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8·15 경축사를 통해 '저탄소 녹색성장비전'을 제시했을 때 민주당은 땅을 쳤다. 대선과 총선 패배 뒤 당의 새로운 비전을 준비해야 했던 민주당으로선 주요 아젠다를 뺏겼기 때문이다.©

  • ▲ 지난해 9월22일 이명박 대통령이 차없는 날을 맞아 자전거를 타고 관저를 출발해 청와대 본관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데일리
    ▲ 지난해 9월22일 이명박 대통령이 차없는 날을 맞아 자전거를 타고 관저를 출발해 청와대 본관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데일리

    같은 해 9월 25일 이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에서 오찬을 함께 한 정세균 대표는 "녹색성장은 우리 당의 대표 브랜드인데 이 대통령이 강조해 빼앗겼다"는 조크도 했다. 이 자리에서 정 대표는 '저탄소 녹색성장 등 미래 성장동력 문제'를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이후 당의 새 노선을 만들 뉴민주당비전위는 당의 새 비전 중 하나로 '녹색에너지 강화'를 제안하기도 했다.(2008년 12월) 당시 당에선 이 대통령의 핵심 정책이란 점에서 제외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민주당 철학에 더 부합한다는 견해가 우세했다.

    송영길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부 출범 1년을 맞은 지난 2월 25일 당 공식회의에서 "이명박 정부 1년 동안 잘한 것도 있다"며 '녹색성장'을 예로 들었다. 그는 당시 "녹색성장이란 고에너지 비용구조를 저에너지 소비구조로 전환시키는 것으로 민주당도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표가 직접 협력을 약속하고 스스로 "잘한 일"이라고 평했음에도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녹색성장 비전'에 계속 태클만 걸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하자 민주당은 이 발언을 '녹색성장'과 연결시켜 비난했다. "겉으로는 녹색성장 운운하면서 토건으로 경제를 일으키려 한다"는 것이다. 4대강 정비사업은 '대운하 재추진'으로 몰아갔다. 올 1월 정부가 2012년까지 50조원을 투자해 96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녹색뉴딜정책'을 발표하자 민주당은 "과장된 숫자놀음에 불과하다"며 "녹슨 성장, 올드 딜"이라고 비꼬았다.

    이번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중에도 "녹색성장으로 위장된 4대강 정비사업 예산은 반드시 삭감하겠다"(우제창 의원.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입장이다. 20일에는 이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을 통해 "자전거는 녹색성장의 동반자"라며 자전거산업을 육성하자고 강조하자 "자전거 활성화가 좋은 일이라 해 구체적 실현방안이나 제도여건에 대한 깊은 고민과 연구없이 대통령이 말을 툭툭 뱉어버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노영민 대변인)고 비판했다. 노 대변인은 "국토해양부 장관이나 환경부 장관이 할 얘기지 대통령이 얘기할 일이 아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