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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9일 사설 <군(軍)의문사위, 운동권에 '직장' 주려 만든 게 아니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2006년 출범해 올 연말로 끝나는 군(軍)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기한을 1년 연장하는 법 개정안이 지난주 국회 국방위를 통과해 법사위 심의를 앞두고 있다. 정부가 과거사위원회들을 통폐합하는 안을 추진하자 군의문사 유가족들이 "조사를 더 해야 한다"며 군의문사위 폐지에 반대하면서 논란 끝에 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자식을 군대에 보냈다가 의문에 싸인 주검으로 돌려받은 부모 가슴의 멍은 깊고도 크다. 군의문사위에 장관급 위원장과 조사위원 7명에 직원을 99명이나 둔 것도 맺힌 멍울을 풀어주자는 것이었다. 문제는 군의문사위가 기대에 부응해 제대로 역할을 해왔느냐는 것이다. 군의문사위는 3년간 접수한 600건 가운데 322건을 조사했다. 미결사건이 278건이나 된다. 연봉 3000만~5000만원을 받는 직원 1명이 1년에 1건밖에 조사하지 못한 것이다. 발생한 지 시간이 상당히 지난 사건도 적지 않아 조사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은 간다. 그러나 유가족의 한을 생각한다면 직원들이 밤을 새워서라도 기한 안에 사건들을 종결하는 자세를 보였어야 옳다.
본지가 입수한 군의문사위 간부와 직원들 약력 자료를 보면 99명 전체 직원 중 파견 공무원을 제외하고 민간에서 채용한 조사 인력이 44명이다. 이 중 33명의 경력을 보면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위원장,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간사, 지역 참여연대 국장, 지역 농민회 간사, 민주언론시민연합 간사 등 직업운동가 출신이 대부분이다. 군과 경찰 출신이거나 법무와 심리 조사 등 조사에 필요한 전문 능력을 가진 인력은 11명밖에 안 됐다. 이 가운데 2002년 대선 때 병풍(兵風)의 주역이었던 김대업씨의 동생으로 ROTC 대위 출신 조사관이 포함돼 있지만 그도 수사기관 근무 경력은 없다고 한다.
발생한 지 10년 20년 30년이 지난 사건을 비전문가들이 떠맡고 있으니 조사가 효율적으로 진행되기 어려우리라는 것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이런 상태를 그대로 두고서 군의문사위의 활동기한을 연장하게 되면 운동권 출신들에게 더 오래 공무원 신분의 일자리를 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다. 3년 동안에 322건을 조사했다는 이들 조사관의 능력으로 보아 남은 278건을 다 조사한다는 것은 개정안 속의 1년 연장으론 어림도 없을 듯하다. 국회는 과연 군의문사위의 활동기한 연장을 해줄 필요가 있는 것인지를 먼저 면밀히 검토하고 연장을 시켜주더라도 위원회 조사활동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