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정권 출범 후 벌어진 광우병 괴담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등 일련의 사건을 두고 "한국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다"는 의견과 "단속하면 민주주의 후퇴라고 주장한다"고 맞선 토론회가 열렸다. 시대정신(이사장 안병직)이 8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연 행사에서다.

    첫번째 발제자로 나선 임혁백 (고려대)교수는 "한국의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걱정해야 할 만큼 후퇴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평등은 진보정권 하에서도 후퇴했고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공개적으로 좌파이념으로 배척당하고 있다"면서 "이명박 정권 이후 법치는 시민의 자유와 자율성 확보를 우선하는 '법의 지배(rule of law)'가 아니라 사법기관에 의존해 법 집행의 정당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시민 자유의 침해를 정당화하는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였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또 "이명박 정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기업친화적)했지만 피플 프렌들리(대중친화적)하지 못했다"며 "4·19총선에서 문제점들과 이명박 정부에서 보여주고 있는 시장에 의한 정부 등이 민주주의 퇴보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촛불시위와 노 전 대통령 국민장 기간 때 전경버스로 서울광장을 봉쇄한 '명박산성'은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상징"이라며 마스크 금지법·사이버모욕죄 법안 등을 정치적 자유를 침해하는 반(反)민주적 악법으로 규정했다.

  • ▲ <span style=시대정신은 8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뉴데일리 " title="▲ 시대정신은 8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뉴데일리 ">
    시대정신은 8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뉴데일리

    뒤이어 발제한 김주성(한국교원대)교수는 "헌법을 지키려 하지 않고, 이를 단속하면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주장한다"고 지적한 뒤 "현행 법규가 지켜지지 않는 사태는 법치주의 후퇴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집시법을 위반했으면서도 불법집회가 아니라는 주장이 많고 왜 그러느냐고 물으면 집시법이 잘못됐다는 반응이 나온다"며 "현행법은 위헌 판결이 나오거나 개정되기 전까지는 누구나 지켜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 ▲ <span style="한국의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다기 보다는 만성적인 위기에 빠진 것"이라고 진단한 김주성 교수 ⓒ뉴데일리 " title="▲ "한국의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다기 보다는 만성적인 위기에 빠진 것"이라고 진단한 김주성 교수 ⓒ뉴데일리 ">
    "한국의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다기 보다는 만성적인 위기에 빠진 것"이라고 진단한 김주성 교수 ⓒ뉴데일리

    김 교수는 이어 "한국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다기보다는 만성적 위기에 빠진 것"으로 진단했다. 김 교수는 "우리는 제도적으로는 민주공화국을 완성했지만 민주화 이후 공화주의적인 정치를 제대로 정착시켜보지 못했다"며 "정당정치의 파당성을 극복하고 공론정치를 펴나가려면 정당의 공천제도와 비례대표제를 폐지해 의원들이 사안에 따라 교차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이 화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몸의 정치보다는 말의 정치, 행동의 정치보다는 공론의 정치를 앞세워 공론민주주의를 발전시켜야한다"라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홍성기(아주대)대우교수는 임 교수의 '한국 민주주의 후퇴' 주장을 반박했다. 홍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특별히 민주주의 향상에 관심이 있다고는 믿지 않지만 그렇다고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국 우파정권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한국에서 권위주의 비슷한 정권 내지는 그러한 정권의 행태를 가장 기다리는 측은 이념적으로 좌파"라며 "좌파 스펙트럼에 속한다고 보이는 정당이나 언론, 시민단체들의 권위주의 정권타도 능력은 자타가 공인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홍 교수는 또 "이명박 정부가 광장공포증에 걸릴 정도로 대규모 불법시위가 민주주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것이 문제"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