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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첫날(6일)과 어제(20일)만 정상이고 나머지는 다 파행이다. 부끄럽다"
21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교과위)의 서울대학교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박보환 의원의 하소연이다. 교과위의 2009년 국정감사를 보면 "불량상임위"란 홍준표 전 원내대표의 비판에 수긍이 간다. "애당초 국감 의지가 없었던 것"(이군현 한나라당 의원)이란 주장에 귀가 쏠릴 정도로 교과위 국감은 '파행'이란 단어로 밖에 표현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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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과학기술위 국정감사에서 서울대의 자료제출, 정운찬 총리의 증인채택 문제로 공방이 계속되자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국감 좀 하자며 작년 신문내용을 본인 컴퓨터와 옆자리 민노당 권영길 의원 컴퓨터 앞에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대한 종합국감만 남겨둔 상황인데 이날도 교과위는 오전 내내 정운찬 국무총리를 두고 입씨름만 했다. 회의는 30분이 지나서 시작했는데 피감기관의 업무보고도 듣지 않은 채 곧바로 여야 의원들간 '의사진행발언'이 쏟아졌다. 박 의원이 "교과위가 아니라 의사진행발언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 할 만큼 이런 상황은 매번 반복된다.
이쯤 되면 의원들도 허탈하다. 교육은 물론 과학기술 분야까지 다루기 때문에 따져봐야 할 정부정책도 타 상임위에 비해 방대하다. 그런데 한나라당 김선동 의원은 "하나도 준비한 자료를 질의하지 못했다"며 한숨만 내쉬었다. 김 의원은 "보통 15~20개 정도 질의를 준비해가고 서면질의를 통해서라도 다 하려 하지만 오늘같이 파행되는 날은 하나도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같은 당 권영진 의원도 "70개가 넘는 질의 자료를 준비했는데 질문한 건 20개 정도 밖에 안된다"며 "나는 그래도 많이 한편이다. (다른 의원들은) 5분의 1정도 밖에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이날 국감에선 "야당의 요구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우리가 도대체 몇번째 파행이냐. 이제 국감 좀 시작해보자"(서상기 한나라당 의원)는 애원까지 나왔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의사진행발언인지 질의인지 구분이 안될 의원들 발언에 피감기관 관계자들이 웃는 상황까지 연출됐지만 이를 지적하는 의원은 없었다. 오히려 의원들 스스로도 '어이없다'는 듯 동료 의원 질의를 웃으며 지켜보는 희한한 풍경을 보였다. 봉화직염으로 병원 입원치료를 받으며 국감에 참석 중인 권 의원은 "창피하다. 여당이 국감을 하자는데 야당이 하지 말자는 웃지 못할 상황"이라고 한숨만 쉬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