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 가까운 프로야구사에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스포츠전문 케이블 TV 4사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중계권 대행사인 에이클라의 중계권 협상 결렬로 주말인 18-19일 이틀간 케이블 TV를 통한 프로야구 중계가 중단된 것이다.

    물론 일부 지역민방과 지방 공중파 방송이 중계를 했지만 시청권이 제한되는 만큼 사실상 이틀 동안은 TV에서 국내 프로야구 중계는 사라졌다.

    이번 사태에 대해 당사자인 케이블 TV 4사와 에이클라는 각자의 입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하면서 서로 상대방을 비판하기에 바쁜 상황이다. 양측은 주말 동안 별도의 접촉도 하지 않아 답답한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스포츠전문 케이블TV 4사와 에이클라의 입장 차는 기본적으로 돈 문제다.

    방송사들은 "작년 스포츠방송사 3개사의 적자 총액은 150억원이었고, 작년 말부터 광고매출은 50% 이상 급감했다"라며 `경기 악화'를 이유로 들어 중계권료를 2008년 16억원에서 올해 10억원으로 낮춰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에이클라는 14억원 수준을 고집하고 있다.

    에이클라는 "모 스포츠전문 케이블채널은 지난해 프로야구 중계로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라고 반박했다. 다른 부문 때문에 적자를 봤음에도 돈을 벌어주는 프로야구 중계방송에 드는 돈을 깎으려 한다는 주장이다.

    방송사들은 또 18일 언론사에 보낸 보도자료를 통해 "30억원의 제작비를 투자해 만든 방송사 고유 자산인 영상에 대한 사용권료를 방송사가 요구할 경우 중계권료가 그 만큼 인상된다는 에이클라 입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라면서 "특히 에이클라가 인터넷방송 아프리카에 영상을 새롭게 판 점이나 IPTV에 엄청난 금액을 제안한 점을 감안하면 이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라고 강조했다.

    에이클라는 이에 대해 방송의 원천 소스와 현장음은 어느 나라에서도 스포츠 단체 고유 권한인 만큼 방송사들이 이에 대해 `감 놔라, 배 놔라'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처럼 양측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야구팬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18, 19일 KBO에는 미처 프로야구 중계중단 사실을 몰랐던 야구팬들의 문의와 항의가 빗발쳤다.

    KBO 홈페이지에는 이번 사태와 관련한 글이 수 천건이 올라온 가운데 중계를 중단한 스포츠전문 케이블채널에 대한 항의의 글이 다수를 이뤘다. 다만 KBO를 질책하는 글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한 야구팬은 한 스포츠전문 케이블채널을 거론하며 "일본야구에는 100억원을 투자하고 국내야구는 15억원도 아깝다고 중계를 포기하는 것은 결국 국내야구 중계료를 깎으려는 속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다른 야구팬도 "그리 사정이 어려우면 해외스포츠 중계를 포기하면 될 것 아닌가"라고 공감을 표시했다.

    다만 다른 야구팬은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깎으려는 방송사들이 더 밉지만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지는 것 자체가 KBO의 행정력 부재에서 비롯되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KBO는 "양측이 하루 빨리 원만하게 합의해 팬들이 TV로 야구를 접할 수 있었으면 한다"라는 원론적 입장만을 내놓고 있다.

    한편 홍원의 에이클라 대표는 1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20일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겠지만 협상 타결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스포츠전문이 아닌 다른 케이블TV와 협상을 할 수도 있다"라고 압박하면서 "이와 별도로 금주 중 임시 편성을 통해서라도 팬들이 TV에서 프로야구를 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