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강길모 대표
미디어 관련법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추천 20인으로 구성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공동위원장 김우룡, 강상현, 이하 미디어위원회)가 지난 20일 첫 회의를 마쳤다. 예상대로 지리한 싸움만 이어지고, 별다른 결과를 내지 못하고 끝났다. 미디어위원회에 한나라당 추천 위원으로 참여한 강길모 인터넷미디어협회 회장에게 첫 회의 분위기와 앞으로의 진행사항 등을 들어봤다.
- 이번 미디어위원회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기술혁신과 미디어환경 변화로 미디어개혁은 필수과제가 됐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이번 개혁 법안이 좌우 이념대결의 문제로 변질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특히, 미디어권력 기득권자들이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음모’ 운운하며 허위선전을 하고, 이런 것이 국민에게 먹혀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미디어개혁을 위한 국민운동이 절실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미디어개혁’의 당위성과 시급성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기 위해 이번 위원회에 참여했다.
- 여야 추천위원 첫 상견례 후 지난 20일 첫 회의가 열렸다. 첫 회의 분위기는 어떤지, 회의 공개 방식을 놓고 설전을 벌였는데, 회의를 100% 공개해야 한다고 발언한 이유는?
솔직히 좀 지루하고 짜증스러운 분위기였다. 민주당 추천 위원 한 분이 김우룡 위원장에게 무례한 발언을 한 점도 눈에 거슬렸다. 위원회 회의 공개는 미디어위원회 출범 자체가 ‘사회적 합의’를 목표로 출범했기 때문에 국민들이 논의 내용을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근본적으로 미디어위원회에서 비밀로 처리해야 할 내용도 없다.
- 미디어위원회 운영 소위 구성에 대한 논의가 많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소위로 나누어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위원장이 운영 소위에 참여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운영 소위는 위원회 운영과 관련해 압축된 견해를 정리해 전체회의에 내놓는 역할을 한다. 거기서 무슨 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위원장이 참여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논의를 벌이는 것 자체가 우습다. 운영 소위는 여야추천 위원들이 각 3명씩 들어가고, 공동위원장은 빠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운영소위보다 중요한 건 4개 법안에 따라 4개의 분과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다. 20명씩 한 마디만 해도 회의 시간이 다 흘러가는 현재의 회의 방식으론 국민들의 의사를 결집하기 어렵다. 4개 분과위원회를 나눠 5명씩 위원들이 각자 전문성에 따라 들어가면 보다 밀도 있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 미디어 관련 법 중 가장 논란이 되는 대기업의 방송 진출에 대한 의견은?
이 부분이 미디어 관련법 최대 쟁점으로 부각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대기업이라는 것이 자산규모 10조원 이상이냐 이하냐를 따져서 이상이면 방송하면 안되고, 이하면 방송해도 된다는 식의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나? 자산규모 10조원 이상의 기업은 무조건 부도덕적이고, 그 이하 기업은 도덕적일 거란 발상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그렇게 따지면 MBC도 대기업 아닌가? 대기업과 방송을 구분짓는 것은 좌파들이 가지고 있는 ‘반기업정서’에서 출발한다. 다시 말하면 ‘좌파들의 편견’이 근원이란 것이다. 방송시장의 공공성이 결코 편견에 의한 진입장벽으로 막혀 있으면 안된다.
- 또 다른 쟁점인 신문-방송 겸업에 대한 의견은?
신문의 방송겸업도 쟁점 자체가 왜곡됐다. 현행 법제도에 따르면 방송은 신문을 할 수 있는데, 신문은 방송을 할 수 없다. 신문-방송 겸업은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데, 미디어개혁 반대 세력들은 새삼 없는 것을 만들어 낸 것처럼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신문-방송 겸업을 안된다고 아우성치는 사람들은 이미 ‘조선-동아-중앙’을 적으로 규정하고 이들이 방송하는 것을 못 봐주겠다는 것이다. 자기들이 싫다고 법으로 못하게 만드는 건 그야말로 비민주적 처사다.
미디어개혁 반대 세력들은 방송산업이 현재 ‘공중파 독과점 구도’가 영원히 지속될 것인양 착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대한민국에 ‘공중파’는 실종된 지 오래다. 국민들 대부분이 유선을 통해 TV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현 공중파 방송인 KBS, MBC, SBS 등은 모두 케이블 TV의 '대형 PP‘와 근본적으로 다를 바가 없다. MBC의 경우 직원의 3분의 2가 간부직이고, 1인당 연봉이 1억여 원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미디어개혁을 놓고, MBC 노조가 왜 그렇게 몸부림을 치며 저항하고 있는지 알만한 국민들은 다 안다. 이제 공중파 방송도 스스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자본수혈을 통해 변해야 한다.
- 국민 입장에서 볼 때, 미디어법 개정을 통해 가장 직접적이고, 가시적으로 느끼게 될 혜택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한나라당이 제출한 미디어 관련법은 앞으로 있을 ‘미디어개혁’의 초보단계에 불과하다. 케이블TV 보급으로 채널은 늘었지만, 기껏 공중파 방송의 ‘재방송’이 재탕, 삼탕 되고 있을 뿐 볼만한 콘텐츠가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존의 폐쇄적 방송 산업구조를 고쳐 질좋은 미디어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특정 이념세력에 의해 장악된 미디어권력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파괴하는 프로그램, 국민여론을 호도하는 프로그램 등으로 대한민국 발전을 발목잡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가 무차별 범람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디어 개혁이 필요하다. 국민들은 질좋은 미디어 콘텐츠를 싼 값에 누릴 권리가 있다.
- 공청회 횟수에 대해 여야 추천 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데, 공청회 횟수는 어느 정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여론수렴 방식은 필요 할텐데,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나?
미디어위원회는 100일간의 활동기간을 부여 받았다. 이 기간 내에 청문회를 포함한 공청회는 최대한 많이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미디어 개혁을 위한 논의의 효율성과 실효성이 담보된다면 공청회 횟수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여론수렴보다 중요한 것은 미디어개혁 입법 중요내용에 대해 국민들이 제대로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뭘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된 여론이 나오지 않을까?
- 한나라당이 미디어위원회를 ‘명분 쌓기’와 ‘시간 끌기’를 위한 들러리로만 활용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일부 위원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나라당과 우리 미디어위원들 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민주당 쪽 위원들은 시작도 하기 전에 집단으로 기자회견까지 했지만, 우리 쪽은 제대로 모여본 적도 없으니 초기에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지난 20일 전체회의가 끝나고, 회의 공개 문제를 포함해 이번 미디어위원회가 국민을 바라보는 것인 만큼 최대한 성실하고 진지한 자세로 임한다는 원칙을 한나라당과 위원들간에 서로 확인했다. 미디어위원회가 미디어개혁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공감대를 확장시킬 절호의 기회라는 것을 한나라당도 적극 공감하고 있다. 초기의 오해는 해소됐다고 보면 된다.
- 민주당 추천 위원들이 마지막 표결에 여론조사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자문기구가 표결을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굳이 표결을 한다면 여야 동수라 해도 여당쪽이 더 유리하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오히려 표결을 거부하는 것이 민주당 추천 위원들의 입장에서 더 유리할텐데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여론조사는 필요하면 얼마든 할 수 있다. 하지만 ‘미디어법은 MBC 민영화를 노린 것이다’ 등 허위사실을 기초로 여론조사를 한다면 찬성할 수 없다. 여론조사도 제대로 한다면 미디어 개혁을 거부할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본다.
- 미디어위원회가 향후 합의점을 도출 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는지?
미디어위원회에 참여한 위원들이 자신들을 추천한 정파를 떠나고, 이른바 ‘진영의 논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얼마든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오로지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기준으로 백지상태에서 논의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까지 분위기로 볼 때, 희망보다는 걱정과 우려가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적당히 시간만 끌자는 입장이나, 선전선동의 공간으로 활용하다가 판을 깰 수 도 있다는 입장이 위원회 내부에서 현실화 될 수 있다는 걱정도 많다.
결국 모든 것은 국민이 판단할 거라 생각한다. 누가 더 미디어 위원회의 본래 취지에 충실하고, 국민의 이익에 충실하고자 노력했는지 구분 할 수 있다면 효과를 거둔 것이다. 무엇보다 100일간의 논의 과정을 통해 국민들이 미디어 개혁에 대한 이해 폭이 조금이라도 넓어진다면 설령 어떤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한다 해도 100일 간 논의는 결코 헛되지 않다고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