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권이 교체된지 1년 반만에 진짜로 정권이 바뀌었다는 실감을 한 2009년 7월 22일이었다. 미디어법 통과가 그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이 구사해 온 기만적 국민선동의 나팔수들이 그들의 독점적 지위를 박탈당하기 시작한 미디어계의 지각 변동이었다. 

  • ▲ 류근일 한양대 대우교수
    ▲ 류근일 한양대 대우교수

    마오쩌뚱은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했지만, 오늘의 대중민주주의 사회에선 권력은 전파 매체에서 나온다. 대중 사회 구성원들은 대학 아니라 대학원 10개를 나왔어도 방송의 밥이나 다름없다. 방송이 "여름이 오면 강물이 얼어 붙는다"고 불어대면 대중은 그걸 그대로 받아먹는다. 권위주의 시대엔 땡전 뉴스로 대중을 휘몰아갔고, 좌파 10년 동안엔 "미국산 쇠고기 먹으면 인간광우병에 걸린다"로 대중을 현혹시켰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박연차 게이트 철저히 수사해야" 하다가 노무현이 자살하자마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라고 미디어들이 온통 되배질을 하니까 대중은 대번에 시청 앞 광장을 가득 메웠다. 그게 오늘의 고학력 대중이다. 그리고 그런 대중을 가지고 노는 게 바로 미디어들이다. 특히 방송이 그러하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은 미디어의 그런 마술을 일찌감치 간파하고서 방송을 자기들의 공고한 진지로 만들었다. 미디어법은 그 아성의 두터운 장벽을 허물자는 것이었다.

    이제 대통령 선거가 있기까지는 3년 반 남았다. 방송의 다양성을 확립하지 못하면 정권은 다시 좌파로 넘어갈 수 있다. KBS MBC의 편파성을 제독(除毒)할 수 있는 공정한 방송이 그래서 시급히 출현해야 한다. 공정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작가, PD, 연출가, 기자들도 빨리 나와야 한다. 지금의 방송에선 비단 뉴스, 시사교양 프로뿐 아니라 연예, 오락 프로까지 좌파적 편향성이 장악하고 있다. 이것을 견제하지 않고서는 이명박 정부는 물론, 대한민국도 제대로 지킬 수 없다.

    각 대학에는 비좌파적 학생들이 없을 리 없다. 이들 중에는 장차 미디어계로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가진 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이들을 지금부터 키우고 훈련시키고 밀어 주어서 그들을 새로운 전파 매체에 대거 진출시켜야 한다. 대한민국 진영은 서둘러 언론학교 같은 것을 만들어 장래의 방송기자, PD, 작가, 연출가를 양성해야 한다. 그들에게 자유주의 언론관을 교육하고, 참다운 언론인은 이념의 포로가 된 '보도 일꾼' 아닌, 사실을 사실이라고 말하고, 거짓을 거짓이라고 말하는 선지자적 지성인임을 일러주어야 한다.

    대한민국 진영은 앞으로 1년 이내에 대한민국에 충실한 공정방송을 적어도 2개 정도는 만들겠다는 결의로 일대 국민운동을 일으켜야 한다. 모금운동도 좋고 방송사 설립운동도 좋다. 대한민국 진영은 이 일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그만한 것도 이룩하지 못하는 진영이라면 차라리 접시 물에 코를 박고 죽어야 한다. 노무현만 도 못한 우파라면 그런 우파를 과연 무엇에 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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