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들의 고민은 대부분 학교와 가정에서 출발한다. 이같은 사실은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청소년상담원 2008년 상반기 상담실적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문제 유형별 상담사례는 가족갈등(17.5%)가 가장 많았고 대인관계(15.1%), 학업/진로(14.1%) 등이 뒤를 이었다.

    청소년들이 이런 문제로 고민한다는 것이 어른들에게 생소한 사실은 아니다. 문제는 어떻게 푸느냐에 있다. 뻔히 알고 있는 고민이어도 실제로 부딪히면 청소년, 학부모 모두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당혹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고민 해결의 길을 안내하는 가이드는 없을까.

    청소년 고민, ‘가정갈등’ ‘대인관계’ ‘학업/진로’ 순

    중학교 1학년 노아람(15·가명)양은 함께 어울려 다니는 5명의 친구들이 있었다. 아람양은 그 친구들과 모두 친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친구들이 자신을 빼놓고 만나더니 결국 둘씩 짝지어 다니고 혼자만 남게 됐다. 내성적이고 말주변이 없어 친구들이 더 멀리 하는 것 같았다.

    아람양은 학교 생활이 힘들어 전학을 생각하던 중 주변 청소년지원센터에서 고민 상담을 받았다. 먼저 자신과 비슷한 문제를 겪는 다른 친구들의 사례를 접할 수 있었고 상담선생님을 통해 친구를 대하는 방식, 대화방법 등을 배워나갔다. 이런 과정을 거쳐 아람양은 오히려 전보다 많은 친구들과 함께 하게 됐다.

    아람양은 고민 끝에 직접 상담의 문을 두드린 경우다. 반면 어른들은 상담을 주저하고 냉가슴만 앓는 사례가 더 많다.

    김기연(40·가명)씨는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는 아들 때문에 고민이다. 아들은 중학교 입학 기념으로 컴퓨터를 받은 후 내내 게임에 빠져있다. 처음에는 진작 사 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고 ‘얼마나 좋으면 저럴까’ 하는 생각에 그냥 뒀다. 하지만 아들은 정도가 점점 심해져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성적도 떨어지고 건강도 안 좋아져 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었다. 야단을 치면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고, 아빠는 뭘 모른다고 도리어 화를 낸다.

    서울에 사는 임희영(35·가명)씨 또한 자녀와 갈등 때문에 힘들어 한다. 임씨는 사춘기에 접어든 딸과 대화에 어려움을 느낀다. 중학생이 된 이후 말이 거칠어지고 반항기도 심해졌다. 지금은 대화조차 안 하려 든다. 무슨 말만 하면 화를 내거나 대답도 안 하고 집을 나가버린다. 홧김에 자녀에게 역정을 내는 일만 많아졌다.

    김기연씨 같은 경우, 아들의 생각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김씨가 자녀의 생각과 꿈을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면 갈등은 더욱 깊어진다. 하지만 컴퓨터 사용시간에 대한 절제는 필요할 것이다. 매일 컴퓨터 사용시간과 공부 시간을 정해서 이를 어겼을 경우 컴퓨터 사용시간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약속과 규칙을 따르도록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임희영씨는 자녀의 입장을 고려한 대화방법이 필요하다. 자녀가 말을 거칠게 하고 반항한다고 더 격하게 화를 낸다면 역효과만 부를 뿐이다. 평소 자녀의 불만과 스트레스에 관심을 갖고, 딸의 입장에서 자신의 말을 들어보고 점검해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친구 사귀기’ ‘자녀와 대화방법’ 프로그램 활용을

    한국청소년상담원 이한종 상담팀장은 “통상 부모와 자녀 사이에 기대와 요구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둘 사이에 타협이 필요하다”며 부모의 생각에 자녀가 반발할 때 △부모가 한 걸음 물러서는 것 △자녀가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이를 함께 검토하는 것 △양쪽 모두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세우는 것 등을 구체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

    이 팀장이 예로 든 것처럼 사안에 따른 가이드를 숙지한다면 청소년과 학부모들이 안고 있는 고민을 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이 같은 ‘고민 해결 가이드’를 구할 수 있는 기회도 멀리 있지 않다. 한국청소년상담원(원장 차정섭)이 지난 4일부터 시행한 ‘여름철 맞춤형 집단상담’이 대표적인 사례다.

    청소년과 학부모, 상담지도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맞춤형 집단상담 행사에는 대인관계, 가정갈등, 학교부적응 등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친구 사귀기 프로그램 △자녀지도 의사소통훈련 △품성계발 심화프로그램 △자녀와 함께 성장하는 부모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이한종 상담팀장은 이와 관련 “청소년 고민과 가정갈등 등 유사한 고민이라도 청소년과 학부모의 성향에 따라 상담방법, 해결방법이 다르다”며 “청소년과 학부모 모두 맞춤형 집단상담과 같은 다양한 상담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