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오는 16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방문하는 이명박 대통령을 위해 '극진한' 예우를 준비하고 있다.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oval office)에서 단독 정상회담, 확대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을 연이어 가진 뒤 백악관 내 패밀리 다이닝룸(family dining room)에서 오찬한다.

    청와대 측은 "이같은 정상회담 코스는 미국 대통령이 상대국 정상에게 할해하는 최고의 의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양 정상이 함께 하는 시간은 2시간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의전을 따지기 보다 실용을 중시하는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각국 정상과 오찬없이 1시간 내외로 회담만 갖거나 오찬을 겸한 회담을 하는 방식 중 선택해왔다. 

    공동 기자회견의 형식도 파격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집무실 안에서 양 정상이 앉아 모두 발언에 이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집무실이 많은 인원이 들어가기에는 협소한 만큼 한미 정상이 벽난로를 배경으로 자리하고 기자들은 자리에 앉거나 선 상태로 편안한 분위기 속에 회담결과에 대한 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가진 정상 회담에서 직접 오찬을 베푸는 것은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에 이어 이 대통령이 두번째다. 고든 총리의 경우 당시 회견장의 국기 배치와 빈약한 선물로 인해 영국 언론에서 '푸대접'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의 경우 지난 2월 방미 당시 오바마 대통령과 45분간 만난 것이 전부였고, 숙소도 시내 일반 호텔이었다. 성명 채택이나 기자회견도 없었다.

    15일부터 2박 3일간 이 대통령이 머물 숙소는 백악관의 영빈관인 '블레어 하우스(Blair House)'로 결정됐다. 블레어 하우스는 백악관 건너편에 위치한 국빈용 숙소이며, 오바마 대통령도 백악관 입성 직전 당선자 신분 당시 이곳에 머물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숙소 문제에도 미국측의 세심한 배려가 있었다고 청와대 측은 전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9일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장시간 회담을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남은 임기 동안 같이 할 협력의 동반자로서 기반을 공고히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반도 주변 상황으로 인해 미국의 확고한 대한반도 방위의지와 한미연합을 확인할 것이며 북핵문제,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긴밀한 공조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전적으로 미국에서 상당한 배려를 하고 있다"고 소개한 뒤 "비교적 장시간 논의를 통해 실질적인 내용면에서, 그리고 의전면에서도 모두 의미있는 방문이 될 것"이라며 "이는 한미간 긴밀한 관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첫 회담을 통해 '한미동맹 미래비전'을 채택하게 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주변 환경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한미동맹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돼야 하는가에 대한 양국 정부의 의지를 담은 문서가 될 것"이라며 "공고한 안보 영역을 넘어 정치·경제·사회·문화로 분야를 확대한다는 것이 가장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또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구조 창출 문제와 함께 국제 테러,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기후변화, 에너지 문제 등 범세계적 이슈에 대한 효율적 협력 방안이 담겨질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