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4일 사설 <수강생 전원 'A학점' 준 교수가 서울시교육감 되면>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서울시교육감 후보 6명에 대한 조선일보 여론조사에서 전교조 지지를 받는 주경복 건국대 교수가 17.5%로, 여섯 후보 중 1위에 올랐다. 당장 선거를 한다면 주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얘기다. 그 주경복 후보가 이번 1학기에 강의한 세 과목 중 두 과목 수강생 모두에게 A학점을 줬다고 한다. 19명이 수강한 과목은 6명에 A+, 13명에 A 학점을 줬고 14명이 들은 과목에선 4명에 A+, 10명에 A 학점을 줬다.

    주 후보는 교육자 자격이 없다고 할 수밖에 없다. 건국대는 'A 학점은 수강생의 35% 이하로, A와 B 학점을 합해서는 70% 이하로 줘야 한다'는 상대평가 요강(要綱)을 갖고 있다. 학교 규칙도 무시하는 사람이 교육감이 된다면 학생들에게 규율을 지키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수강생 모두 A 학점을 주면 학생들은 너도나도 그런 강의를 들으려 할 것이다. 이런 풍조가 확산되면 강의는 그럭저럭 하고 학점 잘 주는 교수만 살아남게 된다. 교수 책무는 학생들에게 더 열심히 공부하고 더 깊이 탐구하겠다는 의욕이 솟게 지적(知的) 자극을 주는 것이다. 다 똑같이 A 학점을 받는데 학생들이 그런 자극을 받을 리 없다. 그런 대학, 그런 교수 밑에서 적당히 배운 학생들은 사회에 나가 다른 대학 출신과의 경쟁에서 견뎌낼 수 없다.

    주 후보의 선거공약도 인기영합적인 것들이 많다. 교원평가제 반대, 학교 선택제 백지화, 학력평가 폐지가 그렇다. 주 후보가 교육감이 돼 공약을 실행하게 되면 서울의 학생들은 시험 걱정 안 해도 되고 교장과 교사는 다른 학교, 다른 교사보다 더 질 좋은 교육 시키려고 애쓸 필요가 없게 된다. 그런 교육감 밑에서 적당히 배운 아이들이 다른 나라 학생들과 경쟁에서 버텨내겠는가.

    교수로서 수강생 모두에게 평등하게 A 학점을 주는 것은 수강생을 망치고 나아가 그 대학을 망치는 일이 된다. 교육감으로서 사이비(似而非) 평등교육 정책을 펴게 되면 서울시 교육, 나아가 대한민국 교육을 망칠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