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달 19일 오후 중구 소공동 롯네시네마 에비뉴엘에서 열린 영화 '하늘과 바다'(감독 오달균)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배우 유아인이 취재진에 인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달 19일 오후 중구 소공동 롯네시네마 에비뉴엘에서 열린 영화 '하늘과 바다'(감독 오달균)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배우 유아인이 취재진에 인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6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46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여우주연상/신인상/음악상 등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주목을 끌었던 영화 '하늘과 바다'가 개봉 10일만에 전격 철수 결정을 내려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제작자와 출연자 간 내홍 양상까지 벌어져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논란의 불씨는 대종상영화제 내부에서 불거졌다. 올해 최대 흥행작이자 대종상 최다 부문 후보작인 '해운대'와 '내 사랑 내 곁에'에 출연한 배우 하지원이 후보에서 제외된 사실이 알려지며 영화계에 '형평성 시비' 문제를 불러온 것. 게다가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인 박찬욱 감독의 '박쥐' 역시 여우조연상과 조명 2부문만 후보에 올라 후보작 선정 기준에 대한 논란을 부채질했다.

    반면 지난달 29일 개봉한 ‘하늘과 바다(감독 : 오달균 / 출연 : 장나라 쥬니 유아인)’의 경우 총 4개 부문에 후보작으로 이름을 올리며 묘한 대조를 이뤘는데, 특히 '하늘과 바다'의 제작자 주호성씨는 대종상영화제 사무국의 공식 후보작 발표가 있기 이틀 전인 지난달 19일, 자신의 영화가 노미네이트된 사실을 당당히 밝혀 구설수에 올랐다. 한 영화 관계자는 "영화제 사무국 측의 공식 발표가 있기 전까지 철저한 비밀에 부치는 후보작 리스트가 주호성씨에게 흘러들어간 사실 자체가 이번 대종상영화제의 현실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늘과 바다', 개봉 10일만에 자진 하차

    결국 자신들에게 쏟아진 일각의 부정적인 시선에 부담을 느낀 듯 장나라의 아버지 주호성이 대표로 있는 '하늘과 바다' 제작사 제이엔디베르티스망은 9일 장나라 공식 홈페이지 '나라짱닷컴(http://www.narajjang.com)'을 통해 "지난주 금요일(6일) 영화 '하늘과 바다'를 회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주 대표는 '하늘과 바다'의 철수 배경에 대해 표면적으로 극장 측의 '교차상영'을 이유로 내세웠다.

    "자금난으로 인해 은행권의 대출을 받아 대종상 시상식 9일전인 10월 28일에야 겨우 상영하게 됐다"고 그간의 고충을 밝힌 주 대표는 "막상 개봉하자, 일부 언론의 흔들기와 포스터조차 부착하지 않은 극장도 많은 가운데 극심한 교차 상영이 전국적으로 실행됐으며 그것을 흥행부진으로 보도하는 언론의 악순환에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따라서 주 대표는 "교차상영 문제를 놓고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도 가능하겠지만 더 이상 싸우거나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그냥 영화를 회수하겠다"고 밝히며  "공익에 활용해 좀더 많은 분들이 보도록 하는 '색다른 심판'을 받겠다"고 말해 무료상영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아인 "주호성 월권이 흥행 실패 조장"

  • ▲ 영화 '하늘과 바다' 포스터
    ▲ 영화 '하늘과 바다' 포스터

    하지만 영화의 상영 자체를 포기함으로써 각계각층으로부터 쏟아진 비난을 잠재우려 했던 주 대표의 시도는 예상치 못한 '내홍'으로 인해 한순간에 무위로 돌아갔다.

    바로 '하늘과 바다'에 출연한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이 장나라의 부친 주호성의 월권을 비판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려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른 것.

    유아인은 9일 오후 자신의 미니홈피에 '하늘과 바다'라는 제목으로 이번 영화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유아인은 "'하늘과 바다'는 투자상의 문제부터 일부 스탭의 교체와 촬영 종료 후 불거진 임금 채납의 문제까지 그 제작 과정에서부터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면서 "물론 그런 문제들을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겪는 산통이라 볼 수도 있지만 출연 배우로서 제가 느낀 가장 큰 문제는 다른데 있다"고 주장, 문제의 몸통(?)으로 제작자인 주호성 대표를 거론했다.

    그는 "제작자이며 함께 출연한 선배 배우인 장나라 씨의 부친인 주호성님의 '월권'에 대한 문제"라면서 "현장에서는 분명 감독님과 피디님이 계심에도 본인이 직접 메가폰을 드는 일이 많으셨고 그러한 월권은 영화 후반작업과 편집에까지 이어진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저는 어떤 현장에서도 제작자가 직접 메가폰을 잡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영화에 출연한 배우가 제작자에게 공식적으로 반기를 든 것은 국내 영화계에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유아인의 관련 발언은 영화계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10일 내내 영화 관련 사이트에는 네티즌과 업계 관계자들간 설전이 벌어지며 유아인의 발언을 둘러싼 공방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제작자의 횡포에 반기를 든 것에 대해 시원하다"는 반응과 "영화에 함께 동참한 배우로서 책임감이 결여된 행동"이라는 지적이 동시게 제기되며 '유아인'과 '주호성'이라는 이름은 하루종일 포털 검색순위 1위를 오르내리는 이변을 연출했다.

    주호성 "유아인 주장은 거짓, 메가폰 잡은 적 없다"

  • ▲ 주호성-장나라 모녀.   ⓒ 연합뉴스
    ▲ 주호성-장나라 모녀.   ⓒ 연합뉴스

    주 대표 역시 이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주 대표는 11일 장나라의 공식 홈페이지 '나라짱닷컴'을 통해 자신의 월권 행위를 지적한 주연배우 유아인에 대해 반박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주 대표는 "어째서 그런 글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유아인군의 글은 거짓 투성이"라면서 "저는 현장에서 감독을 월권하거나, 레디고를 외치거나 메가폰을 잡은 일이 절대 없다. 유아인군이 중앙대 촬영을 이야기하지만 전날 밤에 사무실에서 오달균 감독과 스태프가 회의를 통해 결정한 대로 콘서트 장면을 정말 콘서트로 진행하면서 촬영했다"고 유아인의 주장이 사실무근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또한 "콘서트 연출은 콘서트 경험이 많은 제가 하기로 하고, 조명이나 영상스크린도 저와 늘 콘서트를 진행하던 스태프가 했으며 영화의 촬영은 3명의 촬영감독과 오달균 감독이 담당하고 정문용 조명감독이 영화를 위한 부분 조명을 했다"면서 오히려 "유아인은 촬영 시간 준수에도 상당한 결함이 있었으며 시사회나 홍보에도 적극적이지 않았고, 그동안 '홍보활동으로 연예 프로 따위는 하지 않겠다'고 주변사람들에게 공언해왔다"며 촬영 및 홍보에 안일한 행동을 보인 유아인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주 대표는 "'하늘과 바다'에는 예술자문이 있어서 드라마트루기를 살펴보게 했는데, 작품의 많은 부분이 그분의 지적을 참고했다"며 "유아인군이 작품의 편집이나 구성의 변화를 저의 독선으로 오해할 소지는 있지만, 현장에서 제가 직접 메가폰을 잡았다거나, 촬영지시를 한 일은 절대로 없었다"며 거듭 강조했다.

    주 대표는 "촬영하면서 되레 유아인군이 현영성 감독을 인정하지 않거나 무시하려는 경향을 보인 적이 있다"고 비난한 뒤 "영화나 드라마는 작품에 따라 전문감독이 따로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을 이해시키며 촬영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오직 단 한번, 촬영과 편집이 끝나고 부천 시사회를 한 후에 '예술자문'의 충고로 쥬니 양과 나라가 충무로 스튜디오에서 보충 촬영하게 된 일이 있다"고 밝힌 주 대표는 "감독들이 연락이 안돼 저와 신현중 촬영감독의 진행으로 간단한 두 커트를 촬영한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내가 촬영지시하는 걸 봤다면 오직 이날 일을 트집 잡을 수 있겠는데, 그 날은 유아인군이 현장에 오지 않은 날이었다"며 "따라서 내가 메가폰 잡는 걸 많이 봤다는 말은 진정 날조된 말"이라고 주장했다.

    주 대표는 임금체불 문제에 대해선 "원래 계약했던 회사가 어려워 제가 도우면서 촬영 할 때는 제게 고마워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몇몇 스태프가 저희 경리직원에게 거칠게 잔금요구를 해서 인간적 서운함을 금치 못했다"고 말하며 "동영상이나 2차판권수익도 포기하고 의미 있는 일에 영화를 사용하면서 작품의 명예를 찾는 날까지 노력하겠다는데, 흥행실패가 작품실패라고 규정하며 왜 그런 글을 썼는지…유아인군 글 자체가 온통 이해가 안 간다"고 밝혔다.

    유아인 '삭제한 글' 복구 "추호의 부끄러움 없다!"

    한편 유아인은 지난 9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렸다 삭제한 '문제의 글'을 11일 오전 다시 게재, "저의 글이 많은 기사들을 통해 이미 공론화 됐고 적지 않은 분들이 그 기사와 관련한 소중한 의견들의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 제 글에 대한 모든 책임을 스스로 지기 위해서라도 기사화 되기 전 이미 삭제했던 글을 다시 올린다"고 밝혔다.

    다음은 지난 9일 유아인이 자신의 미니홈피에 게재, 논란을 야기했던 글의 주요 부문.

  • ▲ <span style=배우 유아인  ⓒ 유아인 공식사이트(http://cafe.star-k.co.kr/YAI/)" title="▲ 배우 유아인  ⓒ 유아인 공식사이트(http://cafe.star-k.co.kr/YAI/)">
    배우 유아인  ⓒ 유아인 공식사이트(http://cafe.star-k.co.kr/YAI/)

    제작자이며 함께 출연한 선배 배우인 장나라씨의 부친인 주호성님의 '월권'에 대한 문제입니다. 현장에서는 분명 감독님과 피디님이 계심에도 본인이 직접 메가폰을 드는 일이 많으셨고, 수백 명의 보조출연자와 막대한 장비가 동원된 영화중 엔딩이 되는 콘서트 장면에서는 그 도가 지나쳐 감독님께서 제게 양해를 구하고 촬영을 지속했을 정도였으며, 그러한 주호성님의 월권은 영화 후반작업과 편집에까지 이어진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것들을 최대 투자자이며 제작자의 정당한 권력이라 볼 수도 있지만 저는 어떤 현장에서도 제작자가 직접 메가폰을 잡는 경우는 본 적이 없습니다.

    저희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그 실패를 통해 극장의 '교차상영'에 대한 문제를 언급함으로써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어온 상영시스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만 그에 앞서 관객의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와 작품 그 자체에 대한 냉정한 자기반성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작품의 실패를 다른 이유에 전가하는 아름답지 못한 퇴장을 집안에 웅크려 초라하게 지켜본 저의 짧은 생각이었습니다. 격한 마음을 억누르며 쓴 두서 없는 글,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중략).

    아래는 유아인이 삭제했던 글을 다시 복구한 배경을 설명한 글.

    우선, 부족한 저의 글이 이미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물의를 일으킨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 저의 글이 많은 기사들을 통해 이미 공론화 되었고 적지 않은 분들이 그 기사와 관련한 소중한 의견들의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저는 제 글에 대한 모든 책임을 스스로 지기 위해 기사화 되기 전 이미 삭제했던 글을 다시 올립니다.

    또한 이 글이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신인배우의 건방지고 치기어린 영웅심리나 볼멘소리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통감하며 깊이 반성합니다.

    누구보다 저에 대한 애정으로 설득과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던 저의 소속사 관계자 분들께도 마지막까지 우려를 끼쳐드리는 점에 대해 진정으로 고개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 사태로 인해 저와 관련한 어떤 누구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향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언급한 사실 그 자체에 대해서는 추호의 부끄러움이 없으며 번복도 없을 것입니다. 이와 관련한 더 이상의 어떠한 발언도 삼가겠습니다. 다만, 그 사실을 글로 전하는 방식에 있어 매끄럽지 못 한 부분이 있었던 점에 대해 다시한번 용서를 구하며 논란이 되었던 위의 글에서 밝혔듯 이러한 순간에도 작품에 대한 저의 애정을 믿으며 험한 길을 함께해 주시는 팬여러분께 차마 글로 다 할 수 없는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