 "대종상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영화계 원로들"이라며 "비교적 진보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봉준호와 박찬욱 등 젊은 감독들이 대종상에서 외면 받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처사"라고 밝혔다.

    "미개봉된 영화도 충분히 노미네이트 될 수 있어"

  • ▲ 영화 '하늘과 바다' 포스터 
    ▲ 영화 '하늘과 바다' 포스터 

    이같은 논란에 대해 대종상영화제 사무국 측은 9일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대종상영화제의 규정상 전문심사위원 10명이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로 비밀투표를 거치기에 한해에 두 편의 영화가 모두 성공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라면 이번처럼 표가 두 쪽으로 나뉘어져서 수상자 명단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며 하지원의 탈락 배경을 설명한 뒤 "미개봉된 '하늘과 바다'의 장나라씨의 여우주연상 노미네이트에 대해서 의아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개봉이 안된 영화일지라도 대종상심의기간에 영화가 완편이 되고 심의필을 받았다면 출품된 미개봉영화도 심사위원들의 공정한 심사를 받아 대종상영화제에 노미네이트 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사무국 측은 "물론 예비심사 때 일반 대중들의 의견을 반영하자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예선에서 일반대중들의 의견을 반영할 시에는 혹이나 상업적으로 성공한 영화나 인기 배우들에게만 집중될 수도 있기에, 이번 영화제에서는 전문 심사위원들이 출품된 작품을 각기 보고 선정한 후에 본선심사에서 전문심사위원과 일반심사위원들의 점수를 6:4로 합산하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