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17일 일본의 독도 도발과 관련, "현 정부가 독도를 분쟁 지역으로 만들려는 일본의 저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 동교동 자택에서 신임 인사를 겸한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독도문제는 영토 주권에 관한 문제이므로 단호하게 대응하되 실효적 지배를 위한 조치를 강화해나가는 정부의 자세가 옳다고 본다"며 이명박 정부 정책을 지원했다. 그는 "남북 관계나 한일 관계 모두 양변을 함께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한편으로는 망원경으로 보듯 넓고 멀리 봐야하고, 한편으로는 현미경으로 보듯 가깝고 치밀하게 들여다 봐야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그러나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과 관련해서는 미묘한 온도차를 보였다. 김 전 대통령은 "남북관계가 돌이킬 수 없이 악화되지 않는 방향으로 치밀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물밑접촉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배석한 맹 수석은 "덕담 수준에서 여러가지 경륜있는 말을 많이 해줬다"고 전했다.

    김 전 대통령 면담에 앞서 정 실장과 맹 수석은 일행을 맞이한 박지원 의원과 밝은 분위기에서 환담했다. 청와대 수석급 관용차를 중대형에서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 하이브리드카로 바꾼 것에 대해 박 의원은 "상징성이 있다"고 긍정 평가했으며, 맹 수석은 "청와대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DJ정부 시절 인사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바 있는 정 실장에게 "부처님 말씀에 옷깃만 부딪쳐도 인연이라는데 나랑 인연이 있다"며 친근감을 나타냈다. 김 전 대통령은 특히 맹 수석에게 "중책을 맡아 수고 많다. (이 대통령이) 아주 좋은 분과 같이 일하게 됐다"고 호평했으며, 박 의원은 "(맹 수석이) 하마평에 오르니 김 전 대통령이 '맹 의원이 정무수석을 맡으면 제일 좋겠다'라고 칭찬하셨다"고 소개했다.