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25일자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김종호 논설위원이 쓴 시론 <'5년 후가 두렵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고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전교조에 반기를 드는 일이 너무 두렵다.” 전교조 소속의 한 교사가 최근 어느 신문사에 보냈다는 편지의 한 대목이다. 수업 시간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거듭 이의를 제기하는 학생을 체벌한 일로 온갖 음해와 모략에 시달렸다는 그는 자신을 배신자로 몰아붙이는 전교조 지도부의 독선을 비판하면서, 전국 초·중·고 교원 중 전교조 조합원은 일부에 불과하지만 엄청난 응집력을 지녀 “겁이 난다”고 털어놓았다.
전교조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비단 그 교사뿐만이 아니다. 자율과 경쟁을 죄악시하며 평등지상주의 교육을 앞세워온 전교조가 교육 경쟁력의 발목만 잡는 것이 아니라 불법 시위를 일상화하고 있는 사회운동단체들과 연대해 정치 투쟁 일선에까지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 투쟁의 방향은 이런저런 이유를 더 따질 것도 없이 이명박 정부를 무조건 흔들어 실패하게 만들겠다는 식이고, 자율과 경쟁을 중시해 황폐화한 공교육을 정상화해나가긴커녕 그 적폐가 이미 적나라하게 확인된 평등지상주의를 고수하고 더 강화할 계기를 만들려는 식으로 비쳐 두렵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많은 시민이 두려움을 느끼는 대상은 전교조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전교조를 포함한 불법 촛불시위 주도 세력, 엄밀하게는 그들이 지향하며 실현을 최대한 앞당기려고 기를 쓰는 목표, 이성적 토론과 공론화 과정을 거치기보다 묻지마식 선동과 막가파식 집단 행동으로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빚어지게 마련인 사회적 근본 가치와 질서의 붕괴라고 할 수 있다. 교육 분야를 포함해 사회 전반의 지배 가치와 주류 세력을 붕괴시켜 세상을 뒤엎겠다는 저의는 이미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그들은 목표를 부분적이나마 사실상 실현해가고 있는 것이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촛불시위를 주도해온 핵심 단체인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와 한국진보연대 등이 시위를 사전 기획해온 내용을 담은 문건은 그 저의를 단적으로 입증한다. “우리의 진정한 목표는 이명박 정부를 주저앉히는 것” “밤에는 국민이 촛불을 들고 낮에는 운동역량의 촛불을 들든가 해 사회를 마비시켜야 한다”고까지 밝히고 있지 않은가. 이 정부 임기 5년 내내 촛불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는 배경도 그 때문일 것이다. 국민대책회의가 그 긴 이름에도 적시한 활동 목적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반대와 무관한 이슈를 잇달아 내세워, 26일부터 서울시교육감 선거 투표일인 30일까지 ‘7·30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이명박 정권 심판의 날로!’라는 주제로 시위를 벌일 예정인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평가에 사회적 공감대가 이루어지다시피 한 기간이‘활개쳐온 10년’이었던 집단이나 세력 등에 밀려 이 정부의 주요 정책 상당수의 방향이 과거형으로 유턴하고 있다는 것은 그 세력이 목적을 달성해가고 있는 셈이다. 오죽하면 이 정부의 국정 운영이 전임 정부보다 나아진 게 없다는 실망 수준의 비판을 넘어 오히려 더 못하다는 절망의 여론까지 비등하겠는가.
최근 “5년 후가 두렵다”고 말하는 시민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사회와 국가를 10년 동안 오도해온 세력이 공언하다시피 하는 대로 이 정부를 5년 임기 내내 흔들어 실패하게 만든 뒤의 상황이 두렵다는 것이다. ‘촛불시위의 최대 배후는 이 대통령’이라는 일각의 역설적 비아냥이 드러내듯이, 그런데도 이 대통령과 정부는 그 두려운 상황의 초래에 빌미를 제공하며 희망보다 절망을 안겨주고 있는 현실이어서 앞으로도 겪고 치러야 할 엄청난 시민의 고통, 사회적 비용, 국력의 허비 등 역시 두렵다는 것이다.
전교조가 두렵다는 교사와 학부모, 5년 후에 닥칠 수 있는 상황은 물론 그 시기에 이르기까지 겪어야 할 고통이 두렵다는 시민들에게 이 정부는 행동으로 그 두려움을 덜어주어야 한다. 그 길은 달리 있지 않다. 자율과 경쟁이 근본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흔드는 집단의 불법과 일탈부터 단호하게 대처하는 일이 그 길의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