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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인 6일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의 한 묘비 앞에서 김학목(70)씨는 종이컵에 술을 따르고 있었다. 그 묘비는 월남에서 전사한 변학수 육군병장의 묘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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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우의 묘비를 바라보는 김학목씨. ⓒ 뉴데일리
두 사람은 월남에서 함께 싸운 전우다. 김씨는 월남에서 돌아온 뒤로 매년 이곳을 찾았다.
김씨는 "변 병장이 바로 옆에 있었는데 도와주지 못했다"며 안타까워 했다. 그는 "1969년 10월이었다. 밤에 매복을 나갔는데 이 친구 바로 앞에서 연막탄이 터졌다. 그리고 파편이 내 배를 스쳐 지나갔다. 정신이 아찔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씨는 "당시 나는 28살이었고 이 친구는 6살 어린 22살로 마치 형제같았다"며 "서로 친하게 지내자고, 돌아가서도 친하게 지내고 했기 때문에 이곳에 온다. 죽었어도 약속은 지켜야지"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엔 맥주가 아주 귀했는데 이 친구가 맥주를 잘 구해왔다. 술을 같이 마시면서 친해졌다"며 회상에 잠겼다. 그는 "월남에서는 서로 뭘 좋아하는지는 몰랐다. 고기를 좋아하는지 과일을 좋아하는지"라며 "술은 좋아하는거 아니까 이렇게 매번 술만 가져온다"고 했다. 김씨는 또 술을 잔에 따르더니 묘비 주위에 부었다.
김씨는 "이 친구의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니만 계신다. 지금은 아프셔서 같이 오지 못했지만 내년에는 함께 올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참배하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 세월이 지나가니 그런지"라며 아쉬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