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차기 정권을 선택할 8·30 중의원 선거 투표가 30일 오전 7시부터 전국 투표소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이번 선거는 초반부터 민주당의 절대 우세가 굳어지면서 지난 1955년 시작된 자민당 일당 지배라는 '55년 체제'의 종언이 예고되는 등 역사적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갖는 선거로 기록되게 됐다.

    아울러 이번 선거는 107년만에 혹서기인 8월에 실시되는 등 많은 기록을 남겼다.

    =107년만의 8월 선거=

    중의원 선거의 투·개표가 8월에 이뤄지는 것은 107년만이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가 지난달 중의원을 해산하고 8월 30일을 선거일로 정했을 당시에는 "혹서로 인해 후보자 및 운동요원들이 상당히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올여름은 전국에 걸쳐 장마가 오랫동안 계속되면서 저온 및 일조량 부족이라는 이상현상이 발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8일까지의 30일간 평균 기온은 도쿄 도심부가 예년 평균보다 0.4℃ 낮은 26.8℃였고, 오사카도 0.4℃ 낮은 28.1℃를 기록하는 등 전국적으로 예년을 밑돌았다.

    하지만, 정권교체를 둘러싼 여야간 대립이 격화하면서 각 후보 진영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예년보다 기온이 낮아도 한여름인 만큼 건강관리가 최대 과제였다. 이에 따라 각 후보 진영은 얼음과 음료수 등 후보와 운동원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공급하는데도 주력했다.

    =호우 피해지 투표 시작 시간 늦춰=

    올여름 장마전선이 오래 머물면서 국지적인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지역도 속출했다. 대표적인 피해지인 효고(兵庫)현 사요초(佐用町)는 아직도 복구가 완료되지 않아 이재민들이 집단생활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요초측은 이재민들의 아침 배식 시간을 고려, 투표 시작 시간을 7시에서 8시로 한시간 늦췄다. 공직선거법은 투표 종료 시간을 미루는 것을 제외하고는 각 자치단체별로 조정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종플루도 선거에 영향=

    29일까지 7명의 사망자를 낸 인플루엔자A[H1N1](신종플루)도 선거 과정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

    후생노동성은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1주일간 발병 환자가 15만명으로 추산된다고 28일 밝힌 바 있다.

    야마가타(山形)현의 한 자민당 후보는 개인 연설회장 입구에 스프레이식 알코올 소독액을 비치, 청중들이 입장 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후보자 본인이나 운동원들이 감염되는 사례도 있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차남 신지로(進次郞·자민당)씨와 가나가와(神奈川)현 11구에서 맞서는 민주당의 요코쿠메 가쓰히토 후보는 이달 중순 신종플루 증세로 인해 며칠간 유세를 중단해야 했다.

    =해외 파견 자위대원도 부재자 투표=

    소말리아 해적대책 등의 임무로 해외에 파견된 약 2천명의 자위대원들도 선거일 이전에 부재자 투표를 마무리했다.

    대부분은 파견지에서 투표를 한 뒤 이를 우송하는 방식으로 본국으로 보냈지만, 우편 사정이 좋지 않은 곳은 일본에서 파견을 나온 자위대원이 회수한 투표용지를 갖고 돌아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방위성에 따르면 부재자투표 대상은 대부분이 해상자위대원이었다. 소말리아 해적대책을 위해 파견된 대원은 아프리카 지부티에서, 그리고 해상자위대 연습함대를 타고 세계 각지에서 실습을 벌이는 간부 후보생들은 기항지인 인도네시아에서 투표했다.

    =각 당 지도부 지원유세 지구 2바퀴 거리=

    여야 정당이 발표한 지도부의 전국 순회 지원유세를 거리로 환산할 경우 총 8만8천㎞로 지구를 두바퀴 돈 거리에 해당한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대표가 28개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에 걸쳐서 1만6천220㎞로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다. 다음은 27개 도도부현, 1만5천680㎞를 오간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였다.

    후쿠시마 미즈호(福島瑞惠) 사민당 당수(24개 도도부현, 1만3천570㎞),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공산당 위원장(19개 도도부현, 1만1천840㎞)이 뒤를 이었다.

    민주당의 압승 구도가 굳어지면서 하토야마 대표는 지방 유세지 곳곳에서 "하토야마 총리!"라는 말을 들었다. (도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