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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대선을 2년 앞두고 오랜 기간동안 차기 대통령 여론조사 부동의 1위라고 언론과 정치권이 함께 외쳐댔던 고건 전 국무총리가 어느 날 갑자기 낙마한 사실을 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며칠 전 한국언론인연합협회와 여성유권자연맹이 조사한 결과 차기 대통령 1위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2위 반기문 UN사무총장으로 나타났다. 대선을 4년이나 남겨둔 시점에서다. 반 총장이 갑자기 튀어나와 2위를 점유했다. 재미있는 현상이다. 이제 앞으로 또 누가 갑자기 튀어나와 1위를 위협하고 2위를 위협해 관전포인트를 만들지도 모른다. 아직도 4년이나 남았는데.
호사가들이 즐기는 소위 ‘지지율’ 때문에 지지자들 사이에 희비쌍곡선이 그려지고 야릇한 파문이 일어나는 것은 사회학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새 대통령이 취임한지 1년도 채 안됐는데 박 전 대표의 일부 지지자들은 지지율 1위인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즐거워하는 경우를 가끔 목도한다. 이렇듯 지지율은 지지자를 울리고 웃기는 마법사와도 같은 것이다.
미국에서는 2007년 4월을 기점으로 대선주자 부동의 1위를 기록한 사람은 뉴욕시장이었던 루돌프 줄리아니였다. 2008년 대선을 1년 6개월을 앞둔 시기였다. 당시 대선을 8개월 앞둔 한국에서 부동의 1위는 이명박 대통령이었다. 그런데 미국의 줄리아니는 고 전 총리처럼 몇년동안이나 유지했던 부동의 1위를 어느 날 갑자기 뒤로 하고 사라졌고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뉴욕시장이었던 줄리아니와 서울시장이었던 이 후보의 공통점은 공히 행정운영 능력이 탁월했다는 점이다. 미국과 한국을 대표하는 최대 도시 시장이었다는 점과 강력한 추진력을 가졌고 그것을 국민으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반면에 도덕성 검증과정에서 동병상련했던 아픔도 있었다. 줄리아니는 이혼 경력에다 측근비리로 골머리를 앓았고, 이 대통령은 병역면제, 재산축적과정 문제로 같은 당 경선 후보로부터 호된 도덕성 검증을 받아야만 했었다. 법적공방까지 갔으나 사법당국은 이 대통령에게 무혐의판결을 내렸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업무수행능력이 필수적으로 검증돼야 할 중대한 관문이다. 그래서 줄리아니나 이 대통령의 시장업무 수행능력이 탁월했다는 객관적 인식이 그들을 대통령감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부동(不動)의 1위는 부동층(浮動層)의 표가 몰려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즉, 부동의 1위는 고정 지지층에 다수의 부동층이 결합돼 있는 것이 통상이다. 이번 여론조사에 갑자기 반 총장이 2위로 올라왔다. 앞으로 누가 또 갑자기 2위로 올라서서 부동의 1위를 위협하고 부동의 1위에 등극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대선 2년반을 앞둔 2005년 1월 30일 조선일보는 본격적으로 정치인 지표조사인 “다음 대통령 누구를 생각하십니까”라는 테마를 걸고 일반 국민 1048명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1위 고 전 총리(46.9%), 2위는 박 전 대표(32.5%), 3위는 이 대통령, 4위는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순으로 나왔었다. 물론 조선일보의 여론조사는 그 당시 기준이었기에 결과적으로는 들어맞지 못했지만 그 당시로서는 그것이 최선이었을 것이다.
우리 국민은 여론조사에서 번번히 ‘깜짝쇼’를 여러 번 체험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왔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 밀실야합해 부동의 1위인 이회창 선진한국당 총재를 재치고 어느 날 갑자기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직 대선 1년을 앞두고 부동의 1위로 급부상했던 이 대통령만이 1년동안이나 부동의 1위를 끝까지 지켜서 대통령 당선이라는 현실을 만들어 냈다. 한때, 부동의 1위를 차지했던 이 총재도 여러 정치적 변수에 따라 비운의 낙마를 거듭했다.
대선이 앞으로 4년이나 남아 있음을 생각해 볼 때 과연 누가 이 나라의 다음 대통령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오직 신(神)만이 알 것이다. 오늘 투표가 실시된다면 지지율 1위인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될 게 거의 확실하다. 그러나 4년이란 오랜 기간동안에 부동의 1위를 유지해 나가기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인간이 할 수 없는 하늘(?)의 힘이 필요할 것이다. 대통령은 하늘이 점지한다는 말도 있다. 그것은 인간의 판단으로 도저히 확신가능한 사안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대선으로 인해 국론이 분열되는 일은 없어야겠다. 그래서 대선이 4년 남아있는 지금 지지율 발표나 결과에 너무 민감할 필요는 없을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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