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시는 발상부터 잘못되었고 시대흐름에도 맞지 않고 국가발전계획에도 어긋난다. 더 늦기 전에 생각을 접고 더 바람직한 땅으로 쓸 수 있도록 대안 발전계획을 세워야 한다.

    수도는 둘이어서는 안된다

    수도는 국가라는 거대한 조직을 통합 관리하는 중앙 정부의 소재지이다. 교통, 통신이 집중하는 곳에 국가의 정책 결정 기능을 담당하는 주요 기관이 모여서 수시로 정책을 협의 조정해 나가야 국가가 체계적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운영된다. 이것은 상식이다. 역사적 특수성으로 형식적인 국가 원수인 왕의 궁전이 정부 소재지가 아닌 도시에 있어 수도가 둘인 것처럼 보이는 나라가 있으나 그것은 예외이다.

    정부의 업무가 폭주하는 21세기적 상황에서 정부 기관들을 흩어 놓는다는 것은 시대역행적인 '바보짓'이다. 국방부를 서울에 두고 육해공군 본부를 계룡시로 옮긴 후 겪고 있는 비효율, 불편을 보아오지 않았는가. 참모총장들은 매주 서울에 드나드느라고 일할 시간이 모자라 한밤중에도 근무하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수도에 있어야 할 국가 기관들을 지방으로 강제 이전 시키는 희한한 정책을 세웠다. 국방대학원, 중앙공무원교육원 등을 시골로 보내 놓으면 제대로 기능할 수 있겠는가? 세종시는 이러한 무모한 정책의 총화다.

    발상이 틀렸다

    국토발전계획은 전국민의 편의, 국가의 발전이라는 종합적 시각에서 먼 훗날 이 땅에서 살아갈 후손들의 삶의 질까지 모두 감안하여 사려 깊게 세워져야 한다. 당대 권력자의 취향, 특정 정치집단의 이익 등을 바탕으로 세워서는 안 된다. 

    세종시는 다음 선거에서 그 도시가 속한 지역의 지지표를 얻어내기 위하여 구상된 계획이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안다. 지역이기주의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이러한 발상은 그 자체가 반국가적 죄악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하는 망국적 현상의 하나로 고질적인 지역감정, 지역간 갈등, 그리고 이런 지역감정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대중영합주의를 꼽고 있다. 그래서 모든 정당들이 지역간 갈등 해소, 국민통합을 당의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렇게 지역이기주의 타파를 정책으로 내세운 정당이 어떻게 앞장서서 세종시 같은 지역주민 영합주의적 정책을 세울 수 있는가? 주권자인 전체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 아니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세종시 계획은 재검토해야 한다. 잘못을 시인하고 고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정당이 대다수의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것이다. 잘못을 저지른 정부보다 그 잘못을 외면하고 고치려 하지 않는 정부가 더 국민의 미움을 산다는 것을 잊지 마라.

    전문가들 말 들어야

  • ▲ 세종시 조감도 ⓒ 뉴데일리
    ▲ 세종시 조감도 ⓒ 뉴데일리

    2000명의 한국의 대표적 지식인들이 연명하여 세종시 계획을 재고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 역사상 아마도 처음 있는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보통 시민들은 매일 매일의 생업에 매어 있어 직접 자기에게 와 닿지 않는 국가 정책에 대해서는 대체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들은 넓게, 깊게, 그리고, 길게 사태를 보는 안목을 가진 전문가, 지식인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들의 말을 따른다. 한 가지 정책에 이렇게 많은 지식인들이 뜻을 하나로 하여 재고를 요구한다면 국민들도 이 정책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중국 정부는 의창의 삼협 입구에 양자강을 가로 막는 삼협댐을 세웠다. 삼황오제 이래의 최대 공사라는 엄청난 토목 공사를 벌여 세계 최대의 댐을 쌓아 놓았다. 북한 전체의 발전시설 용량의 4배에 달하는 발전기도 설치했다. 서부 개척의 상징이라고 자랑했다. 그러나 벌써부터 이 댐이 가져올 재앙을 두려워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1억 2천만 명이 사는 사천 분지에 3년 가뭄이 이어지고 사천에 대지진이 발생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것도 이 댐의 영향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중국 정부도 상당히 당황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 댐을 계획했을 때 중국의 각 대학의 지질 전문 학자들이 연명하여 반대 성명을 만들어 정부에 제출했었다. 예상되는 재앙을 모두 열거했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들 교수들을 모두 해임하고 건설을 강행했었다. 이제 와서 누구를 탓할 것인가? 세종시 건설에 지식인들이 목소리를 같이 하여 반대한다면 정부는 겸허한 자세로 이들의 주장을 경청하고 계획을 다시 검토하여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근대화와 도시화

    도시는 산업화의 산물이다. 산업의 중심이 농업에서 공업으로 바뀌면서 다양한 기능을 가진 사람들이 협동을 하여야 생산 효율을 올릴 수 있게 됨에 다라 손쉽게 이런 협동에 의한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 도시라는 좁은 공간에 사람들을 밀집시키는 주거 형태인 도시 건설이 불가피해졌다.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공업 생산 뿐 아니라 문화, 교육, 의료 등의 편의를 위해서도 도시화는 불가피해졌다. 그래서 선진국일수록 도시화율이 높다.

    도시화는 내버려두면 무질서하게 이루어진다. 눈앞의 편의만 생각하고 사람을 한 곳에 모으게 되면 관리 불능의 대도시가 되고 슬럼화 된다. 후진국 중에는 인구 몇 천만의 슬럼화된 도시들을 볼 수 있다.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들여다보면 생지옥이 따로 없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미리미리 도시화가 쾌적하면서도 효율성 높은 방법으로 이루어지도록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독일은 도시화율은 세계에서 제일 앞서지만 인구 백만이 넘는 도시는 세 곳밖에 없다. 작은 도시를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쾌적성과 효율성을 함께 높여가고 있다.

    한국의 국토 계획에서도 이런 지혜를 본받아야 한다. 9만8000평방킬로의 좁은 땅에서 4800만이 사는 한국에서 어떤 방식으로 도시화의 흐름을 수용해야 할까. 전문가들이 오랫동안 이 문제를 고민해오고 있다. 역시 고 이한빈 박사의 구상이 탁견이라고 생각한다. 이한빈 박사는 한국을 '조금 큰 싱가포르'로 생각하자고 제안했다. 즉 전국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생각하고 국토 계획을 세우자고 했다. 서울이 도시 중심이고 나머지는 교외로 생각하자는 이야기다. 나머지 도시들은 교외의 위성도시라 생각하면 된다. 고속전철을 순환선으로 만들면 전국을 1일 생활권으로 묶을 수 있다. 위성도시들은 각각 특성에 맞는 기능 도시로 발전시키면 쾌적한 하나의 생활공간으로 전국을 관리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발상이라면 수도를 두 개로 만들 필요가 없다. 세종시 지역은 그 특성에 맞는 소도시로 발전시키면 된다. 수도에 있어야 할 기관을 무리하게 옮길 필요가 없다. 교육도시, 문화예술도시, 경공업도시 등등 여건에 맞는 도시로 발전시켜 나가면 된다.

    더 늦기 전에 재고하자

    지난 잘못을 되새겨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더 늦기 전에 잘못을 고쳐나가야 한다. 잘못 들어선 길에서는 빨리 되돌아 나와야 한다. 그리고 바른 길을 찾아 다시 나아가면 된다.

    민주주의 박전의 원동력은 국민들의 높은 공공의식이다. 개인이나 자기 집단의 이익을 앞세워 공공이익을 저버리는 국민들이 많이 남아 있으면 민주주의는 발전할 수 없다. 한국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도 이번에 정부는, 그리고 정치 지도자들은 용단을 내려야 한다. 국가 전체 이익을 지역이기주의에 앞세우는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

    정부가 결심하면 세종시를 바로 잡을 수 있다. 지역이기주의, 그리고 이런 지역이기주의를 이용하는 정치집단의 저항을 이겨 나갈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국가 백년대계를 생각하면서 더 늦기 전에 세종시 문제를 풀어 나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세종시를 그대로 버려두는 것은 국민통합을 해치는 일이란 점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