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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4일 '친노게이트'에서 드러난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및 자회사 휴켐스 매각 의혹과 관련해 "농협이 정치를 하니까 안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상인들과 만나 "농협 간부라는 사람들이 농민을 위해 온 머리를 다 써야지 농민들은 다 죽어가는데 정치한다고 왔다갔다 하면서 이권에나 개입하고 있다"며 이같이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농협이 금융하고 뭐 해서 돈을 몇조씩 벌고 있는데 농협이 번 돈을 농민들에게 돌려줘라"면서 "농협이 벌어갖고 사고나 치고 말이야…"라고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농협이 세종증권 인수 과정에서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을 겨냥해 비판한 것으로, 향후 농협의 강도높은 인적청산, 구조조정 등을 예고한 것으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농협이 금융으로 번 돈을 농민에게 돌려줘 농민들이 (농기계를) 갖고 있을 때보다 임대 값을 훨씬 싸게 해서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그럼 걱정할 것도 없고 빚도 안진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농민에게 농기계를 빌려주면 (농협은) 조금 손해봐도 된다"면서 "매년 농협 회장들이 전부 그냥 엉뚱한 짓을 해서 사고 치고 그래선 안된다. 농민들에게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거듭 농협 전면 개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또 "농촌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건의에 대해 "농촌과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똑같이 적용하면 안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대통령은 "농촌에 노동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인건비 낭비가 많으니 노동부 법무부와 협의해서 달리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수행 중인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게 즉석에서 해결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날 오전 5시30분쯤 가락시장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시장 곳곳을 다니면서 배추를 직접 옮기며 상인들과 호흡을 같이 했다. 이 대통령은 또 난로 옆에서 농민, 상인들과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농민들이 "농자재 값이 인상됐는데 농산물 값은 최하"라고 하소연 하자 "세계 경제가 다 어렵고 내년 상반기가 가장 어려울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도 내년 상반기가 좀 어렵고 6개월쯤 지나면 좀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