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성공단의 임금을 4배 인상하고 토지임대료를 31배로 올려라" 북한의 요구다. 이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해야 하나? 한 마디로 우리의 자업자득이다. 북한이야 원래 그런 사람들이다. 그걸 몰랐나? 그걸 모르고 무슨 노다지나 잡았다는 듯 희희낙락 했던 우리 당국과 입주업체들이 바보지, 북한이 바보인가? 

    김대중은 말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이 부른 결과라고. 그러나 달라는대로 주기만 하지 않겠다는 게, 그리고, 봉 잡히다가 더이상 봉 잡히지 않겠다고 하는 게 '강경'인가? 그건 '강경'이 아니라 '정상'이다. 非전향 간첩과 공작원들을 모조리 북송하고도 납북 어부 단 한 명도 되돌려받지 못한 게 '햇볕'이라면 그건 '햇볕'이 아니라 굴종이다. 굴종을 하지 않는다고 '강경'? 

    김정일의 북한은 '나쁜 X들'일지언정 결코 바보가 아니다. 그들은 남북관계를 그들의 페이스대로 끌고 왔다. 남한의 자기 동맹군을 움직여 천문학적인 돈을 빨아먹었고, 이쪽을 친북과 反친북으로 갈라놓았고, 그래서 남한의 한 軸을 먹었고, 핵은 핵대로 만들었으며, "전쟁하자는거냐?"는 공갈만 한 번 쳤다 하면 남한의 상당수 여,야 정치인들, 기업인들, 언론인들, 교수들, 종교인들, 문화인들, 젊은이들을 중립화 시키거나, 유화론자로 만들 정도가 되었다. 그만 했으면 김정일의 북한은 바보가 아니라 아주 똑똑한 자들 아닌가? 머저리지는 이쪽이지...

    개인적으로 필자는 아주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머저리는 당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북한에 돈 맛을 보여주자"느니, "북한에 시장경제 바람을 불어 넣자"느니 어쩌고 한 이쪽의 어설픈 낙관론자들의 천박한 '경제주의적 사고 방식'은 비록 유치하지만 북한 나름의 '세계관적 사고 방식'의 맞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역시 정치와 철학이 경제의 상위에 있다는 것인가? 

    한 때 우리 사회의 대북인식을 주도한답시고 까불어 대던 경제주의 일변도(이건 실은 실용주의도 나발도 아니다)가 개성에서 그야말로 개망신을 당하는 것 같아, 한 편으론 씁쓸하고 또 한 편으론 "쌔고지'라는 느낌도 든다. 이래도 정신 못 차릴까? 아마도 못차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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