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성영 전 성결대 총장
    ▲ 김성영 전 성결대 총장

    어제 우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떠나보냈다. 역대 대통령의 한 분으로, 특히 민주화에 헌신한 그분과 영결한 대부분 국민의 아쉬움은 한결같았을 것이다. 그의 서거는 모처럼 우리 사회에 화해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를 위한 마지막 봉사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화해 기류를 사회통합의 계기로 삼아야 하겠다. 그분의 대북 정책에 대한 평가는 아직 역사의 몫으로 남아있다는 점에서 화해의 물꼬가 더욱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이런 일을 구체적으로 내다본 것은 아니겠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제64회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분열된 국론 극복을 위해 사회통합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청와대는 지난 7월에도 이 위원회의 출범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고질적인 지역 간 갈등의 확대 부활과 좌우 이념의 극한 대립 등으로 엄청난 진통을 겪고 있다. 이에 대통령 직속으로 전담기구를 설치, 갈라진 국론을 통합하여 국민의 결집된 에너지로 승화시키겠다는 취지인 줄 안다.

    사회통합을 위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보수와 진보 간의 격돌, 종교편향 문제, 지역과 계층 간의 갈등, 노사 간의 대립 등 풀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다. 게다가 북의 핵문제로 야기된 남북 간의 첨예한 경색 국면과 이에 편승한 국내 좌파세력의 헌정질서 문란 행동 등이 맞물려 있어 사회통합은 공허한 구호처럼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헝클어진 역사의 실타래는 반드시 풀어야만 한다. 여기에는 엄청난 진통이 예상되지만 각 분야의 다양한 견해와 목소리를 수렴, 진정성 있는 대화와 실천을 통해 사회통합의 최대공약수를 찾아내야 한다. 그리하여 온 국민의 역량을 총화(總和)하여 이 변환기적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할뿐더러 국제사회를 앞서가는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구슬을 꿰듯 흩어진 국론을 하나로 묶어내기만 한다면 이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창출은 없을 터이다.

    그런데 이 과업의 성공을 위해서 유념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전제가 있다. 그것은 국민통합(National Unification)의 결과가 국가정체성의 강화(Intensification of National Identity)로 귀결돼야 한다는 점이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는 정체성 면에서 가치중립적인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피아(彼我)를 분간하기 어려웠던 지난 정부의 좌파정책 때문이지만, 이명박 정부가 표방한 실용주의와 최근의 '중도론'에 대한 오해도 한몫하고 있는 것 같다.

    현 정부의 실용주의는 오늘날 다원화된 국제사회에서 체제와 이념을 뛰어넘어 국익을 추구한다는 의미이지 목적을 위해 어떤 체제나 사상도 용인한다는 의미의 중도는 아닐 것이다. 대통령이 이번 경축사에서 "좌와 우의 어설픈 절충이 아니라 헌법정신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존중하고 더욱 발전시킨다는 전제 아래 이상과 현실의 균형을 잡는 것"이라고 중도의 의미를 분명히 밝힘으로써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켜 다행스럽다.

    이런 점에서 이번 사회통합위의 활동은 그 기조를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 회복과 강화에 두어야 한다. "따뜻한 자유주의와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해 사회통합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한 대통령의 언급 자체가 국가정체성을 분명히 확립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주지하듯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지난 10여 년의 좌파정권으로 말미암아 크게 퇴조했다. 우리 국민의 근본적인 우려는 일시적인 경제적 고통이나 사회 혼란에 있는 것이 아니라 후손에게 길이 물려주어야 할 조국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는 작금의 불안한 정세에 있는 것이다.

    국가정체성은 한 나라의 역사와 정치, 문화와 경제 등 지배적인 사회제도에 대하여 국민이 갖는 일체감이다. 이것은 국민적인 합의에 의해 지속적인 합리화 과정을 거친다는 점에서 이번 사회통합특위의 구성과 그 역할은 참으로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사회통합으로 국가정체성 확립이라는 값진 금화(金貨)를 건져야 한다. 진정한 사회통합을 이루어 건강한 나라를 만드는 일에 온 국민이 나서야 한다. "국가를 바로 세우는 데는 천 년의 세월도 부족하다. 그러나 그것을 허무는 것은 한순간이다." 시인 바이런의 시구가 새삼스럽게 들리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