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6일 3차 정상회담은 새 정부 들어 새롭게 다져진 정상간의 신뢰와 양국 동맹 강화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충분히 과시했다. 정상회담 후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두 정상간 신뢰와 우의가 외교 관계에 얼마나 결정적인 큰 요소가 되는지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총평했다. 

    이날 오전 9시 30분 청와대에 도착한 부시 대통령은 공식 환영행사,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 오찬행사 등 방한 일정 대부분을 이 대통령과 함께 했다. 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만나자마자 포옹하며 지난달초 일본 도야코 G8 정상회담 이후 약 한달만의 재회를 만끽했다. 양 정상은 미리 약속한 듯 푸른색 넥타이를 매고 나타났다. 부시 대통령의 방한은 지난 4월 이 대통령의 방미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이뤄졌으며, 이번 회담으로 양 정상은 약 4개월 사이에 세차례나 만나는 '전례없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 "이것이 독도(This is Tokdo)" "알고 있습니다(I know that)" = 이번 정상회담에서 독도 문제는 정식 의제가 아니었다. 일본의 독도 도발에 미국이 개입하는 모양새가 적절치 않은 데다 방한 이전 부시 대통령은 독도지명 표기 논란을 신속하고 명확하게 정리함으로써 '성의'를 표한 바 있다.

    그러나 회담을 하러 본관 2층 집현실로 향하던 도중 1층과 2층 계단 사이 벽에 걸린 한반도 지도로 인해 독도 문제가 돌발적으로 언급됐다. 이 대통령이 지도를 가리키며 "이것이 독도입니다(This is Dokdo)" 라고 하자 부시 대통령은 "알고 있습니다(I know that)"라고 말하며 이 대통령 어깨를 감싸고 환하게 웃었다고 배석한 인사는 전했다. 이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독도 문제와 관련한 질문을 받은 뒤 "독도 문제는 한미간이 아닌 한일 문제"라면서도 "부시 대통령에게 (표기 문제를) 바로 잡아준 것에 대해 고맙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또 부시 대통령 내외와 오찬을 하면서 독도 문제에 관한 역사적 배경을 설명했으며 부시 대통령은 진지하게 경청했다고 한다. 배석했던 청와대 관계자는 "제 3자(일본)가 있기 때문에 자세한 대화는 밝히지 않겠다"고 말해 부시 대통령이 독도 문제에 우호적인 뉘앙스를 전했음을 시사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에 이르러서 부시 대통령은 "날 믿어달라(Trust me)"라는 표현을 써가며 임기내 한미FTA 비준 처리 의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한미FTA는 여러 측면에서 동맹관계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다"며 "부시 대통령과 나는 임기 중 연내에 통과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밝혔다.

    ◇ "내 친구 부시" "MB의 국민사랑에 감동" = 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약 30분간 진행된 공동기자회견 동안 양 정상간 친밀한 관계를 '화끈하게' 표현했다. 밝은 표정으로 회견장인 녹지원에 양 정상은 나란히 걸어 들어섰다. 양 정상은 각자의 모두발언 도중 상대방을 응시하거나 고개를 끄덕이며 수차례 공감을 주고 받았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어깨동무를 한 채 담소를 나누며 퇴장해 '오랜 친구'와 같은 모습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다음에는 좀 더 자유롭고 여유있게 한국을 방문하길 기대한다. 내 친구 부시에게 '언제든지 다시 한국을 방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며 모두발언을 마무리했고 부시 대통령은 즉석해 "고맙다"고 화답했다. 앞서 부시 대통령은 "우리는 아주 중요한 관계며 세번째 만나면서 관계가 더 돈독하게 됐다"면서 "이 대통령의 솔직함, 정직함, 한국민에 대한 깊은 사랑에 감동받았다"고 친근감을 나타냈다.

    미국 대통령은 외국순방시에도 자국 차량만 이용하는 것이 미국 공식의전 관례지만 이날 기자회견 이후 부시 대통령은 "동석해도 되겠느냐"며 이 대통령과 함께 차량에 탑승, 다음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약 2,3분간 동승했으며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 관저 앞에 도착한 부시 대통령은 "여기가 이 대통령이 사는 곳이냐" "잔디가 참 좋다"며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 한우갈비와 미국산 쇠고기 스테이크 '반반' = 이날 양 정상 내외의 오찬 메뉴로는 한우갈비와 미국산 쇠고기 스테이크가 함께 올라왔다. 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갈비와 스테이크를 함께 들었으며 로라 부시 여사는 한우갈비를 선택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메인요리는 한우갈비"라고 설명하면서 "스테이크는 부시 대통령를 위한 배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외국 순방에 갔을 경우 김치를 발견하면 반갑지 않겠느냐는 설명이다.

    부시 대통령은 예정된 시간을 초과하면서 각별한 성의를 나타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 북한 인권문제, 한미FTA 등에 대해 상당히 상세한 대화가 오가면서 정상회담도 5분가량 초과해 진행됐으며 상춘재에서 가진 오찬도 20분 이상 더 걸렸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에게 전통 자개무늬가 새겨진 디지털 액자와 물고기 세 마리가 그려진 '삼어도' 책갈피를 선물했으며, '골프광'으로 알려진 부시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위해 태극기와 성조기가 교차된 문양을 수놓은 골프백과 퍼터를 준비했다. 여기에는 '이명박 대통령 각하(HIS EXCELLENCY PRESIDENT LEE MYUNG BAK)'를 새겨넣었다.

    양국 퍼스트레이디도 선물을 주고 받으며 우의를 다졌다. 김윤옥 여사는 독서를 좋아하는 부시 여사에게 십장생 무늬를 자수한 책 커버와 초충도(草蟲圖) 등 신사임당 그림 2점을 자수로 새긴 책갈피를, 동행한 딸 바버라에게는 전통 문양을 기하학적 무늬로 도안한 보석함을 선물했다. 부시 여사는 김 여사에게 백악관에서 특별제작한 은쟁반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