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이 또 자유선진당과 적대 관계에 놓이게 됐다. 지난달 28일 한나라당 차명진 대변인이 선진당 이회창 총재를 향해 '가망없는 노욕'이라고 비판한 것을 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이 발끈해 '무식해서 용감하냐'고 맞받아친 사건에 이어 이번엔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이 선진과 창조모임을 '야바위 같은 정치'라고 말해 선진당과 적대전선을 형성한 것.

    선진당에 따르면, 지난 13일 열린 여야 3당 원내수석부대표회담에서 한나라당 주 수석부대표는 2석의 상임위원장을 요구한 '선진과 창조 모임' 김창수 수석부대표에게 "창조한국당과 깨지면 어떻게 할 것이냐. 깨지지 않는다는 담보가 있어야 상임위원장 자리를 줄 것 아니냐"면서 "야바위 같은 정치를 관두라"고 말한 것이 발단이 됐다. 그러자 김 수석부대표는 "협상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오만한 태도"라고 쏘아붙이며 퇴장했다. 김 수석부대표의 퇴장 뒤에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협상을 계속했지만 가축법 개정을 둘러싼 이견 조정에 실패해 회담을 중단했다.

    선진당은 이날 성명을 발표해 주 수석부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박선영 대변인은 논평에서 "주 수석부대표가 협상 상대에게 최소한의 예의나 도리도 없이 상식을 벗어난 막말을 쏟아내는 바람에 결국 원 구성 협상이 결렬되고 말았다"며 "'야바위 정치'라는 망언까지 퍼부으며 선진·창조 모임을 심각하게 폄훼했다"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그 같은 망언은 개인의 인격적인 결함이나 자질에서 나온 실수라기보다는 비대해진 집권여당이 소수당에 대해 갖고 있는 한심한 인식수준을 가늠하게 해 주는 바로미터"라며 "오만불손하고 독단적인 한나라당 태도가 그대로 반영된 단적인 예"라고 각을 세웠다. 박 대변인은 "주 수석부대표의 이같은 망언이 협상을 주도적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적인 전략이었다면 그것이야말로 전형적인 '야바위 정치'요, '시정잡배들의 치졸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맞받아치며 "진정으로 국회를 정상화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한나라당은 '선진과 창조의 모임'에 즉각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라"이라고 주장했다.

    창조한국당 김석수 대변인도 이날 기자실을 찾아 "주 수석부대표의 막말 협상태도는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국회정신을 훼손한 것"이라며 "('선진과 창조의 모임'이 깨질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원내 협상에 임하는 주 수석부대표의 어처구니없는 태도가 원구성 협상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된다"고 성토했다. 김 대변인은 또 "거대 여당이 아직도 야당 마인드를 못 버리고 야당들과 싸우려고 들다니 한심하다"고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