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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소련 KGB(국가보안위원회) 출신 러시아 재벌 알렉산드르 레베데프가 영국 런던의 석간신문 '이브닝 스탠더드'를 1파운드(약 2000원)에 인수한다.
이 신문을 발행하는 데일리 메일 앤드 제너럴 트러스트(DMGT)는 21일 성명을 통해 레베데프에게 신문의 대부분 지분을 매각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레베데프는 75.1%의 신문 주식을 사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신문에 3년 동안 2500만파운드를 투자할 예정인 레베데프는 이브닝 스탠더드가 고급 예술문화와 경제 기사에 좀 더 주력하고, 웹사이트를 보강하기를 원한다고 내부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브닝 스탠더드는 금융 위기의 여파로 광고시장이 위축된 데다 석간 무료신문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타격을 입어 연 1000만∼2500만파운드의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브닝 스탠더드는 알렉산드르 레베데프와 아들 에브게니 레베데프가 설립하고 레베데프 홀딩스가 소유한 회사인 이브닝 프레스의 수중으로 넘어가게 된다고 DMGT는 밝혔다.
러시아 신흥재벌이 영국의 언론사를 소유하게 된 것은 처음이다. 레베데프는 과거 KGB 정보원 시절 정보를 찾기 위해 이브닝 스탠더드를 이용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BBC는 지적했다. 선데이 텔레그래프 신문의 전 편집장인 페레그린 워스손 경(卿)은 "프랑스에서 러시아 재벌이 르몽드나 르피가로 신문을 인수했다고 생각해봐라"라며 "이것은 국가의 자부심이 어떻게 쇠락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영국인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레베데프는 자유로운 언론을 강력하게 지지하며, 신문 편집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DMGT는 이브닝 스탠더드가 "편집의 독립 원칙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편집위원회를 설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베데프는 러시아 내 39위 부자로 러시아 최대 국영항공사 아에로플로트의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과 함께 러시아 일간 '노바야 가제타'를 공동 소유하고 있다.[런던=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