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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 3천명 5조원 스위스 은행에 은닉
스위스 정부가 자국 은행의 프랑스인 고객 정보를 프랑스 정부에 공개했다.지난주 스위스의 대형은행인 UBS의 미국인 고객 명단을 미국 정부에 넘겨주기로 합의한 지 10여일 만에 프랑스 정부에도 탈세 혐의자 명단을 넘긴 것으로 확인돼 스위스 은행의 비밀주의는 사실상 금이 간 것으로 평가됐다.
프랑스 정부는 이에 따라 탈세를 위해 30억유로(약 5조3천562억원) 규모의 자산을 스위스 은행의 계좌에 은닉해온 의혹이 있는 프랑스인 탈세 혐의자 3천명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확보했다.
프랑스 정부는 오는 연말까지 이들 탈세 혐의자의 자진 신고를 유도한 뒤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본격 조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에릭 뵈르트 예산장관은 30일자 일요신문인 르 주르날 뒤 디망슈와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스위스 은행에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3천명의 탈세 혐의자 명단을 확보했다"면서 "이 리스트에는 계좌 보유자의 이름 뿐 아니라 계좌번호, 예치 금액 등 상세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가 이런 정보를 스위스로부터 건네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국 간의 이 같은 정보 교환은 지난 27일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경제장관과 한스-루돌프 메르츠 스위스 재무장관 겸 대통령이 조세정보 협력협정서에 조인한 직후에 이뤄진 것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스위스가 이 협정에 근거해 관련 자료를 넘긴 것인지는 명확치 않으나 내년 1월로 예정된 협력 협정서 발효에 앞서 두 나라가 조세정보와 관련한 협력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뵈르트 장관은 "올해 연말까지 자진신고 기간으로 정하고 스위스 은행에 계좌를 보유해온 탈세 혐의자들이 자진신고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둘 것"이라며 "이 기간에 자진신고하지 않으면 당국의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프랑스 정부는 은행 비밀주의 및 조세피난처와의 전쟁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이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투명성과 도덕성을 높인 새로운 자본주의를 위해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스위스 정부는 자국의 UBS은행에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4천450명의 미국인 명단을 미국 정부에 넘겨주기로 합의했었다. 미국 정부는 UBS에 수십억 달러의 자산을 빼돌려 탈세한 혐의를 받고 있는 미국인들에 대한 조사를 확대한 가운데 스위스 정부와 명단 공개 협상을 타결지었다.
이밖에 이탈리아, 캐나다 등도 스위스 은행들에 탈세혐의가 있는 자국인 고객의 계좌 정보를 넘겨달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는 지난 4월 비협조적인 조세피난처를 규제하기로 합의한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 직후 OECD로부터 국제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으나 앞으로 지키겠다고 약속한 회색국가군(38개국)으로 분류된 바 있다. (파리=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