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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장례식이 '6일 국장'으로 결정된 데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깊은 고심 끝에 내린 결단이 있었다. 실제 정부는 19일 저녁 8시 국무회의에서 장례방식을 결정하기 몇시간 전까지도 국민장으로 치르기로 방침을 정하고 김 전 대통령 측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국민장으로 판단한 이유는 전직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전례와 형평성, 최장 9일까지 가능한 긴 장례기간과 휴무일 지정으로 인한 손실, 차후 전직 대통령 장례에서 불거질 수 있는 논란 방지 등 세가지 이유였다. 반면 김 전 대통령 측은 노벨평화상 수상, 남북화해 무드 등 김 전 대통령의 공을 앞세워 국장을 강력히 주장했다. 현직일 때 서거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례가 유일한 국장이었으며 최규하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장으로 거행됐다.
결국 DJ라는 정치적 상징성이 큰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갖추되, 다만 장례식을 일요일에 거행할 수 있도록 6일장으로 줄이는 절충안이 마련됐다. 어느 정도 과거와의 형평과 장례로 인한 사회적 손실 방지를 위한 고려가 반영된 결과다.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장을 원하는) 유족의 뜻을 존중하고, 김 전 대통령이 국가발전에 이바지한 업적을 기리며 사회통합의 대승적 의의를 위해 국장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6일 국장'이라는 결단을 내리면서 논란을 종결지은 것은 김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지역주의 정치'를 완전히 끊고 새로운 국민통합의 시대로 가야한다는 의지가 주된 배경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0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장례방식을 놓고 내부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다"면서 "결국 고심 끝에 이 대통령의 대승적 결단으로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보수진영의 반발에 대해 "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지역주의 타파와 국민통합을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해달라"면서 "이 대통령도 쉽게 내린 결단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는 "김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으며 여러 견해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이는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화해'와 '통합'이라는 큰 변화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장례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확대될 경우 자칫 또다른 지역적·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호남민심, 야당과의 관계, 국정운영 등 여러 사항이 고려될 수밖에 없었다. 한 참모는 "기왕에 결정된 김 전 대통령의 장례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를 갖추면서 경건히 치러진다면 지역주의를 허무는 출발점이 되지않겠느냐"면서 "이념과 지역에 사로잡힌 갈등과 대립이 반복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법적으로는 김 전 대통령의 경우 국장이나 국민장 모두 가능하다. 1967년 제정된 국장·국민장에 관한 법률은 '대통령의 직에 있었던 자'와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김으로써 국민의 추앙을 받은 자'가 대상이 되며, "주무부장관의 제청으로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결정한 바에 따라 국장 또는 국민장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례비용과 관련해 국장은 전액을 국고에서 부담하고, 국민장은 일부를 보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국장은 장례기간 동안, 국민장은 장례일만 조기를 게양하고 국장일 관공서를 휴무토록 한 것이 차이점이다. 국장과 국민장을 구분하고 있는 현행법에 대한 검토를 요구하는 주장도 있어 김 전 대통령 장례 이후 이에 대한 논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