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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현석 부산대 공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 뉴데일리
“국가 안보와 ‘물 안보’에는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연관성이 있습니다.”
‘물 안보’라? 다소 생소한 개념이다.
하지만 신현석 부산대 공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평소 줄기차게 ‘물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학자이다.
신 교수는 고려대와 동 대학원에서 토목환경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대학원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토목분야의 전문가다.
“안보의 특성으로 3가지를 들을 수 있습니다. 첫째로 경제적 가치를 따질 수 없고 둘째로 불확실하며 셋째로 규제나 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안보의 3가지 특성을 신 교수는 물과 연관시킨다.
“물은 인간과 자연의 생명이니만큼 경제적 가치를 따질 수 없습니다. 급격한 기후변화 등으로 미래가 불확실하고 항상 관리와 정비를 하지 않으면 재난을 당하게 됩니다.”안보의 특성은 그렇고, 그럼 ‘물 안보’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신 교수는 ▲기후변화 대비 ▲ 홍수및 가뭄재해 대비 ▲물부족 대비 ▲수질오염 사고 ▲국가간 물 분쟁 대비 등의 다섯 가지가 물 안보의 핵심이라고 한다.
이들 다섯 가지의 어느 하나만 문제가 되어도 물로 인한 국가의 위험이 닥칠 수 있다는 것이 신 교수의 설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강우(降雨)의 연간 편차가 심해 반복적인 가뭄과 홍수를 겪고 있습니다.” 신 교수는 우리나라는 1인당 사용가능한 수자원이 가장 적은 편이며 저수지 수자원 보유율도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미래의 물 부족 국가가 한국입니다. 우리나라의 물 수입 의존도가 세계 4번째인데 물 자급률은 90년대 56.8 %에서 현재 38%로 낮아져 있습니다.”
신 교수는 “물 수요량은 인구증가와 산업발전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데 우리나라의 산악지대와 도서지역은 아직 가뭄 때 물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물 분쟁도 문제 중 하나이다. 사실 물로 인한 국가나 지역간 분쟁은 숱하게 많다.
메콩강을 둘러싼 중국과 베트남의 힘겨루기, 라인강을 놓고 벌이는 네덜란드와 독일의 다툼 등이 그 예다.
신 교수는 아주 쉽게 낙동강의 예를 들었다.
“지금 부산 시민들의 상수원은 부산 가까운 물금입니다. 낙동강 하류이니만큼 정수에 큰 부담이 됩니다. 이에 반해 진주의 남강댐은 수질이 좋습니다. 부산에서 경남도에 남강댐 물을 식수원으로 쓰자고 해도 경남도에서 쉽게 허락하지 않습니다. 이런 일들이 나아가 지역분쟁이 되면 국가 기간이 그만큼 흔들리게 되는 겁니다.”
내치가 흔들리면 안보도 흔들린다. 안보란 원래 외부적 요소보다 내부적 갈등이 더 큰 위협이 아닌가?
신 교수는 일찍 이 분야에 눈을 돌린 미국은 지난 2001년부터 내치(內治)의 하나로 ‘물 안보’ 개념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우리는 ‘물 안보’와 관련한 연구나 준비가 너무 부족합니다.”
신 교수는 ‘한국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물 안보가 확립되었나’와 ‘물 문제로 나라가 쇠퇴할 것인가 아니면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인가’를 10일 첫 삽을 뜨는 4대강 살리기와 연관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
- ▲ 부산시민들의 취수원인 물금 취수지. ⓒ 뉴데일리
신 교수는 물 관리 정책과 4대강 사업에 대해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첫째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와 가뭄 등 환경 재해에 대비할 수 있도록 물 안보체제가 구축돼 있나?
둘째 무분별한 도시 팽창과 개발로 황폐해진 하천을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틀에서 건전하게 복원할 수 있는 대안을 갖고 있나?
셋째, 물 관련 산업이 기술적으로, 정책적으로 녹색성장을 이끌 수 있는 원동력을 갖고 있나? 등이다.첫째 질문에 대해 신 교수는 “‘기후변화에 대비한 물 안보'란 관점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고 설명한다.
“이미 세계의 많은 국가들은 물을 국방과 같은 안보 차원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독립된 관리 부서를 두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물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습니다.”
신 교수는 외국의 경우 많은 전문가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홍수, 물 부족 등 물 안보의 필요성에 대해 다양한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대안도 없이 정치·경제적 논리로 물 문제를 풀어가려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우리나라도 물 문제를 안보 차원에서 접근해 현 세대와 미래 후손들을 위한 생존의 화두로 삼아야 한다”며 “4대강 살리기 역시 ‘물 안보'란 관점에서 철저한 준비와 주도면밀한 시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황폐해진 하천을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틀에서 건전하게 복원할 수 있는 대안은 있을까?
신 교수는 ‘안전하고 건전한 하천’이란 홍수와 가뭄을 관리하는 ‘치수 기능’, 물 공급과 강을 통한 운송 등 경제적 편의를 위한 ‘이수(利水) 기능’, 하천 자정능력을 지속하고 생태를 보전하며 시민이 하천의 상쾌한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환경 기능’ 등 세 가지가 서로 조화를 이뤘을 때 가능하다고 정의했다.
“우리나라 하천은 무분별한 개발과 없다시피 한 정책으로 ‘안전하고 건전한 하천’의 어느 한 가지 기능도 온전하게 유지하고 있지 않습니다. 인간과 하천이 서로 기대어 공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신 교수는 이 같은 면에서도 4대상 살리기 사업은 ‘죽어가는 하천의 환경과 생태를 아우르며 살리는 종합예술’이어야 한다고 주문했다.물 관련 산업이 기술적이나 정책적으로 녹색성장을 이끌 수 있는 원동력을 갖고 있을까.
신 교수는 “우리나라의 물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산업은 선진국의 60% 수준”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물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들은 물 문제를 국가의 녹색성장과 동일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국가경제 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사항으로 여기면서 모든 기술적, 경제적, 정책적,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지요.”
신 교수는 낙후한 물 산업을 육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녹색성장이 견인되도록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소중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신 교수는 “우리나라의 젖줄인 4대강을 보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보다 효율적으로 가꾸고 관리하자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이제 4대강 살리기에 대한 단순한 찬반 논쟁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철저한 준비와 수행을, 전문가들은 보다 면밀한 연구를, 그리고 모든 국민들은 관심과 참여로 흩어져 있는 구슬들을 꿰어 보배로 만들듯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 몇가지 제안을 했다.
“첫째로 4대강 사업은 수자원확보, 재해 방지 및 하천생태 복원, 그리고 안전한 식수공급을 통한 국가 물안보 확보를 위한 사업이어야 합니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후변화에 따른 수환경 변화, 식량, 보건 및 에너지안보와 유기적인 연계대책이 필요하다고 신 교수는 강조했다.
또 현재 구조물 설치에만 집중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을 궁극적으로 통합 물관리 개념을 도입해 물관리 체계 개선 등의 소프트웨어적 준비가 동시에 수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4대강 살리기는 적극적인 주민 참여와 관심 속에서 성공할 수 있습니다. 또 중앙집중적 하천관리체계에서 벗어나 지역경제 활성화와 발전을 위한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신 교수는 4대강 살리기가 국가의 미래가 걸린 대역사라고 다시 한 번 힘주어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