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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을 결근해도 전화 한통화만 해주면 못자른다"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노동연구원 노동조합이 장기 무단결근까지 징계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동아일보가 25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박기성 원장의 연구원 운영에 반발해 21일부터 전면 파업을 벌이면서 사측과 단체협약 협상을 진행 중인 노동연구원 노조는 지난 8일 사측에 제출한 단협 요구안에서 △정당한 이유없이 10일 이상 연속으로 무단결근 할 때(단 결근 중 연락이 있는 자는 예외로 한다) △고의 또는 과실로 연구원에 막대한 재산상의 손실을 끼쳤을 때 등 두 경우에만 면직이나 해고 등 징계를 할 수 있도록 요구했다. 사실상 전화 한 통화만 하면 무단결근을 해도 회사가 징계조차 할 수 없는 셈이다.
이 신문은 연구원측 관계자가 “너무 불합리하다고 사측이 2월 해지한 기존 단협조차 7일 이상 무단결근 시 징계를 할 수 있도록 했고, 예외조항은 두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런 조건을 요구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연구원측은 지난 2월 "기존 단체협약은 사측의 인사 및 경영권이 심각하게 침해돼 있는 등 불합리한 조항이 많다"며 단협을 해지했었다. 노조 측은 현재까지 사측에 이 조항이 왜 필요한지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있다.
노조측은 반면 비조합원(대부분 사측)으로서 △부당노동행위, 조합 또는 조합원에 불이익 행위를 한 자 △조합업무를 방해하거나 위해를 가한 자 △조합원의 조합 활동에 대해 상급자의 직위를 이용해 직간접적으로 방해한 자는 직위·직급을 막론하고 징계에 처하도록 요구했다.
또 사측이 제시한 △상사의 정당한 지시, 명령에 불복하거나 모독한 자 △중요 직무를 고의로 조작하거나 허위로 보고한 자 △허위신고, 작성 등으로 부당하게 임금, 금품 등을 지급받은 자 △연구원 기밀을 누설한 자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된 자 등 24개 항에 대한 징계는 “징계사유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다”며 수용을 거부했다.
노조 측은 “(사측이 제시한 징계 사유는) 노조가 수행하는 건전한 비판기능을 단협에서 원천 차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부 고위관계자는 “기밀 누설, 금품 수수, 부정 채용이 있어도 징계조차 할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런 단협 요구안이 노동연구원에서 나왔다는 게 어처구니가 없다”고 지적했다. 노조 요구안대로라면 사실살 노동연구원의 사용자는 사측이 아닌 노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조는 또 ‘무단결근, 막대한 재산상 손실’ 등 그나마 있는 징계 범위도 노조 간부에게는 사실상 적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조합 임원 및 지부 간부(지부장, 상집, 감사, 대의원 등)의 인사 및 징계에 대해서는 노조의 사전 동의를 얻지 않으면 무효로 하도록 한 것. 사측은 이에 대해 “인사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며 수용불가를 고수하고 있다.
노조는 직원 채용 시 대상, 시기, 규모, 방법 등을 노조와 합의하고 채용 심사위원은 노사 동수로 구성하도록 요구했다. 노조가 ‘합의’하지 않으면 연구원은 한 명의 직원도 뽑을 수 없도록 한 것. 또 신규 채용 시 채용예정 직급, 인원 및 채용 일자를 조합에 사전 통보하도록 했다. 노조가 직원 인사고과 결과를 요청할 경우 사측이 이에 응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노조가 사실상 개별 직원의 인사고과를 마음대로 열람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측은 △근무시간 중의 조합원 교육 △연구원 시설 및 장소 이용 △연구원 업무활동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 대해 사전 승인을 얻도록 했지만 노조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노동계조차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대해 ‘노사자율결정’이라는 원칙적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연구원 노조는 ‘조합 대표가 지명하는 인원을 전임으로 인정(지부장 포함), 전임자 또는 조합원이 상급단체 등에 파견됐을 때 추가로 1명 전임’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단체교섭 기간에 한해 전임자를 1명 인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노동연구원은 전체 임직원 101명 중 조합원 57명은 일반 직원이고, 노조 가입 대상이 아닌 박사급 연구원은 34명이다.
노동연구원 노조는 민주노총 소속인 공공운수연맹 산하 전국공공연구노조를 상급단체로 두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단체협상에도 공공연구노조 관계자가 연구원 노조 간부와 함께 2∼4명씩 참석하고 있다. 연구원 관계자는 “몇몇 조항을 제외하면 대부분 해결될 것 같은 상황에서도 지부장이 상급단체 사람만 만나고 오면 협상이 깨지곤 했다”며 상급단체의 영향력이 미치고 있음을 시사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