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의채·몬시뇰 ⓒ 뉴데일리
    ▲ 정의채·몬시뇰 ⓒ 뉴데일리

    인터넷을 지나치다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사회 기증'이란 큰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다. 근래에 없었던 통쾌한 뉴스였다. 필자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 전 2008년 1월 14일 조선일보와의 대담에서 대담하게 살 집만 빼고 모든 재산을 사회에 헌납하겠다는 약속을 먼저 지키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그리고 근래에도 다시 요구했다. 그때 벌써 이명박 대통령의 '고소영'식 인사로 또 '강부자'식 사회정책으로 민심이 걷잡을 수 없이 떠나갈 조짐을 보였기에, 또 대패한 '386 좌경 정치'가 되살아나 나라를 다시 큰 수렁으로 몰아넣을 징후가 농후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살아남는 길은 당시 공약한 재산 기부를 솔선수범하고 국민들의 고통 동참을 요구하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위구(危懼)는 드디어 쇠고기 파동 때 60만 젊은이들이 촛불시위로 치달아 이명박 정권을 초주검으로 내몰았다. 한번 떠난 민심이 돌아오는 것을 나는 지난 60년간 본 일이 없기에 당시 MB의 정치에 진저리가 났다.

    MB는 이번 재산 헌납으로 앞으로 하기에 따라서는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될 것이며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우리 역사에서는 더 말할 나위 없이 귀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 그것은 우리 역대 대통령들은 축재 문제로 큰 상처를 입거나, 축재와 권력남용 매관매직 등의 형태로 대통령직에서 쫓겨났거나, 권력 남용과 수천억씩 갈취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갔거나, 아니면 아주 근자에 이르러서는 600만달러 수수 혐의로 권좌 시기에 청렴의 대명사로 통하던 분이 진위(眞僞)도 못 가린 채 투신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졌기에 말이다.

    만시지탄이 있지만 MB의 재산 헌납은 민심회귀의 아주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MB는 큰 결단을 내렸으니 이제는 정치 행정 전반에 걸쳐 마음을 송두리째 개방해서 끼리끼리의 폐쇄성을 완전히 넘어서야 한다. 한마디로 유능한 인재를 이 민족 전체에서 등용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기회에 중요한 것은 청와대 고위직과 총리 이하 전 각료들이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큰 희생을 감행한 대통령의 정신을 어떤 모양으로든 본받아 실천한다면 민심을 돌아오게 하는데 그 이상 좋은 특효약은 없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면 무능의 극치요 집안 싸움에 목매고 있는 여당의원들이 변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야당은 허구한 날 여당 발목 잡기에 매달리거나, 자기들의 일터인 국회를 버리고 집개가 집을 튀어나가 사나운 들개가 된 꼴로 데모대들과 어깨동무하는 모습을 벗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대통령과 고관대작들의 솔선수범은 이 나라 정치 풍토를 일순간에 바꾸어 놓을 수가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예부터 덕치(德治)를 숭상해 왔고 그런 피는 우리의 혈맥 속에 연면(連綿)히 흐르고 있다.

    이것은 또한 우리의 자랑거리이며 앞으로 세계에 경외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런 우리 민족이다. 이제 입에 발린 말이나 길거리 행패로 정치를 성공하려거든 자식들까지 창피하게 만들 일들이랑 말고 정치 무대에서들 일찌감치 사라지는 것이 좋을 것이다. 국민들은 여야 그 어디에도 마음 붙일 곳이 없기에 정치적으로 일대 혼란기를 겪고 있다. 여당이 잘못하면 국민의 표가 야당으로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 중 오산일 것이고, 표가 야당으로 가지 않을 것이니 여당으로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들의 머리가 고장 나도 한참 전에 난 것이겠다.

    MB는 재산 사회기증으로 모처럼 이 땅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으니 그분의 마음과 정신 또한 일대 전환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아무리 MB가 재산을 헌납했을지라도 그의 지금까지의 통치스타일이 근본적 변화를 일으키지 않고 그 사고방식이 30, 40년 전의 이상(理想)을 오늘의 이상인 양 실현하려 한다면 모든 것은 허사가 될 뿐만 아니라 하기에 따라서는 사정은 더 나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 7월7일자 특별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