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오 국회의장이 미디어법 직권상정을 결단할지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려 있다. 김 의장의 직권상정 여부에 따라 법안의 존폐 운명은 물론 향후 정국상황이 180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일단 최악의 상황에 대비, `비상대권'을 언제든지 발동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의장실 고위 관계자는 1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국회가 사실상 기능정지 상황에 놓인 지 오래됐다"면서 "의장으로서 국회 정상화 차원에서 중대 결심을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김 의장은 이날 허용범 국회 대변인을 통해 여야 각 교섭단체에 "오늘중 20일 본회의 의사일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협의를 완료해 달라"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했다. 김 의장은 또 자신의 홈피엔 올린 글에서도 "협상하고 타협하면 못할 게 없다"며 여야간 대타협을 거듭 촉구했다.

    김 의장은 특히 홈피 글에서 "방송법으로 온통 국회가 마비되고 있다. 아니 쑥대밭으로 돼 가고 있다"면서 "네 잎 클로버를 찾기 위해 온 꽃밭을 헤집는 어린이처럼, 그 네 잎 클로버 때문에 성한 꽃, 귀한 풀들이 망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법을 네 잎 클로버,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화단에 각각 비유하면서 화단 전체가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중대 결심을 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그간의 흐름상 여권 인사들은 김 의장의 중대 결심을 `직권상정' 쪽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의 `반대입장' 표명이 직권상정 결심의 중대변수로 떠올랐다. "(미디어법 처리 본회의에) 참석하게 된다면 반대표를 행사하기 위해 참석할 것"이라는 박 전 대표의 이날 발언으로 한나라당의 전열 와해가 초래되는 것은 물론 직권상정의 명분도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장이 야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직권상정을 하더라도 친박계 의원 가운데 상당수가 반대표를 던질 경우 오히려 직권상정을 단행한 김 의장이 정치적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김 의장은 그간 소수를 무시해도 안되지만 절대 다수, 즉 전체의 3분의 2가 소수에 의해 희생되는 결과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견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즉, 169석을 보유한 한나라당이 단일대오를 유지한 가운데 자유선진당 등 제3당의 도움을 얻으면 직권상정을 적극 검토할 수 있지만, 반대로 첫번째 조건인 한나라당 자체가 내분에 휩싸여 분열된 모습으로 나오면 직권상정이 부담스럽지 않겠느냐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김 의장의 한 측근은 "박 전 대표의 발언 자체가 김 의장의 결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면서 "하지만 그 발언으로 새로운 정치적 환경이 조성된 만큼 고민을 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 의장이 여야에 대승적 차원의 합의를 거듭 촉구하는 등 중재노력을 계속하면서 이번 6월 임시국회 종료일인 25일까지 시간을 끌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