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조용한 행보를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 등 중진 의원들이 참석하는 최고·중진 연석회의에는 지난 7월 30일 첫 회의 이후 계속 불참하고 있다. 국회 본회의는 꾸준히 참석하고 있지만 현안에선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이런 조용한 행보를 박 전 대표 측은 이 대통령에 대한 배려라고 설명한다. 그의 발언 한 마디가 영향력이 큰 만큼 민감한 현안에 입장을 표명할 경우 자칫 이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조용한 행보 중에도 눈에 띄는 게 하나 있다. 스킨십이 부쩍 늘었다는 것. 친박 복당 문제로 이 대통령 측과 날을 세워 총선 뒤 계파 수장의 이미지가 씌워졌다면 최근 박 전 대표는 이런 이미지를 탈색 중이다. 이 대통령 측 의원들이 모임을 만들며 결집하자 친박계 의원들도 모임을 만들려 했지만 박 전 대표는 이를 만류했다고 한다. 특정 계파 수장으로 비쳐지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그래도 텃밭인 영남은 더욱 공고해졌다. 지역구인 대구의 지역현안 문제 해결을 위해 의원들과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면서 자연스레 T·K(대구·경북)지역 의원들과의 유대는 더 강화했다. 외부에 문도 활짝 열어놨다. 친 이명박계 의원들과의 접촉도 마다하지 않고, 경선 당시 비판적 입장에 섰던 뉴라이트 진영과도 만남을 갖고 있다. 

    대선 경선에서 당심의 우위를 확인한 박 전 대표지만 총선을 통해 친이 성향 의원들이 대거 입성하면서 정세가 많이 달라졌으니 외연확대 작업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더구나 이 대통령이 집권 초반 흔들리면서 박 전 대표의 입지가 빨리 커졌고 자연스레 친이 성향 의원들, 특히 영남지역 의원들이 미래권력에 가장 근접해 있는 박 전 대표와의 관계회복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면서 박 전 대표의 외연 확대 역시 예상보다 빨리 진행된 측면이 있다. 박 전 대표로선 외연확대가 더 자연스런 모양새가 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의원들로 부터 "만나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오면 약속을 잡는다고 한다. 의원들 뿐 아니라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과의 접촉도 늘리며 당밖 인사들과의 스킨십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엔 뉴라이트 재단 안병직 이사장과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뉴라이트는 지난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지원하면서 박 전 대표와는 다소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조직이다. 이번 만남 역시 안 이사장이 만남을 요청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박 전 대표는 차기 대선 주자 중 가장 앞서 있다는 평이다. 대중적 인지도, 당내 세력 등에서 경쟁 상대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차기 대선까지 장기레이스를 펼치는 동안 정치지형이 어떻게 요동칠지 모르는 것이라 지금의 박 전 대표 행보는 '내실 다지기'로 볼 수 있다. 지역 현안에 관심을 갖고, 국회 상임위로 보건복지가족부를 선택한 것도 콘텐츠 강화 차원이란 분석이다. 최근에는 복지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전 분야에 걸쳐 교수단과 면담을 늘리고 있다고 한다. 조용한 듯 하지만 박 전 대표의 대권 행보는 물밑에서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