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09 월드시리즈에 출전, 역투를 거듭하고 있는 박찬호(36).  ⓒ 연합뉴스
    ▲ 2009 월드시리즈에 출전, 역투를 거듭하고 있는 박찬호(36).  ⓒ 연합뉴스

    양키스에게 내리 2,3,4차전을 내주며 월드시리즈 패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던 필라델피아가 기사회생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한국시각으로 3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미국프로야구(MLB)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선발 클리프 리의 호투와 강타자 체이스 어틀리의 맹활약에 힘입어 양키스를 8대 6으로 제압, 승부를 6차전까지 끌고 갔다(시리즈 전적 2승 3패).

    특히 박찬호(36)는 8회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매조지(비자책 1점), 팀 승리에 일조하며 이틀 연속 '완벽투'를 선보였다.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박찬호는 3번 등판(2⅓이닝)해 단 한 점의 자책점도 기록하지 않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지면 우승컵을 양키스에 내줘야 하는 궁지에 몰렸던 필라델피아는 에이스 클리프 리를 내세워 '배수의 진'을 쳤다. 이같은 팀의 기대에 부응하듯, 리는 7회까지 3실점으로 역투, 팀 승리를 견인했다.

    필라델피아 타선 역시 7회까지 8점을 뽑아내며 승기를 굳히는 듯 했다. 그러나 위기는 8회에 찾아왔다.

    눈부신 호투를 거듭하던 리가 8회들어 연속 3안타를 맞으며 대량 실점의 위기에 놓인 것. 이에 찰리 매뉴얼 필라델피아 감독은 불펜을 바라보며 오른손을 치켜 들었다. 바로 우완투수인 박찬호의 투입을 명령한 것이다.

    사실 8회 박찬호의 등판의 다소 의외였다. 양키스의 다음 타자가 스위치타자와 좌타자로 포진됐기 때문. 하지만 박찬호에 대한 감독의 믿음은 확고했다. 전날에 이어 이날 경기에서도 가장 큰 위기의 순간에 그는 박찬호란 카드를 꺼내들었다.

    첫 타자 5번 닉 스위셔를 상대한 박찬호의 구질은 예리했다. 140km 후반대의 투심 패스트볼과 130km 대 체인지업에 스위셔는 2루 땅볼로 맥없이 물러났다. 하지만 그 기회를 틈타 2루에 있던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3루까지 진루했다.

    다음 타자는 6번 로빈슨 카노. 역시 박찬호의 포심 패스트볼에 방망이를 빗맞히며 평범한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나는 듯 했다. 그러나 필라델피아의 어설픈(?) 수비 덕에 3루에 있던 로드리게스가 홈을 밟아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후속 타자 브렛 가드너를 유격수 플라이로 막아내고 마운드를 내려간 박찬호는 8회말 자신의 타순 때 대타로 교체됐다.

    필라델피아는 전날 '불쇼'를 선보인 마무리투수 브래드 릿지를 대신해 9회 라이언 매드슨을 올렸으나 3안타를 얻어맞고 1실점하는 아슬아슬한 모습을 연출했다. 다행히도 양키스의 추격은 여기까지였다. 단 1점만을 내주고 8대 6 스코어를 굳게 지킨 필라델피아는 월드시리즈 전적 2승 3패를 만들며 우승을 향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필라델피아와 양키스의 6차전은 5일 뉴욕의 뉴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선발은 페드로 마르티네스(필라델피아)와 앤디 페티트(뉴욕)가 예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