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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분간 진행된 이명박 대통령과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오찬 회동에서 나온 농담은 단 하나였다고 한다. 그만큼 양측은 이날 회동에 심혈을 쏟았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한 차례 회동 중간 들어갔으나 이 대통령과 정 대표 모두 이 대변인이 들어온 것을 모를 정도로 진지하게 토론을 했다고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은 전했다. 최 대변인은 "무슨 실무회담 같았다"고도 했다.
본격적인 정책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이 대통령과 대안정당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정 대표 모두 이번 회동을 통해 지금의 낮은 지지율을 반등시켜야 한다는 절박함을 갖고 있었고 이런 공통 분모가 회동의 구체적 결과를 이끌어 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매우 흡족해 하는 분위기다. 구체적 합의사항을 만들어 낸 점, 이 대통령이 자당을 국정파트너로 인정하고 관계 설정을 명확히 한 점, 대북 정책에 있어 김대중·노무현 두 정권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이 대통령이 활용하겠다고 밝힌 점, 주요 현안에 대해 야당 대표에게 정무수석이나 관계 기관장이 직접 사전 브리핑 하도록 약속받은 점 등은 민주당으로선 큰 성과다. 최 대변인은 "놀라운 것"이라고 평했다. 합의 내용에 대해서도 "생각보다 구체적으로 한 것 같다"고 만족해 했다. 정부의 녹색성장에 대해선 정 대표도 "방향에 공감하고 함께 협력하겠다"며 긍정적 답변을 보냈다. 특히 정 대표는 녹색성장에 대해 "우리의 대표 브랜드인데 뺐겼다. 그건 우리 브랜드"라고 농담을 던졌다. 이게 이날 회동에서 나온 유일한 농담이었다고 최 대변인은 전했다.
그러나 당내 비판의 소지도 있다. 종합부동산세 개편안 반대 입장을 들고간 정 대표인데 정작 이 대통령은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고 한다. 최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아무말 없었으니 합의가 안된거죠"라고 했다. 민주당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경제팀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어청수 경찰청장 경질을 요구해왔는데 정 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세 사람의 경질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야당 인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에 격한 불만을 쏟고 있는 민주당인데 정 대표는 이 부분도 명확히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최 대변인은 설명했다. 이 때문에 당내 강경파의 비판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