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거의 대부분 재산을 흔쾌히 사회에 기부하도록 결심하게된 가장 큰 배경은 바로 1964년 작고한 어머니 채태원 여사다. 이 대통령은 6일 청소년 장학재단 청계(淸溪) 설립을 밝히면서 "내게 이런 마음이 영글도록 한 뿌리는 어머니"라고 말했다. 재단법인 설립추진위원회는 재단 명칭을 두고 '청계'와 어머니의 이름 '태원(太元)' 사이에서 고민했었다.

  • ▲ 이명박 대통령이 총 331억4000만원 규모의 재산을 청소년 장학사업과 복지사업에 사용하기 위해 기부, 재단법인 청계를 설립한다고 청와대가 6일 밝혔다. 사진은 대선을 앞둔 2007년 3월 13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저서 '어머니' 출판기념회를 가진 뒤 지지자들에게 답례하는 이 대통령. ⓒ 연합뉴스
    ▲ 이명박 대통령이 총 331억4000만원 규모의 재산을 청소년 장학사업과 복지사업에 사용하기 위해 기부, 재단법인 청계를 설립한다고 청와대가 6일 밝혔다. 사진은 대선을 앞둔 2007년 3월 13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저서 '어머니' 출판기념회를 가진 뒤 지지자들에게 답례하는 이 대통령. ⓒ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지난 2007년 3월 저서 '어머니' 출판기념회를 통해 사실상 대선 출정을 알릴 만큼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표현해왔다. 이 책의 부제는 '생각만 해도 가슴 저미는 이름'이다.

    이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결국 나는 어머니가 남겨주신 정신적 유산을 하나씩 꺼내 쓰며 60여년을 살아왔다"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냈으며, 표지에는 이 대통령이 직접 쓴 '어머니'라는 글씨가 제목으로 박혀있다. 이 대통령은 "세월이 어머니를 잃은 슬픔은 거둬갔지만 그 자리에는 그리움이 자리했다. 슬픔보다 진한 게 그리움이라는 걸 나이가 들어갈수록 느낀다. 어머니, 그 이름을 떠올리면 오늘도 어린아이처럼 눈물이 흐른다"고 말했다.

    재단법인 청계 설립자로서 전한 글에서도 이 대통령은 "어머니는 많이 배우지 못하셨고 정말 가난했지만 늘 남을 위하는 마음을 행동으로 보여주셨다"면서 "어머니 말씀과 행동은 지금도 내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나는 오늘 어머니와의 약속을 실천했다는 것을 뿌듯하게 생각하며 하늘에 계신 어머니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인 1995년 출간한 자서전을 통해 "내 스승은 가난과 어머니"라고 밝혔다.

    자서전 '신화는 없다' 가운데 '돈 버는 법, 돈 쓰는 법'편에서 이 대통령은 우리 사회에 부족한 청부(淸富) 의식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정계에 들어와 나는 몇 가지 상처 아닌 상처를 입었다"며 "그 중 하나가 전문 경영인이 많은 재산을 갖고 있다는 여론 재판이었다"고 밝혔다.

    "재산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적은 재산도 축적 과정이 정당하지 못하면 문제가 되고, 재산이 많다고 해도 축적 과정이 정당하면 이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문제될 것이 없는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다. 우리 속담에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쓰라'는 말이 있으나, 이제는 '정승처럼 벌어 정승처럼' 써야 한다. 즉 재산은 깨끗하고 합법적으로 모아 떳떳하게 사용해야 한다"

    '일반 직장인보다 많은' 자신의 재산은 "회사 생활을 통해 정당하게 만들어진 것으로 직장인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부도 축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본보기"라며 당당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을 다짐했다. 이 대통령은 "아내와 나는 재산을 아이들에게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며 "내 부모, 아내의 부모가 우리에게 남겨 준 정신적 유산을 고스란이 전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부모를 원망하지 않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우리를 원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성인이 되고 무엇인가를 가르치고 남겨줘야 할 자식이 생긴다면 그 때는 우리 뜻을 알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첫 자서전 출간 이후 약 14년이 지나 대통령이 된 그는 "우리 내외가 살아갈 집 한 칸"을 제외한 총 331억4000만원을 청소년 장학 재단에 기부한다. 이 대통령이 가져왔던 청부론이 '큰' 실천에 들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은 앞서 1994년 한 연구재단을 설립하며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돈을 써야 하는가에 대한 작은 모델이 됐으면 하는 바람도 없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