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품' 막걸리가 공식 외교 무대에 본격 데뷔한다. 청와대는 9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의 방한에 맞춰 '막걸리 마케팅'에 주력한다. 이번에 선보일 막걸리는 쌀을 주원료로 하면서, 한국 기술로 일본 야생종 '야마카와무라사키(山川紫)'라는 품종과 한국 품종 '건미'를 교배해 생산한 '자색 고구마'가 포함됐다는 점에서 '쌀소비 촉진'과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라는 두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자색 막걸리는 항암효과가 있으며 특히 일본인이 좋아하는 색깔을 띠고 있어 본격적으로 수출길이 열릴 경우 쌀과 자색 고구마가 각각 연간 35t과 15t 이상 소비돼 농가에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일본에서는 항암, 노화방지 등 효능이 알려지면서 자색 고구마가 주목받고 있어 '웰빙주' 막걸리와 결합한 상품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하토야마 총리와의 정상회담과 공동 기자회견에 이어 청와대 상춘재에서 마련되는 한일 정상 내외간 오찬 식탁에 자색 막걸리가 오를 예정이다. 막걸리가 대통령 공식 외교행사에 건배주로 사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상간 오찬 만찬 등 공식 외교행사에서 부동의 자리를 지켜온 와인을 밀어내고 막걸리가 나오게 된 것은 이 대통령이 직접 내놓은 아이디어다.

    하토야마 총리와 부인 미유키(幸) 여사는 평소 한국 음식을 즐기고 한류 스타를 좋아하는 친한(親韓) 인사로 알려져있어 막걸리에 대한 애정도 남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토야마 총리 내외는 지난 5일에도 일본 도쿄(東京)의 한국 음식점에서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이승엽 선수와 식사를 함께 했다.

    청와대는 또 오는 15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주한외교단 초청 다과회에서도 막걸리 칵테일을 건배주로 사용할 계획이다. 막걸리에 각종 술을 섞어 녹색빛을 낸 막걸리 칵테일은 와인잔에 담겨 나와 외교무대에 어울리는 의전주(酒)로 새로운 변신을 하게 된다.

    이날 행사에는 주한 대사와 총영사 등 각국 외교단과 부인 170여 명을 비롯해 정부측 인사, 명예영사단 등 300명 이상이 막걸리의 매력을 체험한다. 청와대는 행사장에 별도의 막걸리 시음 코너를 마련해 파전과 떡볶이, 김치 등 한식과 함께 다양한 막걸리를 맛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청와대가 이처럼 막걸리 마케팅에 적극 나선 것은 쌀 소비 촉진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G20정상회의 유치 보고 특별기자회견에서도 "풍년이 들어도 농민은 쌀값 때문에 수심이 깊다"면서 쌀 소비 촉진을 위한 '근원적 처방'을 역설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우리 전통술인 막걸리가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각광받는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 막걸리를 재평가하고 그 가치를 격상시키는 작업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 대통령의 쌀 소비 촉진 의지에 따라 앞으로도 막걸리를 공식 외교행사 등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