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남북관계는 경색국면이다. 보수세력의 집권 이후 북한은 대화 채널을 닫고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노골적이고 원색적인 비난도 쏟은 바 있고 금강산 관광객 살해사건이 벌어진 뒤 관계는 더 악화된 상황.

    좀처럼 오르지 않는 지지율로 답답한 민주당은 남북 문제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양새다. 대북 문제 만큼은 현 정권과 분명한 차별화가 있다는 생각에 주도권을 계속 쥐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읽힌다. 2일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전·현직 의원 50명과 당직자를 포함, 100여명의 매머드 급 방북단을 이끌고 개성을 찾았다. 10·4 남북 정상선언 1주년을 맞아 준비한 정 대표의 야심작이라 할 수 있다.

    취재진도 40여명에 달해 민주당의 단일 방북 규모로는 최고다. 뉴데일리도 이날 민주당 개성공단 방문에 동행, 북한 관계자들로부터 현 남북 관계와 민주당, 그리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제1야당 대표를 비롯해 전·현직 의원만 50명의 대규모 방문임에도 마중나온 북한 관계자의 숫자는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정 대표가 스스로를 "개성 단골손님"이라고 칭했지만 이날 일정은 공단에 입주한 현지 기업 몇 곳을 돌아보는 것으로 끝났다.

    정 대표가 연내 평양 방문 용의가 있다는 뜻까지 밝혔지만 성사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북측과도 논의가 있었다"고 정 대표는 말했지만 대거 방문한 민주당을 보는 북한의 시각은 반심반의 하는 분위기다. 북한 관계자들은 한국 정치상황을 상세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치 상황에 대한 질문에는 말을 많이 아꼈다.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서 만난 이북 관계자는 민주당의 개성 방문에 대해 묻자 답변을 하지 않았다. 재차 묻자 웃기만 했고, "민주당이 좀 잘 돼야 개성공단이 잘 되지 않겠느냐"고 묻자 그제서야 말문을 열었다. 기자의 계속되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기자 선생은 어느 신문입니까"라며 소속사부터 물었다. 인터넷 신문 소속임을 밝히자 좀 안심이 된다는 듯 "인터넷은 좀 객관 보도를 하나요"라며 재차 물었다. 그러면서 "이상하게 꼬아서 보도하고 그런 건 없느냐"며 경계하는 모습도 보였다.

    "인터넷 신문도 보느냐"고 묻자 이 관계자는 "우리도 인터넷 신문 보지…"라고 했고 다시 "종이 신문에 대한 거부감이 있느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화제를 정치로 돌렸다. "민주당 인기가 아직 오르지 않고 있다"고 하자 이 관계자는 "휴~~~"하며 한숨을 내쉰 뒤 "(민주당이) 좀 잘 할 것 같나"라고 되물었다.

    현대아산 개성사업소에서 만난 이북 관계자도 민주당에 대해 묻자 "에이구…"라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대선과 총선 참패로 힘이 크게 위축된 민주당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듯 이 관계자는 "(민주당이) 잘 해야 하는데…"라며 개탄했다. "(한국 정권이 바뀌어) 좀 그렇다"고도 했고 "아무래도 (정권이 바뀌어 우리가) 좀 힘들다"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하 개성총국)에서 나온 한 참사는 앞선 두 관계자와 달리 한국의 정치 상황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 참사는 "지금 이명박 지지율이 20%~23% 쯤 되지 않느냐"며 관심을 보였고 방문 기자단에 조선일보 취재진이 동행하지 않은 점에 의아하다는 듯 "그런데 조선일보는 왜 안왔어?"라고 묻기도 했다.

    이 참사 역시 "정권이 바뀌니까 아무래도 좀 그렇다…"고 했지만 '민주당이 찾아오면 좀 좋아질 것 같으냐'고 묻자 쓴웃음을 지으며 "좋아질 것 같아요?"라고 되물은 뒤 "찾아온다고 좋아지겠나…"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의 정권이 바뀐 뒤 개성공단 사업도 진척이 더뎌졌다는 게 현지 공단 관계자들의 하소연인데 이 참사는 개성공단과 관련한 애로사항을 묻자 "(개성공단 관리위에서 정부에) 지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명박이 돈을 안 풀고 있다고 한다"면서 "우리야 문제 없지. 그 사람들(공단에 온 한국기업들)이 문제지…"라며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내놨다.[=개성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