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은 22일 "농협중앙회 사업 분리는 농협 스스로 하겠다"고 말했다. 사업 분리는 이른바 '신경(信經) 분리'로 불리는 신용사업(금융)과 경제사업(농축산물 유통)의 분리를 말한다.

    최 회장은 이날 충남 태안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부는 (사업 분리를) 빨리 했으면 좋겠다 하는 것 같지만 우리는 하더라도 원만하게, 시간을 갖고 해야한다는 입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신경 분리 과정에서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농협 자율'로 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농협 신경 분리는 금융 부문에 쏠린 농협의 인적.물적 자원을 유통 부문에 집중해 농협 본연의 '협동조합'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농협 스스로 자본을 축적해 2017년까지 사업을 분리한다는 방안이 2007년 확정돼 추진돼왔다.

    그러나 농림수산식품부는 최근 이를 앞당기겠다며 민관 합동기구인 농협개혁위원회를 통해 새로운 신경 분리안을 마련했고 이를 토대로 내년까지 사업을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최 회장은 "공적자금이 들어오면 (농협의) 자율성이 훼손된다"며 "회원조합이 출자해 사업 분리를 할 수 있고 올해에도 일차적으로 1조원을 모으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5월 말이 되면 사업 분리에 대한 농협안이 대충 나올 것"이라며 "그걸 기초로 농민, 농민단체, 정부와 협의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특히 "농협은 정부 산하기관이 아니라 스스로 벌어서 먹고사는 조직"이라며 "사업 분리는 농협법 개정과 달리 정부와 농협 간 상호공감 속에서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당초) 2017년까지 사업 분리를 하면서 17조원을 적립하도록 돼있는데 모자라는 게 10조원"이라며 "10조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만 해결되면 잘 풀릴 수 있으며 이는 정부와 협의해야할 사안"이라고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최 회장은 또 최근 농어업선진화위원회가 농협 합병을 추진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합병은 중앙회가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라며 "자연스럽게 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간 8조원에 가까운 (농협의) 무이자 조합지원자금이 있는데 지금까지는 적자 나는 조합에 지원을 해줬다"며 "그러나 앞으로 미곡종합처리장(RPC), 거점산지유통센터(APC)를 하는 곳에 지원해주려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여기에 조합원에게 조합 선택권이 있어 발전이 없고, 실적이 없는 조합은 자연스럽게 (조합원이) 떠나게 돼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정부가 합병하는 조합에 무이자 자금을 5년간 지원해준다고 하면 농민들이 합병하자고 하는 원성 때문에 (조합장이) 못 견딘다"며 "정부 지원과 농협의 무이자 자금을 합병 인센티브로 몰면 (합병은) 어려울 게 없다"고 말했다. (태안=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