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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한국외교의 재발견 ⓒ 뉴데일리
    ▲ 한국외교의 재발견 ⓒ 뉴데일리

    지난 2008년은 대한민국이 일제에 빼앗겼던 주권을 회복하여 독립국가로서의 면모를 갖춘 지 60년이 된 해이다. 1905년 을사보호조약으로 박탈당했던 외교권도 해방과 함께 되찾아 왔지만, 한국 외교는 멀고 험한 길을 걸어왔다.

    삼국시대 뛰어난 외교역량을 발휘했던 무열왕 김춘추가 국제외교의 선례를 보여준 이래 한국외교는 중국의 중화(中華)체제에 복속되었으며, 이후 서구 근대국가들과 일본의 세력팽창으로 한반도는 열강의 격전장이 되었다. 1876년 조선은 마지못해 강화도조약을 체결하면서 제국주의 국가들에 차례를 문호를 개방하고 외교관계를 맺기 시작하였다.

     

    이처럼, 외세의 강압과 식민상황, 그리고 그 이후 2차 대전 종식에 따른 점령국의 지배를 거치면서 한국은 체계적으로 외교를 학습한 바 없이 '독학'으로 외교활동을 시작했지만, 60년 만에 질적 양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룩했다.

     

    이 책은 평생을 외교업무에 몸담아 온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외교의 과거를 시대별로 돌아보고, 오늘날 한국외교가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면서 장차 한국외교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그에 걸맞은 외교관의 역량과 자질, 바람직한 외교체제를 제안한다.

     

    냉전의 종식과 세계화의 물결은 동서 양진영이 대립하는 국제권력 체제를 붕괴시켰고, 국가 간 경제협력과 지구촌 국제관계가 새로운 의제로 등장하였다. 동북아시아에서 열강 간에 '불화의 사과'가 되어온 한국은 이제까지의 미국의 영향력에서 한 걸음 나아가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과거 공산권 국가들과의 교류를 증대하며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북한과의 군사적 대치상황에는 변함이 없고 오히려 북핵 문제는 세계적인 긴장을 증폭하여 한반도에는 여전히 냉전의 잔재가 남아 있다. 중국 또한 동북아시아에서 동북공정 등을 통해 영향력을 증대하고 있으며 경제 대국이 된 일본은 보통국가론을 제기하면서 2차 대전 패전에서 비롯된 군사적 제한의 굴레를 벗어나려 하고 있다. 그동안 한반도의 안보 우산이 되어 왔던 미국은 동북아시아 지역의 안보 부담을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이 지역에서 미국의 지도력과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과 선진 우방의 주선과 배려로 외교적 무임승차의 행운을 누려온 한국은 이제 더는 남의 힘에 의지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고, 스스로 난관을 극복하면서 자립하는 외교를 시행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러한 국면에서 한국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세계정세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면 위험에 직면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국제관계가 어려운 때가 바로 외교가 가장 필요한 때이다."라는 처칠의 말을 상기하면서 한국이 강국이 되려면 대내적으로 국방을 튼튼히 하고 경제를 발전시켜 부를 축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대외적으로 동맹을 구축하고 긴밀한 우방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한다. 그리고 그 동맹과 우방을 만드는 것이 바로 외교의 몫이라고 말한다. 한국외교는 오늘날 세계무대에서 경제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올라선 한국의 위상에 상응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파랑 펴냄,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