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5전쟁은 과거가 됐지만 7.27휴전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진정한 화해가 필요합니다."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27일을 미국의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한나김(한국명 김한나.여.26)씨는 `7월27일'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조용하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미국에서 잊힌 전쟁으로 기억되던 6.25전쟁의 의미를 되새기고 미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고자 `리멤버(Remember) 7.27'이란 단체를 조직해 미 의회와 행정부를 상대로 캠페인과 로비활동을 벌여온 인물이다. 그는 지난 1년간 미 하원의원 435명의 사무실을 방문해 의회에 제출된 `한국전쟁 참전용사 인정법안'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만나 법안 지지를 요청하는 등 6.25전쟁의 의미를 재조명하는데 앞장서왔다.

    김씨는 1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많은 분의 도움으로 미 의회가 법안을 통과시켰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7월27일을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일로 지정해 미 전역에 조기를 게양토록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전협정 체결일을 기억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는 확고한 소신이 깔려 있다. "우리는 지금 참전세대인 1세대와 그 자손인 2세대, 나같은 3세대가 공존하고 있지만 정전협정으로 아직도 6.25전쟁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이 문제를 풀어야만 한반도 화해와 통일을 논할 희망이 있다는 생각에서 이 일을 하게 됐습니다."

    그가 애초부터 한반도 통일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 일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6살때 미국에 이민한 그는 한.미 간 교량역할을 하기 위한 외교관의 꿈을 실현하고자 2001년 서울대에서 유학생활을 했다. 대학 졸업 뒤 미국으로 건너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에서 전문경영인 과정을 수료하고 조지워싱턴대에서 의회관계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 와중인 2007년 4월 미국사상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인 조승희 사건이 터졌고 자신과 같은 교포 2세로서 정체성 문제로 혼란을 겪었을 조씨를 생각하면서 한없는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미국내 교포사회가 어떻게 하면 미국인들과 어우러질 수 있을까를 수없이 고민했었죠. 결국 화해가 필요하고 한국과 미국을 잇는 끈인 6.25전쟁 참전용사들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미국과 친해지고 한미동맹을 강화해야할 필요를 느꼈던 거죠."

    2006년 1월 교통사고로 죽음의 문턱까지 경험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대학원을 졸업하자마자 김 씨는 미 평화봉사단과 평화연구소 발을 들였다. "사람들은 흔히 한반도 평화라고 막연히 말하는데 그런 얘기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진정한 화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나의 할아버지가 참전용사일 수 있고, 내 친구가 그에 맞서던 중공군이었을 수 있잖아요. 이를 매듭짓고 서로 적대시하지 않아야 진정한 화해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단체를 결성한 그는 미국내 한인단체와 대학생들, 참전용사들을 찾아 자신이 하려는 일들을 설명하며 뜻을 모아나갔다. "한국전쟁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달라고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호소했고 나와 뜻을 함께한 한인들과 대학생, 참전용사들, 아마 1만명은 족히 넘을 거예요. 이분들도 의회와 행정부에 수없이 전화를 해 `호소'에 동참해줬어요. 어떤 의원 보좌관은 `제발 전화 좀 그만하게 해달라'고 오히려 제게 호소할 정도였지요."

    그는 6.25전쟁 60주년인 내년까지 목표가 있다고 했다. 한국도 미국처럼 관련 법안이 통과되고 대통령이 포고문을 내주길 바란다는 당찬 희망이 그것이다. 김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6월 조지 워싱턴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을 당시 이 대통령에게 "7월27일을 기억해달라"고 말했었다고 한다. "그때는 아주 잠깐 스치듯 뵀었는데 아마 미국 법안이 통과되기 전이라 대통령께서도 크게 와 닿지 않으셨을 거예요. 이제는 미국내 법안도 통과된 만큼 대통령과 한국 정치인들을 만나 제 의견을 소상히 전하고 싶어요."

    이미 `민간외교관'이 된 김씨는 앞으로 한반도 문제와 한미동맹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나가겠다고 했다. "무조건 행동하되 그를 뒷받침할 학문이 필요하다"는 그의 말처럼 그는 곧 관련 분야에 대한 박사과정에 도전할 계획이다.

    모교인 서울대 방문 등 개인적 일정을 위해 지난달 31일 방한한 김씨는 국가보훈처와 향군이 주최하는 유엔군 참전용사 재방한 행사에도 참가한 뒤 이번 달 하순께 미국으로 되돌아간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