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 논현동 D고시원 살인 방화 사건의 피의자 정모씨가 "달콤한 인생이란 영화를 보고 주인공이 멋있다는 생각을 하고 이와 관련된 범행물을 준비했다"는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남경찰서는 21일 2차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서 이같이 밝혔다.

    배우 이병헌(선우 역)이 주연을 맡은 영화 달콤한 인생은 한국판 느와르로 불린다. 이 영화는 한순간의 흔들림으로 보스를 등지게 되는 주인공이 보스와 조직을 상대로 목숨을 건 전쟁을 하는 내용으로 잔인하고 폭력적인 신이 많아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피해자들에 대한 죄의식을 느끼지 않았고 범행에 쓰인 칼과 가스총 등의 장비는 평상시 영화를 보다가 구입했다고 한다. 경찰은 "범행 결심 시기는 알 수 없고 정씨가 아침 5시쯤 일어나 곰곰히 생각하다가 이렇게 살아서 뭐하냐 싶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어릴 적부터 핍박을 많이 받고 주변으로부터 많이 무시 당했던 점도 범행의 동기로 파악되었다. 또 무직자 신분에 고시원비와 60만원 정도의 핸드폰비, 150만원 상당의 향군법 위반 벌금 등의 금전적인 부담이 범행을 결심한 이유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씨가 하지정맥류 이상이란 질병도 앓고 있는데 이 역시 치료를 위해선 300만원 상당의 금액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건강상 문제도 있고 금전적으로까지 압박을 받으면서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씨가 중국동포를 좋아했다는 소문에 대해서 경찰은 "진술로 확인된 바 없다"고 잘라 말하고 "정씨는 사교성이 좋지 않아 여러 사람과 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정씨가 마약 등의 흡입 여부를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당시 술을 마시진 않았고 마약 등도 한 적 없다고 정씨가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혈액 검사 등을 통해 마약을 복용한 흔적이 있는지 추가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