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성과 반지성 ⓒ 뉴데일리
    ▲ 지성과 반지성 ⓒ 뉴데일리

    류근일 씨와 홍진표 씨의 대담집.
    전 조선일보 주필이었던 류근일 씨는 현재 같은 신문에 연재되고 있는 ‘류근일 칼럼’을 통해서 일반에 잘 알려진 이 시대 최고의 우파 논객이다. 그러나 그가 초창기 운동권의 핵심 세력이었고, 세 번에 걸쳐 투옥된 적이 있으며, 공안 검사들이 그에게 무려 37년의 징역을 구형했고, 실제로 8년 1개월이란 긴 세월을 감옥에서 보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386 세대 운동권의 주류에 속해 있던 홍진표 씨는 현재 자유주의연대 집행위원장으로 북한인권운동을 가장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뉴라이트의 전초적 이론가다. 그러나 그가 '강철서신'의 주인공 김영환 씨와 함께 주사파의 핵심세력을 형성했고, 1997년에는 극적인 사상 전향을 선언해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이는 드물다.
    서울대학교정치학과 선후배 사이이기도 한 (류근일 씨가 56학번, 홍진표 씨가 83학번) 두 사람은 그러나 27년이라는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1부 편력(編曆), 2부 입신(立身), 3부 한국현대사 바로잡기, 4부 북한 바로 읽기, 5부 뉴라이트의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나눈 대담에서 두 사람은 각자의 삶을 통해서, 한국의 변혁운동사를 생생히 복원해 내고 있다. 이들은 현 집권세력의 문제점을 낱낱이 파헤쳐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직시함과 동시에 뉴라이트 정치운동의 맥락에서 새로운 리더십의 과제를 제시했다.
    두 대담자는 그들 자신이 한국 민주화운동사의 중심에서 활동했으므로 단순한 목격자가 아니라 기획자, 참여자였던 점에서 그들의 이야기는 귀중한 역사 증언으로 기록된 만하다. 류근일 씨가 들려주는 4.19혁명, 6.3사태, 반유신운동 선상의 민청학련사건은 물론이고, 홍진표 씨에게 듣는 주사파의 발생, 권력화, 전향의 과정도 생생하다.
    대담자 두 사람의 청?장년기를 이어 붙여보면 1950년대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 변혁운동의 가장 중요한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들의 생애를 통해 보는 고뇌와 편력은 한국 현대사를 총체적으로 구성하는 데 필수적 참고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파랑 펴냄, 392쪽,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