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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정감사를 받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폭발했다. 13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다. 발단이 된 것은 용산 사태였다. 오 시장은 이 문제에 매우 신중한 접근을 했다. 지난 8일 행정안전위원회의 국감 때 부터 계속되는 질의에 오 시장은 '맡겨달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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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일 서울시청 서소문 별관에서 열린 국토해양위원회의 서울특별시 국정감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의원들의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연합뉴스
진행 중인 협상내용 공개 요구에도 오 시장은 "구체적 협상 과정 내용을 말하면 많은 억측이 생기고 결과적으로 (타결에) 도움이 안될 것 같다"며 양해를 구했다. 이날 열린 국토위의 국감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의원 질타가 쏟아졌다. 대부분 서울시 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었다. 잘 참던 오 시장이 폭발한 이유는 "서울시의 해결노력이 부족하다"는 전제를 갖고 비판하는 야당 의원의 질문 때문.
민주당 조정식 의원의 질의가 끝나자 오 시장은 작심한 듯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용산 문제에 대해선 오늘 증인신문을 했고 여야를 막론하고 많은 것을 느끼셨을 것이다.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 오늘 (용산사태 관련) 증인과의 대화과정에서도 그렇고, 용산 해법이 나올 때 마다 최근 언론 보도나 범대위의 주장에서도 그렇고, (유가족이) 요구하는 것은 임시상가제공과 정부의 공식사과 두 가지 조건 외에는 없다. 다른 게 언급되는 것을 봤나? 장례비는 계속 늘고 있지만 장례비를 언급한 적 없다. 유가족 위로비에 대해서도 언급이 한 번도 없다. 어느 정도 접근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 행안위 국감에서도 협상경과와 내용을 소개해달라는 의원들 요청을 받았지만 양해를 구했다. (협상과정을) 밝히는 게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다"
짧은 질의응답 시간 탓에 국감장에서 오 시장의 해명기회는 좀처럼 없다. 답답했던 오 시장으로선 국감 막바지에 속내를 털어놓은 것인데 그의 다음 발언이 문제가 됐다.
"말씀 한 마디가 중요하지만 협상은 주체가 있어야 한다. 의원님은 국감장에서 말씀으로만 관심을 표하지만 서울시는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 유가족 접촉은 내 스스로 판단하겠다. (유가족과의 접촉을) 절대 망설일 건 없다"
발언이 끝나자 조 의원과 오 시장간 설전이 오갔다
조정식 "지금 오 시장이 용산참사를 말하면서 '의원들은 말만으로 관심을 표하고 있다'고 했다. 대단히 중대한 발언이다. 취소해야 한다"
오세훈 "취소할 생각 전혀없다"
조정식 "우리도 계속 용산 다녀오고 유가족 만났다"
오세훈 "만나는 게 결과에 도움이 되는지는 별개다"
조정식 "말만이라는 발언은 용납할 수 없다"
오세훈 "아무리 피감기관장이지만 그동안 노력하지 않은 것을 전제로 훈계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조정식 "의원들이 말만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그 발언 취소해야 한다"이병석 위원장이 "(오 시장 발언을) 확인하려면 속기록을 또 봐야 한다"며 마무리 지으려 했지만 조 의원은 "내가 분명히 들었기 때문이다. 이게 피감기관장이 할 얘기냐"고 따지며 논란은 확산됐다. 현기환 한나라당 의원까지 나서 "좀 흥분하셨던 것 같다. '의원들은 용산사태와 관련, 말씀만으로 관심을 표한다'는 표현은 자칫 (의원들을)비하할 수 있기에 시장의 입장을 들어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도 "자질을 의심할 중대한 실언을 했다"며 "당 차원에서 묵과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놨다. 결국 이 위원장도 "진의가 어디있든 오 시장이 적절치 못하 표현에 대해 사과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오 시장도 "조금 거친 표현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심려를 끼친 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지만 용산 사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며 야당 공격에 꿋꿋이 맞서는 강단을 보였다.
"오늘 아침부터 용산에 관한 언급을 거의 모든 의원이 했다. 내가 기본적으로 섭섭했던 것은 증인신문과정까지 마치는 과정에서 (의원들도) 충분히 미뤄짐작이 가는 대목이 있었을 것이다. 모 의원도 질문과정에서 '서울시가 잘해나가고 있는 것 같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 사람은 느낌을 똑같이 받는다. 그런데 굳이 '서울시는 노력하지 않고 있다'는 표현을 늘 전제처럼 듣고, 듣고, 또 들으며 (피감기관장으로서 지켜야 할) 금도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섭섭한 느낌이 쌓였다. 다시 말하지만 (용산사태 해결을 위해선) 정치적 접근은 도움이 안 된다. 이 문제는 이제 범대위와 서울시의 협상이 남은 단계다. 관심표명은 고맙지만 나는 협상과정에서 정치적 요소가 끼어드는 것은 협상을 저해한다고 생각한다. 충정을 갖고 여러가지 언급해줄 순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협상과정에서 역효과가 날 수 있는 부분을 충분히 고려해줬으면 한다"
국토위는 이후 추가질의를 하려 했으나 오 시장의 강단에 눌려 분위기가 바뀌자 추가질의 없이 국감을 끝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