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은 2일 아세안(ASEAN) 의장국 태국의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와 가진 공동 기자회견을 마지막으로 제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공식일정을 마무리했다. 이 대통령 취임 후 처음 국내에서 열린 다자 정상외교 무대인 제주 특별정상회의는 올해 초 천명한 정부의 '신 아시아 외교'를 구체화했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제주 특별정상회의는 한·아세아 대화관계 수립 20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

    북한 2차 핵실험 도발로 인한 긴장 상태, 그리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사망 등 안팎으로 발생한 돌발변수에도 불구하고 한·아세안 간 경제협력, 문화·인적교류 확대, 기후변화 문제 공동 대응 등 미래 발전적인 논의가 활발히 이뤄졌다. 취임 첫 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4국 외교를 마무리한 'MB 외교'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 ▲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후 처음으로 국내에서 개최된 다자 정상외교 무대인 한·아세안(ASEAN) 제주 특별정상회의를 2일 무난히 마무리했다. 이 대통령의 '신 아시아 외교' 구상을 구체화한 큰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 뉴데일리
    ▲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후 처음으로 국내에서 개최된 다자 정상외교 무대인 한·아세안(ASEAN) 제주 특별정상회의를 2일 무난히 마무리했다. 이 대통령의 '신 아시아 외교' 구상을 구체화한 큰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 뉴데일리

    ◆ '아세안 안보 공조' 구축…북핵에 한 목소리 규탄 "획기적" = 특히 지난 1일과 2일 이틀간 진행된 제주 특별정상회의에서 아세안 10개국 정상이 공동 언론성명을 내고 한 목소리로 북한 핵위협을 규탄하는 한·아세안 안보 공조를 이뤄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굉장히 획기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세안 10개국이 북한 문제에 같은 목소리를 낸 일도 전례가 없거니와 아세안 국가 모두 북한과 국교를 수립했으며, 심지어 북한과 우방으로 불리는 국가도 있기 때문이다. 또 비동맹 외교중심지였던 인도네시아가 북한 규탄에 동참한 것도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이 대변인은 "곧 발표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강력한 내용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의 공동 언론성명은 상징성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지난해 7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과 관련해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을 의장성명에 포함시키려다 실패한 바 있어 이번 공동언론성명은 의미가 더 크다는 지적이다.

    한·아세안 정상들은 특별정상회의 제1, 제2세션 결과를 정리한 공동성명에서도 "우리는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증진하는 것이 역내 평화, 안전 및 안정에 긴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면서 "이를 위해 우리는 6자 회담과정을 통해 평화적 방법으로 북한 핵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는 것을 포함해 한반도 긴장을 완화시키고 대화를 촉진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맞춤형' 비즈니스 외교 성과…실질 경제협력 확대 = 이 대통령은 공식 개막 하루 전 제주도 서귀포시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한·아세안 CEO 서밋에서 무역·투자, 문화·관광, 녹색성장 등 아세안과의 3대 협력 방안을 제시하며 '비즈니스 외교' 시작을 알렸다.

    이어 1일 특별정상회의 제 1세션에서 이 대통령과 아세안 정상들은 △ 아세안 회원국들에 대한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 규모 확대 △ 한·아세안 협력기금 증액 △ 글로벌 코리아 스칼라십 대상 확대 △ 양측간 교역규모 확대 등에 합의한 뒤 문화·인적교류, 개발협력, 저탄소 녹색성장 등 3개 분야 정책문서를 채택하면서 경제협력을 강화했다. 2일 열린 특별정상회의 제 2세션에서는 국제금융위기, 기후변화, 식량 및 에너지 안보 등 범세계적 이슈에 대한 협력 강화에 의견을 같이했다.

    이 대통령의 '비즈니스 외교'는 철저히 맞춤형으로 진행, 실질적 성과와 직결되도록 초점이 맞춰졌다. CEO 서밋 기간 중 국내 기업인들은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정상들과 직접 간담회를 갖고 경제 현안을 논의했다. 양국 투자환경을 소개하고 양국 기업인끼리 만나 'B2G(기업과 정부), B2B(기업과 기업)' 네트워크가 강화됐다. 이 기간 동안 이 대통령은 아세안 회원국 정상들과 개별적으로 연쇄 양자회담도 가지면서 양국간 경제협력을 지원했다.

    이 대통령과 아세안 국가정상들은 2일 정상회의를 마친 후 자유무역협정(FTA) 투자부문 협정에 서명, 지난 2005년 1월부터 시작된 한·아세안 FTA 협상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한·아세안 FTA를 기반으로 2015년까지 1500억달러 규모로 교역을 확대하기로 정상들은 뜻을 모았다. 정부는 아세안내 개발격차 해소에 기여하기 위해 2015년까지 대 아세안 ODA를 2008년 규모의 2배로 확대키로 했다.

    ◆ 최고 히트상품 '녹색 성장'…MB, '글로벌 그린 리더'로 우뚝 = '녹색성장'은 이번 회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이 대통령은 제주 특별정상회의 공식 비공식 일정을 가리지 않고 연일 녹색성장을 강조, 아세안 국가들과 '그린 파트너십' 강화에 주력했다. 이 대통령은 CEO 서밋 기조연설에서 "한국과 아세안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녹색성장 협력 파트너가 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고 선언한 뒤 동아시아 기후 파트너십을 통한 2억달러 지원, 아시아 산림협력기구 창설 제안 등 협력 방안을 쏟아냈다.

    아세안 정상들의 호응은 이 대통령을 '글로벌 그린 리더'로 올라서게 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녹색성장, 기후변화 대처 선구자(pioneer)"라고 이 대통령을 칭했으며,  아피싯 태국 총리는 "이 대통령이 '동아시아 기후 연합' 같은 저탄소 녹색성장 협력 관련 프로그램을 제안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또 수린 피추완 아세안 사무총장은 "이 대통령이 녹색성장 화두를 던져 아세안 각국 환경친화적 발전 필요성이 제기된 데 감사한다"면서 "아세안도 정부 차원 의지를 갖고 녹색성장에 대한 전 국민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일에는 ICC에 마련된 녹색성장전시관을 방문, 아세안 정상들에게 직접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을 설명하고 협력을 당부했다. 참관을 마친 이현룡 싱가포르 총리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광범위한 기술이 여기 총망라돼있다"면서 "아시아는 물론이고 전지구가 기후변화 대응을 하는 이 때 아주 핵심적인 내용이 여기 압축 표현된 것을 보고 대단히 인상깊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를 마무리하는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 정상들은 기후변화 등 범세계적 문제에 대한 협력 방안을 협의하고 공동 대응해나가기로 하고 지속가능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저탄소 녹색성장을 추진해나가기로 했다"고 정리했다.

    이밖에도 '한·아세안 센터' 활성화와 정부 초청 장학생을 위한 '글로벌 코리아 스칼라십(Global Korea Scholarship)', 한국 청년 봉사단인 '월드 프렌즈 코리아(World Friends Korea)' 시행은 쌍방향 문화·인적교류 증대를 위한 성과로 평가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세안은 중국과 유럽연합(EU)에 이은 한국 3대 교역대상이자 두번째 해외투자대상으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경제 파트너"라면서 "특히 풍부한 자원과 값싼 노동력 등을 보유하고 있어 한국으로서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포괄적 협력 동반자"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아울러 10개 회원국이 모두 남북한 동시 수교국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이들 국가의 지지와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도 이번 특별정상회의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따뜻한 이웃, 번영의 동반자'라는 슬로건을 내건 제주 특별정상회의를 통해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아시아의 리더'로 자리매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했다. [=서귀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