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촛불시위와 '광우병 괴담'의 진원지로 꼽히는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를 주로 찾는 네티즌을 대상으로 한 일명 '파블로프의 개 실험'이 화제다. '파블로프의 개'는 러시아 과학자 이반 파블로프가 인간의 조건반사 개념을 정립하려고 한 유명한 실험으로, 개에게 고기를 줄 때마다 종소리를 울렸더니 나중에는 종소리만 들어도 개가 침을 흘리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내용이다.

    한 네티즌이 시작한 이 실험은 내용과는 전혀 다른 선정적인 제목을 붙인 글을 게시한 뒤 '아고리언(아고라를 중심으로 쇠고기 수입반대, 정권 퇴진을 주장하는 네티즌)'의 반응을 살폈다. 이 실험을 한 네티즌은 내용의 진위와는 상관없이 한 방향으로만 치닫는다는 결과가 나타났다며 쇠고기 파동과 관련한 일부 네티즌의 무분별한 집단행동을 꼬집었다.

    이 실험은 '미국소 안먹는 미국인'편에서 시작해 '한우의 프리온 면역 유전자' '일제시대 네이버' '수입차' '패륜아' 등 제목을 붙인 다섯편에 이어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초기 광우병 괴담의 실체에서 보수언론 광고주 압박 사건에 이르기까지 네티즌들의 관심사에 대한 주제별로 실험은 이뤄졌다.

    첫번째 실험에서는 '42개월 이상, 심지어 8년된 쇠고기도 미국에서 식용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현황을 설명하는 한 미국 자료를 게시해놓고는 "미국인들은 30개월 쇠고기를 아무도 안먹는다는 게 확증됐다"며 전혀 다른 내용을 설명을 단 게시물을 올렸다. 이 게시물은 1만2000건이 넘는 조회에 1373명의 네티즌 추천을 받았다. 이 실험을 한 네티즌은 "결론적으로 내용이 틀려도(밥이 없어도) 특정 제목만 붙이면(종을 치면) 조건반사적으로 추천하고 댓글 다는 것(침을 흘리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풀이했다.

    '한우 편'에서는 'Bovis Brucellosis(브루셀라병에 걸린 소), Bovis impotens(불임소), Bovis Antibioticus Abundans(항생제남용소)'를 원어만 표기하고는 "한반도에서 전통적으로 사육되어 온 한우의 학명"이라고 소개한 뒤 "한우는 프리온에 대한 면역유전자가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는 제목을 붙여 게시했다. 결과는 첫번째 실험과 마찬가지로 '아고리언'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았다. 한우의 학명은 'Bos taurus coreanae'다.

    광우병 '낚시'에 이어 보수언론 광고중단 주장에 대한 실험이 계속됐다. 한 네티즌은 거짓으로 "조선일보에 외제차 광고가 대문짝만하게 실렸다"는 글을 올리고 실제 있지도 않은 차종과 시중에 팔지않은 1970년대 경주용 자동차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무려 1476건의 추천을 받은 이 게시물에 붙은 댓글은 가관이었다. "조선일보 이미지에 딱 맞는 광고"라며 마치 광고를 본 듯 글을 올린 네티즌이 있는가 하면 "1%를 위한 광고는 승산이 있다고 본 것"이라는 '분석'까지 낸 네티즌도 보였다.

    이 밖에도 "네이버가 일제시대 때 우리 민족 탄압했던 사진이나 자료를 부탁한다"는 글도 큰 관심을 받았지만, 일제시대에 네이버가 존재했을리는 만무하다. 부모를 비난한 글에 대한 지지는 다소 충격적이다. "난 지금 우리 아버지까지 혐오스럽다"는 제목으로 "아버지에게 국민으로서 대단히 우매한 인간들 중 하나라고 말했다. 노무현, 김대중 정권 때 좌파교육을 받은 탓이라고 소리치길래 '아버지는 어쩔 수 없는 더러운 기성세대'라고 말해 맞았다"는 글을 올린 실험은 1236건의 추천과 22건의 반대라는 결과가 나타났다. "나같아도 대들고 맞겠다" "대단하다" "어머니가 못가게 막는 촛불시위에 가면서 매번 싸웠지만 그래도 나간다" 등 댓글이 붙었다. 이 실험에는 "내용이 패륜적이라도 특정 제목만 붙이면 댓글은 단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씁쓸한 결론이 내려졌다. 한 네티즌은 이같은 결과에 "소위 말하는 집단지성이라는 무리들의 수준이 의심스럽다"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