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황식 감사원장은 7일 "근자에 들어 좌우, 진보.보수의 싸움이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선의의 경쟁이 아니라 밥그릇을 뺐거나 뺐기지 않으려는 싸움 같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이날 오전 감사원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신년 특강을 갖고 "요새 우리 사회에서 보수, 진보인사냐, 좌파 또는 우파냐 하는 편가르기가 횡행하고 있다"며 "저는 솔직히 말해서 이념적으로 중간적인 사람으로서 소외계층을 보듬어야 하는 `중도 저파'(低派)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극우는 추하고, 극좌는 철이 없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순수, 윤리, 청렴성이 강한 쪽이 좌파라고 할 수 있는데 최근에는 그것도 흔들리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언론이 저의 판사 시절 판결 내용을 분석해 보수로 분류하지만 저는 그런 판단이 일리 있으면서도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저의 기준은 법과 원칙이며 감사원에 와서도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업무 처리의 가장 핵심으로 삼아야 할 것은 법과 원칙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법관 시절 내린 상지대 사학분쟁 판결과 관련, "재단의 비리를 감싼 보수적인 판결이라고 하지만 (판결로 인해) 진보사람들이 손해를 본 상황이었기 때문에 보수적 판결이라고 평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과거 민주노동당 출신 구청장이 공무원노조 파업 참가자의 징계를 거부한 사건에 대해선 "민노당 출신 구청장은 징계를 안하고 파업참가 공무원을 대거 승진시켰다"며 "이에 대해 광역시장은 승진처분 취소 소송을 냈고, 저는 법에 어긋나면 징계를 해야 하고, 승진 취소는 옳다는 판결을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런 요소들을 깊이 따지지 않고 진보 인사들은 민노당 구청장이 피해를 본 사건이니 보수적인 판결이라고 했다"며 "하지만 그것은 정말 가볍게 생각한 평가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지하철 여성승객 사진을 찍어 기소된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사례를 들면서 "여성단체와 모 정당은 남성우월주의라고 비판하고, KBS는 `아침마당'에서 찬반토론을 했다"며 "하지만 맨살이 아닌 스커트아래 종아리를 찍었던 것인데 실제 사진만 한번 봤다면 그런 짓거리를 안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사회가 지금 너무 가벼운데 공직사회는 사회의 가벼움에 흔들리지 않고 태산같이 무거운 신중함을 갖고 일해야 한다"며 "감사원도 자칫 공명심이 작용해 선정적으로 접근하거나 잘못된 결론을 내놓을 위험을 안고 있는 만큼 좀더 신중하고 무게있는 자세를 가지면 좋겠다"고 당부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