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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약 331억원 규모의 재산을 기부, 청소년 장학 및 복지재단 '청계(淸溪)'를 설립한다고 청와대는 6일 밝혔다. 이는 서울 논현동 집을 제외하고 이 대통령이 가진 거의 대부분의 재산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최고 지도자 재임 중에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기부한 것은 세계 정치사에 유례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정작 이 대통령은 이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재단 설립에 즈음해'라는 짧은 소회만 전했을 뿐 오전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아무 말이 없었다고 이 대변인은 전했다. 오히려 "굳이 알려야 되는 거냐"며 재단설립 준비과정에서 공개를 꺼려왔다고 한다.
무덤덤하기는 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도 마찬가지. 김 여사의 한 측근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아무런 말이 없다"며 "오래된 뜻이기 때문에 약속을 실천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시절부터 월급을 전액 '아름다운 재단'을 통해 기부해왔으며,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특정 단체에만 기부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건의에 따라 여러 복지사업에 나눠주고 있다.
김 여사는 2008년 2월 설을 앞두고 당선자 신분이던 이 대통령과 함께 한 아침방송에 출연해 '전 재산 사회 기부'와 관련한 뒷 이야기를 공개한 바 있다. 김 여사는 대선 막바지 이 대통령이 '사회 기부'를 공식 선언했던 상황을 특유의 유머로 설명했다.
김 여사는 당시 "연설문을 다 읽을 때까지 모르고 있다가 그 날따라 이 당선자가 꼼꼼히 읽어보라고 해서 자세히 보니 (재산 기부) 그 내용이 있었다"면서 "평소에도 그런 얘기를 들어왔기 때문에 놀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여사는 "딸들은 시집가서 상관없지만 막내 아들 장가보내고 하시지라는 딸들의 이야기가 있었다"며 "막내 아들도 언론을 통해 알았다. 아들에게 '아버지 재산 없이도 손이 두터워서 잘 살거다'고 말했다"고 농담을 곁들였다. 이어 "아들이 '12월 19일 이후로 손이 점점 얇아지고 있다'고 말하더라"고 밝혀 이 대통령과 제작진을 폭소케했다.
이 대통령은 1995년 자서전 '신화는 없다'에서 "아내와 나는 우리 재산을 아이들에게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다. 내 부모, 아내의 부모가 우리 부부에게 남겨 준 정신적 유산을 고스란히 전해 줄 것이다. 아이들은 우리를 원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성인이 되고 무엇인가를 가르치고 남겨 줘야 할 자식이 생긴다면 그 때는 우리 뜻을 알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혀 이미 오래 전부터 김 여사와 뜻을 함께 했음을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재단법인 청계 설립에 대한 소회를 전한 글에서도 "이런 결정을 내리는 데 흔쾌히 동의해준 아내와 자녀들에게 더 없는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