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 푹 쉬었지. 그래도 5시에는 눈이 떠지니까…" 

    지난해 12월 치열한 대선 레이스를 마친 뒤 약 1년 반만에 짧은 휴가를 보낸 이명박 대통령은 '잘 쉬셨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당시 2박 3일간의 '공식 휴가'를 발표했던 이 대통령은 지인들과 테니스를 치는 등 개인적인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조금 달랐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선과 첫 조각 구상,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수인계 문제, 한나라당 화합책 등 정국 구상을 위해 집무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 '쉬어도 쉬는게 아닌' 휴가였다. 측근들은 "원래 '쉰다'는 것을 모르는 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통령 취임 후 첫 휴가를 앞두고 이 대통령 측근들은 적잖은 고민을 겪었다. 이 대통령이 휴가를 떠나기 싫어하는 내색을 자주 내비쳤기 때문. 한 측근은 "경제불황으로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 일본의 독도 도발 등 국내외적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휴가가 적절하냐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대통령의 휴가 일정이 변경될 경우 청와대 직원을 비롯한 전 부처 공무원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으며 공직사회 사기문제와도 관련있다는 참모진의 적극적인 건의로 이 대통령은 짧게 나마 휴가를 다녀오기로 했다.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참모진의 의견을 받아들여 '억지로' 휴가를 떠나게 됐다"고 표현했다. 

    이 대통령의 '유별난 휴가' 탓에 측근들은 덩달아 제대로 된 휴가를 보내본 지 오래다. 오랜 기간 이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필해온 측근은 "이 대통령과 가까운 참모일 수록 얼굴이 하얗다. 한동안 여름 피서를 모르고 지냈기 때문"이라고 너스레를 떨 정도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2일 ""기본적으로 (휴가를) 가는 것은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취임 첫 해인 지난 2002년 여름에도 휴가를 반납했다. 7월 취임식 이후 살펴야 할 업무도 많은 데다 이 대통령 특유의 일 욕심이 발동한 까닭이라고 한다. 이듬해인 2003년부터는 그나마 사나흘간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냈다. 당시 이 대통령은 가족과 함께 고향인 경북 포항이나 경주를 찾아 조용한 시간을 보내왔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2006년 시장 퇴임 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에 대선 전초기지 안국포럼을 개소한 이후로는 단 하루도 편히 쉰 날이 없다. 지난해 여름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치열한 경선을 치르느라 이 대통령은 물론, 측근들도 휴가는 아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