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하마드 알리 모스크(모카담 언덕의 성채 시타델).
    ▲ 무하마드 알리 모스크(모카담 언덕의 성채 시타델).

    동서무역의 길목, 이슬람 세계의 중심지

    인천 국제공항을 떠난 대한항공의 카이로 직행 여객기는 푸른 초원의 몽골과 만년설이 하얗게 덮인 알타이산맥을 지나 서로 비행을 계속 하다가 카스피 해 부근에서 남서로 방향을 바꾸어 내려간다.
    12시간 남짓 비행 끝에 여객기는 지중해를 건너 아프리카 대륙으로 들어서면서 바로 사막에 자리한 카이로 국제공항에 내린다. 세계적인 관광지인데도 공항시설이 낡고 허술하다.
    공항 안팎에 흰 유니폼을 입고 자동단총으로 무장한 관광경찰들의 경비가 삼엄하다.
    이집트에서는 외국관광객의 안전을 위해 공항뿐만 아니라 주요 관광지, 심지어는 호텔까지도
    관광경찰이 배치되어 있다. 공항을 떠나면서 공항광장에 서 있는 람세스 2세의 오벨리스크를 만난다. 고대 이집트 문명과의 첫 만남이다. 일반적으로 이집트 여행은 수도 카이로에서 시작된다.
    카이로는 이슬람 군이 이집트를 정복하면서 세운 「승리자의 도시」이다.

    "바다를 피하라" 1천년 수도 알렉산드리아에서 천도

    2천 년의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고도古都인데도 카이로는 이집트의 다른 도시에 비하면 그 역사가 짧다.
    카이로가 역사에 처음 등장한 것은 1세기 끝 무렵, 로마군이 지금의 올드 카이로에 바빌론 성Fort Babylon을 구축하면서였다. 이렇게 시작된 카이로는 7세기 중반, 이집트를 점령한 이슬람 군의 장군 아므르 빈 알라스Amr Bin Alas가 바빌론 성 근처에 군영도시軍營都市 푸스타트Misr al-Fustat를 새로 세워 이집트 통치의 거점으로 삼으면서 수도가 되었다. 약 1천년 동안 그레코·로만 시대의 수도였던 알렉산드리아에서 이곳으로 수도를 옮긴 것은 바다를 끼고 수도를 두지 않는다는 이슬람 군의 점령원칙 때문이었다.
    그 뒤 10세기 말, 파티마 왕조<909~1171>는 푸스타트 북동 3㎞에 새로운 수도를 건설하고 미스르 알 카히라Misr Al-Qahirah라고 이름지었다. 아랍어로 「승리자의 도시」라는 뜻이다.
    이것이 이탈리아어로「카이로」라고 불리게 되었다.

  • ▲ 시타델에서 본 카이로 (술탄 하산 모스크와 리파이 모스크 뒤로 카이로 시내).
    ▲ 시타델에서 본 카이로 (술탄 하산 모스크와 리파이 모스크 뒤로 카이로 시내).



    반 십자군의 영웅이 세워...카이로는 이탈리아어

    이어서 12세기 아이유부 왕조<1171~1250>시대에 반 십자군의 영웅 살라딘이 카히라의 남부 모카탐 언덕에 성채 시타델Citadel을 세워 새 카이로를 구축했다. 이렇게 발달한 카이로는 13~15세기 맘루크 왕조<1250~1517>시대에는 동서무역의 길목으로 크게 번창하여 바그다드를 대신한 이슬람 세계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카이로는 이 당시의 카이로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현재 이슬람지구에 남아 있는 역사적 건축물의 대부분이 이 시대에 건조되었다. 그 뒤 16~18세기, 이집트가 오스만 터키 제국의 속주<1517~1798>가 되면서 카이로는 잠시 침체했다. 그러다가 18세기 말, 프랑스의 침략<1798~1801>에 이어 19세기 말, 영국의 보호국<1882~1952>이 되면서 카이로는 근대도시로 정비·확장되어 오늘의 모습을 갖추었다.

    서울의 절반만한 크기에 1천5백만 인구

    카이로는 사막도시이다. 사막지대에 나일 강을 끼고 발달했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면적이 동서 10㎞, 남북 15㎞ 밖에 안 된다. 이렇게 좁은 곳에 1천 5백여만 명이 거주하고 있어 카이로는 세계적인 인구 초과밀의 도시이다. 최근에 카이로 교외 사막지대에 위성도시를 개발하여 확장하고 있다.
    카이로의 첫 인상은 모스크의 첨탑에서 흘러나오는 이슬람 소리, 교통질서를 무시한 채 경적을 울리며 마구 달리는 자동차 소리, 야채를 싣고 덜컹거리며 거리를 지나가는 당나귀수레 소리, 길모퉁이 곳곳에 서서 떠드는 이집트인들의 잡담소리, 골목을 다니며 둥글고 납작한 빵 아이시Aish를 파는 빵 장사의 고함소리, 이런 소리들이 뒤범벅되어 매우 시끄럽고 무질서한 도시로 보인다. 하지만 카이로는 아프리카·중동·서구의 다양한 문화가 섞여 있고 고대 이집트의 토착종교·초기 그리스도교·이슬람교가 함께 어우러져 있는 매우 매력 있고 활력이 넘치는 이슬람 도시이다.

    일곱개 민족문화가 지나간 땅

    카이로는 그 특징에 따라 뉴 카이로, 올드 카이로, 이슬람 카이로, 그리고 옛 유적지 카이로로 나뉜다. 카이로에서 여행자들이 제일 먼저 찾는 타흐리르 광장 일대가 뉴 카이로이다. 그 남으로 카이로의 발상지 푸스타트와 초기 그리스도 교회들이 남아 있는 올드 카이로, 동으로 중세 이슬람의 모습이 남아있는 이슬람 카이로가 자리한다. 그리고 동북부 교외공항근처의 태양도시 헬리오폴리스, 남서부 교외의 세 피라미드로 유명한 기자와 고대 이집트의 첫 왕도 멤피스에 옛 유적지들이 자리한다.
    카이로는 그 역사가 오래되었다. 더욱이 이곳에는 페르시아·그리스·로마·이슬람·오스만 터키·프랑스·영국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민족과 그들의 문화가 지나 갔다. 그리고 종교가 두 번이나 완전히 바뀌었다. 그러다 보니 카이로에는 볼거리가 많다. 여행 일정이 짧더라도 꼭 보아야 할 곳으로는 뉴 카이로의 이집트 박물관, 파라오 촌, 카이로 타워, 올드 카이로의 로마 타워, 콥트 박물관, 아기 예수 피난교회, 이슬람 카이로의 시타델 성채, 무함마드 알리 모스크, 술탄 하산 모스크, 죽은 자의 도시, 재래시장 칸 엘-칼릴리가 있다. 그리고 카이로 교외에 있는 기자의 세 피라미드와 대스핑크스, 나일 크루즈에서 보는 밤의 나일 강이 있다.

  • ▲ 카이로 타워와 게지라 섬.
    ▲ 카이로 타워와 게지라 섬.



    이집트 심장 뉴카이로
    나세르 '해방광장'...나폴레옹 궁전...'아이다' 초연 오페라 하우스

    카이로의 중심에 자리한 뉴 카이로, 이곳은 19세기에 카이로 나일 강의 동안에 발달한 신시가로 당시의 파리를 본받아 건설한 이집트의 심장이다. 그 중심에 타흐리르 광장Tahrir Sq.이 있다.
    타흐리르는 「해방」이라는 뜻으로 나세르가 「1952년 혁명」을 기념하여 만든 광장이다.
    광장에 이집트 박물관, 카이로 시의 합동청사, 그밖에 은행·백화점·호텔·극장·아랍연맹 빌딩
    그리고 19세기 영국풍의 고층빌딩과 쇼핑상가들이 모여 있다. 광장의 북동으로 조금 떨어져서 람세스 광장과 람세스 중앙역이 있다.
    광장의 동으로 조금 가면 오페라 광장과 무함마드 알리가 조성한 에즈베키야 공원이 있고,
    그 주변에 나폴레옹이 궁전으로 사용했던 건물의 일부가 남아 있다.
    동으로 좀 더 가면 아타바 광장과 「카이로의 부엌」이라고 불리는 식료품 재래시장 수크 이르-아타바Suuqil-Ataba가 있다. 오페라 광장에는 1817년에 오페라 「아이다」가 초연된 오페라 하우스가 있었으나 1971년에 화재로 타버렸다.

    갈대 숲에 숨은 '아기 모세' 찾아낸 '성서의 땅'

    광장의 남동으로 조금 가면 아브딘 궁전Abdin Palace, 그 동으로 이슬람 카이로가 인접해 있다.
    이 궁전은 19세기 후반 무함마드 알리 왕조 시대의 파샤총독 이스마일이 세운 궁전이다. 이스마일은 수에즈 운하의 무리한 추진으로 막대한 외채를 누적시켜 이집트에 경제 파탄을 가져왔다. 그리고 그것이 영국이 이집트를 점령하는 구실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그 일부를 대통령 관저와 전쟁박물관으로 쓰고 있다.
    광장의 서로 타흐리르 다리를 건너면 게지라Gezirah섬이 나온다. 게지라는 아랍어로 「섬」이라는 뜻이다. 이 섬이 파라오의 아기박해를 피해 갈대 상자에 넣어 나일 강의 갈대숲에 숨겨놓은 아기 모세를 왕녀가 발견하여 건져냈다는 「성서의 땅」이다. 이 섬에 타흐리르 공원·카이로 타워·현대 미술관·오페라 하우스·박물관 등이 있다. 카이로의 상징인 카이로 타워Cairo Tower는 높이가 187m의 원통 모양의 기념건축물이다. 16층의 맨 꼭대기 전망대에서 나일 강, 카이로 전경, 그리고 멀리 피라미드까지 볼 수 있다.

  • ▲ 이집트 박물관 중앙 홀.
    ▲ 이집트 박물관 중앙 홀.



    100개 전시실에 유물 12만점: 이집트 박물관

    타흐리르 광장에 있는 이집트 박물관Egyptian National Museum은 고대 이집트 문명과 5천 년의 이집트 역사를 결집해놓은 세계적인 박물관으로 12만 점의 고대 이집트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이 박물관은 1858년에 이집트의 고적 관리 감독관으로 부임한 프랑스 고고학자 오귀스트 마리에트가 유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부라그Bulag에 박물관을 개설한 것을 1902년에 지금의 건물로 옮겨왔다. 고대 이집트 문명을 처음 대하는 여행자는 이 박물관부터 방문하는 것이 이집트 여행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박물관에는 천장이 없는 중앙 홀을 비롯하여 100개의 전시실이 있다. 1층의 각 전시실에는 각종 조각상·돋새김·벽화·공예품·파라오의 미라에 이르기까지 많은 유물이 시대별로 전시되어 있다.

  • ▲ 하트셉수트 스핑크스(이집트 박물관). 
    ▲ 하트셉수트 스핑크스(이집트 박물관). 


    2층에는 투탕카멘 전시실·미라 실·파피루스 실 따위 유물 종류별 특별전시실이 있다. 그 많은 전시물을 짧은 시간에 보려면 유명한 전시물 중심으로 중점적으로 관람할 수밖에 없다. 박물관 정원에 앨러배스터로 만든 두 개의 스핑크스가 있다. 서쪽에 고대 이집트의 유적 관리에 공적이 큰 프랑스 고고학자 오귀스트 마리에트의 동상이 있고 그 밑 땅 속에 그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

    1858년에 세운 5천년 유물의 파노라마

    카이로의 국립 이집트 박물관은 1858년에 창설한 세계 최대의 이집트 박물관으로 선사시대부터 로마시대까지 약 5천 년에 걸친 유물 12만 점을 소장하고 있다. 1층은 각종 유물이 시대 순으로 전시되어 있고. 2층은 투탕카멘의 유보遺寶, 목관, 파피루스, 신상, 미라 따위가 전시되고 있다.
    주요 전시물로는 우선 1층 입구의 중앙 홀에 4체의 람세스 2세상이 서 있다. 그 안쪽 43호실 통로에 짙은 녹색 점판암의 나르메르팔레트와 히에로글리프 해독의 열쇠가 된 로제타 스톤의 복제품(원본 대영박물관 소장), 그리고 중앙 홀의 맨 안쪽에 거대 한 아멘호테프 3세와 왕비의 좌상이 전시되고 있다.
    홀의 왼쪽 통로와 그 옆 전시실에 고왕국시대의 유물이 전시되고 있다. 47호실의 조세르 왕의 좌상, 멘카우라 왕과 두 여신의 세 입체상, 맥주를 만드는 여성 상, 42호실의 촌장의 목상이라 불리는 멤피스 최초 신관 카 아페르 상, 50cm 크기의 작은 서기 좌상, 기자의 제2피라미드를 만든 높이 2m의 파라오 카프라의 암제 좌상, 32호실의 아름답게 채색된 높이 1m의 헬리오폴리스 태양신전의 신관 라호텝과 네페르트 부부 좌상, 그 옆에 메이둠의 거위 벽화가 유명하다. 37호실은 쿠푸의 어머니 왕녀 헤테프레스의 특별실로 헤테프레스 상과 그녀가 사용했던 의좌, 침대 따위 부장품이 전시되고 있다.

    투탕카멘 유물만 2천여점...파라오 미라 12체...

    26호실로부터 13호실까지는 중왕국시대 유물이 전시되고 있다. 통로에 있는 높이 2m의 적흑백의 멘투호테프 2세 석조좌상과 24호실의 오시리스 신상이 유명하다. 12호실부터 시작되는 신왕국시대의 전시실에는 12호실의 아멘호테프 2세 상, 우유를 마시는 하트호르 여신을 상징하는 암소 상과 투트메스 3세의 입상, 10호실의 신 호룬과 어린 람세스 2세의 석상, 람세스 2세의 딸 메리타 아문 상, 9호실 앞 통로의 사카라 왕명 표, 6호실 앞 통로의 여왕 하트셉수트의 스핑크스, 3호실의 대표적 아르마나 미술작품인 파라오 아크엔아템의 거상, 왕녀의 머리 상, 왕비 네페르티티의 미완성 머리 상, 캐노푸스 단지 따위가 유명하다. 25호실부터는 말기왕조시대의 유물, 그리고 34호실부터는 그레코·로만시대 이후의 유물이 전시되고 있다.

  • ▲ 투탕카멘 황금 마스크(이집트 박물관).
    ▲ 투탕카멘 황금 마스크(이집트 박물관).


    2층에는 투탕카멘의 유물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 유물로 황금 마스크, 황금 관, 황금 목걸이를 비롯하여 투탕카멘의 실물 크기 입상, 왕의 전차, 목관, 앨러배스터 항아리, 침대, 황금 침대, 옥좌 따위 2천여 점의 유물이 전시되고 있다.
    그밖에도 2층 27호실의 공물을 나르는 여성 상, 24와 29호실의 파피루스문서와 필기 용구, 19호실의 신상, 그리고 사자의 책, 제1왕조부터 비잔틴 시대까지의 목걸이를 비롯한 각종 장식품이 전시되고 있다. 오른쪽 끝에 있는 미라 특별실에는 람세스 2세의 미라를 비롯하여 제18~20왕조의 파라오의 미라 12체가 전시되고 있다.

    기파랑(02-763-8996)의 <이집트의 유혹> www.guipar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